1)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이제 곧 있으면 연말이네요. 시간 너무 빠르네요. 연말이 되면 늘 우리는 한 해를 되돌아 봅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또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늘 고민합니다. 올해를 돌아보면 가장 크게 바뀐 것 중 하나가 아마 '현대차를 보는 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도 관심이 없던 현대차가 12월되어서 갑자기 주목받기 시작했거든요.
2)주가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잠깐 생각해볼까요? 공식은 간단합니다. 주가 = EPS × PER입니다. EPS는 주당순이익이에요. 회사가 돈을 얼마나 버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죠. 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이거나, 주식 수를 줄이면 EPS가 올라갑니다. EPS 상승은 주가 상승의 기본이에요.
3)그런데 EPS만으로 주가가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여기에 PER이라는 배수를 곱해야 해요. 10배를 곱할지, 100배를 곱할지는 시장이 결정합니다. PER은 쉽게 말해 '인기도'입니다. "이 회사에 투자하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PER은 올라가는 거죠.
4)여러분, 한여름을 상상해보세요. 선풍기를 틀어놓고 있습니다. 시원한가요? 네, 어느 정도는요. 선풍기는 EPS 같은 겁니다. 본질이에요. 회사가 돈을 잘 버는 거죠. 그런데 너무 더우면 선풍기도 짜증납니다. 선풍기 바람만으로는 한여름 폭염을 이길 수 없어요.
5)그런데 에어컨이라면요? 한여름에도 추울 수 있습니다. 에어컨이 바로 PER입니다. PER이 올라가는 마법이 생기면 선풍기가 에어컨으로 변신하는 거예요. 그러면 주가는 미친 듯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6)현대차 이야기를 해볼까요? 현대차 PER은 고작 5배입니다. 경쟁사인 토요타는 10배예요. 중국의 샤오펑은 20배입니다. 테슬라는요? 무려 200배입니다. 같은 자동차인데 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
7)더 황당한 건 현대차가 테슬라보다 연간 순이익이 더 많다는 겁니다. 돈은 현대차가 더 많이 벌어요. 그런데 시가총액은 현대차가 그나마 올라서 60조 원 정도입니다. 테슬라는요? 2,000조 원이 넘습니다. 설마라고요? 진짜입니다.
8)이유가 뭘까요? 테슬라가 그리는 그림 때문입니다. 바로 피지컬 AI라는 그림 때문이에요. AI의 끝판왕은 피지컬 AI입니다. 지금 우리는 챗GPT 같은 소프트웨어로 AI를 사용하죠.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AI를 현실 세계에 투영하는 것입니다. 로봇, 자율주행차처럼요.
9)소프트웨어 시장은 1조 달러 규모입니다. 그런데 실제 물리적 세상은요? 1,000조 달러입니다. 비교가 안 되죠. 이 거대한 시장의 주인공이 테슬라가 될 것 같으니까, 사람들은 위험한 걸 알면서도 기꺼이 투자하는 겁니다.
10)반면 현대차는요? 싸고, 돈도 잘 벌고, 배당수익률도 5% 이상 나옵니다. 그런데 아무도 관심이 없었어요. 전 세계 어떤 자동차 회사보다 인기가 없어서 PER도 꼴찌였습니다. 보기 안쓰러울 지경이었죠.
11)그런데 말입니다. 지난주 목요일부터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차 주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거예요. 사실 이건 10월 말에 이미 씨앗이 뿌려진 일입니다.
12)기억나시나요? 젠슨 황이 한국에 왔었죠. 그리고 정의선 회장, 이재용 회장과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치킨을 먹었습니다. 그 바쁜 사람들이 왜 서울 한복판에서, 대한민국 전 국민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만났을까요? 치킨 먹으려고요? 아닙니다. 피지컬 AI 동맹을 맺으려고 만난 겁니다.
13)생각해보세요. 엔비디아는 소프트웨어와 칩이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로 칩을 만들 수 있고, 삼성전기는 MLCC 같은 핵심 부품을 제조할 수 있어요. 현대차는요? 자율주행차와 로봇을 만들 수 있는 하드웨어 제조 능력이 있습니다. 세 회사의 퍼즐 조각이 딱 맞아떨어지는 거죠.
