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다캠프

우리집에는 도도, 금순, 딱지 세 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어요.
쉐프인 큰아들이 대학 4학년 때 미국 플로리다에서 일 년간 인턴쉽을 했고 그때 동물보호소에서 미쿡 스트릿 출신인 도도를 입양했죠.

고양이를 싫어하다 못해 무서워하던 저는 도도를 기르며 지구최강 치명적 매력을 가진 고양이 덕후가 되었지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길거리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소위 캣맘이 되었습니다.

캣맘이 된 첫 해 겨울, 유독 추웠던 그 해 겨울에 저는 늘 울고 댕겼어요. 눈 위에 찍힌 야옹이들의 발자국만 봐도 눈물이 났죠. 그러다 만난 게 금순이였습니다. 비쩍 마른 모습에 임신을 해서 배만 뽕야하게 불러서는 대형마트 주차장 앞에서 뒹굴거리며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구걸하던 길냥이.

유기묘였던 금순이는 개냥이였고 시계도 없는 주제에 새벽기도 가는 시간을 어떻게 아는지 어김없이 옷가게 차양 아래서 컴컴한 새벽시간 변함없이 저를 기다렸고 늘 맛난 캔과 사료를 얻어먹으며 살았습니다.

6마리의 새끼를 낳은 금순이는 그 작은 몸뚱이로 자기보다 두 배는 더 되는 몸집을 가지고 동네 대장 노릇을 하는 양순이의 공격을 힘겹게 막아내며 새끼들을 지켜냈죠.

결국 새끼 세 마리는 일찌감치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나머지 새끼들과 금순이까지 지켜내기가 버거웠던 저는 새끼들이 어느 정도 자란 후 금순이를 옆동네에 입양보냈습니다.

밤이 되면 새끼들이 잘 못 될까 열댓번씩 들락거리며 맘을 졸였지요. '치즈'라는 동네 바보형아 같은 차칸 고양이가 기특하게도 뚜니, 레오, 딱지와 함께 있었지만 그야말로 함께 있는 것 외엔 해 줄게 하나도 없는 치즈였어요.

그날도 변함없이 밤 12시에 나가 맛난 간식 먹이고 들어왔는데 새벽에 나가보니 애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겨우 구석에 숨어 덜덜 떨던 레오와 딱지를 찾았지만 끝내 뚜니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레오는 강남으로 입양갔고 딱지는 우리집으로 들어와 가족이 되었습니다.
(입양보낸 금순이가 지금 왜 우리집에서 살고 있는지는 다음편에)

주일 저녁에 그 레오를 만나러 갔습니다.
벌써 6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레오아빠와 소식을 쭉 주고 받으며 사진도 영상도 보고 있었지만 레오를 실제 만나는건 처음이었어요.
어찌나 설레든지요...

역시 유전자의 힘은 무섭네요.
식탐 많은 딱지와 체형도 똑같고 어쩜 눈빛, 말투가 저리 같을까요. 참 신기합니다.
길거리 밥엄마였던 저를 기억할 리는 없지만 다행히 겁이 없는 개냥이인지라 그동안 참아왔던 뽑뽀를 백만번은 해줬습니다.
같이 사는 치즈냥 치치도 엄청 착하고 순해서 계속 벌러덩을 하며 첨보는 손님 접대를 착실히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레오는 완전 뚱냥이더군요.
제가 고양이 확대범에게 레오를 입양보낸 거였어요.
하지만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고양이 확대범이 잘 생기고 목소리가 아주 좋거든요.
특히나 자기몸도 몇 년간 확대를 한 흔적이 여실히 보여서요 ㅋㅋㅋ

브런치카페에 가서 그 고양이 확대범과 고양이를 원래 좋아하는 둘째 아들과 감바스랑 음... 들었지만 전혀 생각나지 않는 제목의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녹록치 않은 세월을 살아내느라 늘 마음이 편치 않은 요즘이지만 때로는 선물 같은 시간들이 주어집니다.

1번 감바스와 오믈렛
2번 착한 치치와 레오
3번 모름
4번 모녀지간인 딱지와 금순이
5번 광합성 중인 까칠한 도도와 금순, 딱지

3 years ago (edited) | [Y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