14)그런데 왜 주가는 한 달이나 지나서야 급등했을까요? 시장이 반신반의했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엔비디아와 협력할까?", "GPU 5만 장 가지고 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심한 거예요. 현대차는 늘 의심만 받았습니다. 마치 올초까지 삼성전자가 양치기 소년같은 취급 받았던 것 처럼 시장은 늘 현대차에 가혹했습니다.
15)12월 4일, 갑자기 뉴스가 하나 터졌습니다. 이 뉴스가 현대차를 선풍기가 아니라 에어컨 비스무리한 것으로 바꾼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대차의 자율주행 자회사 42DOT을 이끌던 송창현 사장이 물러난다는 소식이었어요. 42DOT는 현대차가 자율주행을 직접 개발하려고 만든 회사입니다. 사장이 떠났다는 건 뭘 의미할까요?
16)시장은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현대차가 자율주행 내재화를 포기하고, 엔비디아와 본격적으로 손잡는 거 아니야?" 심지어 엔비디아가 현대차그룹(보스턴 다이나믹스?)에 지분 투자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17)사실 엔비디아도 파트너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엔비디아의 첫 번째 로봇 파트너는 테슬라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엔비디아 최고 파트너였던 테슬라가 2019년 갑자기 결별을 통보했습니다(일론 머스크는 혼자 하는 걸 좋아하니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그 후 엔비디아는 중국 스마트카 업체들에 집중했죠. 지난 몇 년간 빠르게 성장한 중국 전기차 회사들 대부분이 엔비디아 GPU를 썼습니다.
18)그런데 이제 중국 업체들도 엔비디아를 떠나기 시작했어요. 표면적인 이유는 "범용 칩보다 전용 칩(ASIC)이 효율이 좋다"는 겁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미중 갈등이에요. 무인 로봇의 핵심 칩을 경쟁국 제품에 의존할 수는 없으니까요.
19)엔비디아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테슬라한테 차였고, 중국한테도 차이고 있습니다. 피지컬 AI를 함께할 대형 파트너가 없어요. 그런데 현대차가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꿈을 실현시켜줄 파트너가 떡하니 있었던 거죠. 현대차그룹은 이제 엔비디아의 다음 선택지가 된 겁니다.
20)현대차가 받기로 한 엔비디아 블랙웰 GPU 5만 장,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아시나요? 테슬라에 이어 세계 2위 급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21)구체적으로 설명해드릴게요. IBK투자증권의 이현욱 연구원의 보고서에 아주 잘 설명되어 있어서 그 내용을 적어드리겠습니다. "블랙웰 5만 장이면 테슬라가 한 달 단위로 하던 자율주행 재학습을 1주일, 심지어 며칠 단위로 당길 수 있습니다. 서울시 전체 교통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수준의 AI 처리 능력이에요. 자율주행차 수십만~수백만 대의 실시간 인지와 추론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파워입니다." 테슬라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학습을 할 수 있는 규모라는 말입니다.
22)왜 자율주행은 피지컬 AI에서 중요할까요? 로봇 때문입니다. 메리츠증권의 김준성 연구원 자료에도 이와 관련한 내용들이 잘 나와 있습니다. "로봇 지능을 높이려면 '실제 세상에서 움직이는 데이터'가 필요해요. 매년 약 9,000만 대의 신차가 팔리고, 전 세계에 약 14.5억 대의 차량이 굴러다닙니다. 이 차들이 도로 위에서 데이터를 채굴하는 기계가 되는 거예요."
23)"테슬라, 화웨이, 샤오미, 샤오펑... 이 회사들이 왜 스마트카 만들기에 목을 맬까요? 자동차를 '바퀴 달린 데이터 수집기'로 쓰려는 겁니다. 네 바퀴로 배운 자율 이동 능력은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에도 그대로 이식할 수 있거든요."
24)현대차가 피지컬 AI의 글로벌 강자가 될 수 있을까요? "테슬라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있는데?"라고 의심하실 수 있어요. 맞습니다. 쉽지 않죠. 그런데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될까요? 아무것도 안 하면 다가올 변화의 물결에 그냥 휩쓸려 갈 뿐입니다.
25)삼성전자를 떠올려보세요. '옴니아'라는 최악의 스마트폰을 만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안드로이드와 손잡고 갤럭시S를 만들어서 애플 아이폰에 유일하게 맞서서 살아남았습니다. 현대차도 이제 엔비디아의 손을 잡고 나아가려 합니다.
26)한 달 전에 하워드 막스가 한국에 왔었습니다. 지난번 편지를 통해 하워드 막스 강연회에 갔었다고 말씀드린적이 있는데요. 여전히 그가 한 말이 들립니다. "AI는 버블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 주식시장은 지금 비싸다. 오랫동안 살아남으려면 위험관리를 잘해야 한다"
27)정확한 말입니다. AI는 버블이 아니니 투자하되, 비쌀 때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에 투자하라는 조언이었습니다. 현대차도 이제 AI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PER은 이제 조금 올라서 6배입니다. 밸류는 나름 합리적입니다. 테슬라의 40분의 1 밖에 되지 않아요. 그런데 피지컬 AI라는 똑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28)AI 끝판왕 '피지컬 AI'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옴니아가 될지, 갤럭시S로 챔피언이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눈치를 챘어요. 현대차의 PER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선풍기가 에어컨이 되는 마법이 시작된건지도 모르겠네요.
29)물론 결과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 현대차그룹은 절박합니다. 최근에 한국에 출시된 테슬라의 FSD(완전자율주행)는 충격적이었습니다. 100%는 아니어도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자율주행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뒤에서는 중국 전기차 회사들이 미친듯이 쫓아오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망하는 세상입니다. 현대차그룹은 뭐라도 해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몇 년 후에는 옴니아가 될 수도 있습니다.
30)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났습니다. 현대차의 피지컬AI 성공을 응원하면서 이번 편지를 마무리하겠습니다.
12월 들어서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감기 주의하시고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염블리와 함께 [LS증권]
"선풍기가 에어컨이 되는 마법 - 현대차 PER이 꿈틀거립니다"
1)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이제 곧 있으면 연말이네요. 시간 너무 빠르네요. 연말이 되면 늘 우리는 한 해를 되돌아 봅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또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늘 고민합니다. 올해를 돌아보면 가장 크게 바뀐 것 중 하나가 아마 '현대차를 보는 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도 관심이 없던 현대차가 12월되어서 갑자기 주목받기 시작했거든요.
2)주가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잠깐 생각해볼까요? 공식은 간단합니다. 주가 = EPS × PER입니다. EPS는 주당순이익이에요. 회사가 돈을 얼마나 버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죠. 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이거나, 주식 수를 줄이면 EPS가 올라갑니다. EPS 상승은 주가 상승의 기본이에요.
3)그런데 EPS만으로 주가가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여기에 PER이라는 배수를 곱해야 해요. 10배를 곱할지, 100배를 곱할지는 시장이 결정합니다. PER은 쉽게 말해 '인기도'입니다. "이 회사에 투자하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PER은 올라가는 거죠.
4)여러분, 한여름을 상상해보세요. 선풍기를 틀어놓고 있습니다. 시원한가요? 네, 어느 정도는요. 선풍기는 EPS 같은 겁니다. 본질이에요. 회사가 돈을 잘 버는 거죠. 그런데 너무 더우면 선풍기도 짜증납니다. 선풍기 바람만으로는 한여름 폭염을 이길 수 없어요.
5)그런데 에어컨이라면요? 한여름에도 추울 수 있습니다. 에어컨이 바로 PER입니다. PER이 올라가는 마법이 생기면 선풍기가 에어컨으로 변신하는 거예요. 그러면 주가는 미친 듯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6)현대차 이야기를 해볼까요? 현대차 PER은 고작 5배입니다. 경쟁사인 토요타는 10배예요. 중국의 샤오펑은 20배입니다. 테슬라는요? 무려 200배입니다. 같은 자동차인데 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
7)더 황당한 건 현대차가 테슬라보다 연간 순이익이 더 많다는 겁니다. 돈은 현대차가 더 많이 벌어요. 그런데 시가총액은 현대차가 그나마 올라서 60조 원 정도입니다. 테슬라는요? 2,000조 원이 넘습니다. 설마라고요? 진짜입니다.
8)이유가 뭘까요? 테슬라가 그리는 그림 때문입니다. 바로 피지컬 AI라는 그림 때문이에요. AI의 끝판왕은 피지컬 AI입니다. 지금 우리는 챗GPT 같은 소프트웨어로 AI를 사용하죠.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AI를 현실 세계에 투영하는 것입니다. 로봇, 자율주행차처럼요.
9)소프트웨어 시장은 1조 달러 규모입니다. 그런데 실제 물리적 세상은요? 1,000조 달러입니다. 비교가 안 되죠. 이 거대한 시장의 주인공이 테슬라가 될 것 같으니까, 사람들은 위험한 걸 알면서도 기꺼이 투자하는 겁니다.
10)반면 현대차는요? 싸고, 돈도 잘 벌고, 배당수익률도 5% 이상 나옵니다. 그런데 아무도 관심이 없었어요. 전 세계 어떤 자동차 회사보다 인기가 없어서 PER도 꼴찌였습니다. 보기 안쓰러울 지경이었죠.
11)그런데 말입니다. 지난주 목요일부터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차 주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거예요. 사실 이건 10월 말에 이미 씨앗이 뿌려진 일입니다.
12)기억나시나요? 젠슨 황이 한국에 왔었죠. 그리고 정의선 회장, 이재용 회장과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치킨을 먹었습니다. 그 바쁜 사람들이 왜 서울 한복판에서, 대한민국 전 국민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만났을까요? 치킨 먹으려고요? 아닙니다. 피지컬 AI 동맹을 맺으려고 만난 겁니다.
13)생각해보세요. 엔비디아는 소프트웨어와 칩이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로 칩을 만들 수 있고, 삼성전기는 MLCC 같은 핵심 부품을 제조할 수 있어요. 현대차는요? 자율주행차와 로봇을 만들 수 있는 하드웨어 제조 능력이 있습니다. 세 회사의 퍼즐 조각이 딱 맞아떨어지는 거죠.
14)그런데 왜 주가는 한 달이나 지나서야 급등했을까요? 시장이 반신반의했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엔비디아와 협력할까?", "GPU 5만 장 가지고 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심한 거예요. 현대차는 늘 의심만 받았습니다. 마치 올초까지 삼성전자가 양치기 소년같은 취급 받았던 것 처럼 시장은 늘 현대차에 가혹했습니다.
15)12월 4일, 갑자기 뉴스가 하나 터졌습니다. 이 뉴스가 현대차를 선풍기가 아니라 에어컨 비스무리한 것으로 바꾼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대차의 자율주행 자회사 42DOT을 이끌던 송창현 사장이 물러난다는 소식이었어요. 42DOT는 현대차가 자율주행을 직접 개발하려고 만든 회사입니다. 사장이 떠났다는 건 뭘 의미할까요?
16)시장은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현대차가 자율주행 내재화를 포기하고, 엔비디아와 본격적으로 손잡는 거 아니야?" 심지어 엔비디아가 현대차그룹(보스턴 다이나믹스?)에 지분 투자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17)사실 엔비디아도 파트너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엔비디아의 첫 번째 로봇 파트너는 테슬라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엔비디아 최고 파트너였던 테슬라가 2019년 갑자기 결별을 통보했습니다(일론 머스크는 혼자 하는 걸 좋아하니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그 후 엔비디아는 중국 스마트카 업체들에 집중했죠. 지난 몇 년간 빠르게 성장한 중국 전기차 회사들 대부분이 엔비디아 GPU를 썼습니다.
18)그런데 이제 중국 업체들도 엔비디아를 떠나기 시작했어요. 표면적인 이유는 "범용 칩보다 전용 칩(ASIC)이 효율이 좋다"는 겁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미중 갈등이에요. 무인 로봇의 핵심 칩을 경쟁국 제품에 의존할 수는 없으니까요.
19)엔비디아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테슬라한테 차였고, 중국한테도 차이고 있습니다. 피지컬 AI를 함께할 대형 파트너가 없어요. 그런데 현대차가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꿈을 실현시켜줄 파트너가 떡하니 있었던 거죠. 현대차그룹은 이제 엔비디아의 다음 선택지가 된 겁니다.
20)현대차가 받기로 한 엔비디아 블랙웰 GPU 5만 장,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아시나요? 테슬라에 이어 세계 2위 급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21)구체적으로 설명해드릴게요. IBK투자증권의 이현욱 연구원의 보고서에 아주 잘 설명되어 있어서 그 내용을 적어드리겠습니다. "블랙웰 5만 장이면 테슬라가 한 달 단위로 하던 자율주행 재학습을 1주일, 심지어 며칠 단위로 당길 수 있습니다. 서울시 전체 교통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수준의 AI 처리 능력이에요. 자율주행차 수십만~수백만 대의 실시간 인지와 추론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파워입니다." 테슬라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학습을 할 수 있는 규모라는 말입니다.
22)왜 자율주행은 피지컬 AI에서 중요할까요? 로봇 때문입니다. 메리츠증권의 김준성 연구원 자료에도 이와 관련한 내용들이 잘 나와 있습니다. "로봇 지능을 높이려면 '실제 세상에서 움직이는 데이터'가 필요해요. 매년 약 9,000만 대의 신차가 팔리고, 전 세계에 약 14.5억 대의 차량이 굴러다닙니다. 이 차들이 도로 위에서 데이터를 채굴하는 기계가 되는 거예요."
23)"테슬라, 화웨이, 샤오미, 샤오펑... 이 회사들이 왜 스마트카 만들기에 목을 맬까요? 자동차를 '바퀴 달린 데이터 수집기'로 쓰려는 겁니다. 네 바퀴로 배운 자율 이동 능력은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에도 그대로 이식할 수 있거든요."
24)현대차가 피지컬 AI의 글로벌 강자가 될 수 있을까요? "테슬라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있는데?"라고 의심하실 수 있어요. 맞습니다. 쉽지 않죠. 그런데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될까요? 아무것도 안 하면 다가올 변화의 물결에 그냥 휩쓸려 갈 뿐입니다.
25)삼성전자를 떠올려보세요. '옴니아'라는 최악의 스마트폰을 만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안드로이드와 손잡고 갤럭시S를 만들어서 애플 아이폰에 유일하게 맞서서 살아남았습니다. 현대차도 이제 엔비디아의 손을 잡고 나아가려 합니다.
26)한 달 전에 하워드 막스가 한국에 왔었습니다. 지난번 편지를 통해 하워드 막스 강연회에 갔었다고 말씀드린적이 있는데요. 여전히 그가 한 말이 들립니다. "AI는 버블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 주식시장은 지금 비싸다. 오랫동안 살아남으려면 위험관리를 잘해야 한다"
27)정확한 말입니다. AI는 버블이 아니니 투자하되, 비쌀 때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에 투자하라는 조언이었습니다. 현대차도 이제 AI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PER은 이제 조금 올라서 6배입니다. 밸류는 나름 합리적입니다. 테슬라의 40분의 1 밖에 되지 않아요. 그런데 피지컬 AI라는 똑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28)AI 끝판왕 '피지컬 AI'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옴니아가 될지, 갤럭시S로 챔피언이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눈치를 챘어요. 현대차의 PER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선풍기가 에어컨이 되는 마법이 시작된건지도 모르겠네요.
29)물론 결과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 현대차그룹은 절박합니다. 최근에 한국에 출시된 테슬라의 FSD(완전자율주행)는 충격적이었습니다. 100%는 아니어도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자율주행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뒤에서는 중국 전기차 회사들이 미친듯이 쫓아오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망하는 세상입니다. 현대차그룹은 뭐라도 해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몇 년 후에는 옴니아가 될 수도 있습니다.
30)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났습니다. 현대차의 피지컬AI 성공을 응원하면서 이번 편지를 마무리하겠습니다.
12월 들어서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감기 주의하시고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12월 7일 염승환 이사 드림
1 week ago (edited) | [YT] | 7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