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박국 아티스트 연구소

EBS 라디오 이승열의 세계음악기행에 4주간 출연해 한국, 일본, 프랑스, 영국까지 전 세계의 일렉트로닉 음악을 선곡했습니다. 현재 ‘일렉트로닉 음악’ 장르에 한정된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기회가 될 때마다 사람들에게 일렉트로닉 음악의 매력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매번 선곡한 음악을 미리 듣고 오셔서 감상을 전해주는 이승열 님과 열린 마음의 세계음악기행 청취자 분들 덕분에 따뜻한 말 들으며 감사한 마음으로 노래 틀고 소개하고 왔네요.

(선곡표는 이미지로 첨부했습니다. 이미지를 슬라이드 해보세요.)

4주간 방송을 하며 두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 일렉트로닉 음악 사운드라는 건 존재할까?
일본, 프랑스, 영국 모두 파이오니어의 영향과 이를 통해 형성된 신을 바탕으로 각 국가만의 사운드가 있는 나라죠. 이번에 정리해 들으니 다시 한번 체감이 되더라고요. 그렇다면 한국의 일렉트로닉 음악 사운드라는 건 존재할까요? 나름 이를 의식한 시도는 이어지고 있지만… 그걸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그건 한국 일렉트로닉 음악의 사운드라고 할 만큼 보편적인 사운드일까요? Beep3 전시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제외하고 제가 정리한 한국 일렉트로닉 음악 신의 역사는 200자 원고지 25매 정도입니다. 아직 이 정도 역사를 가진 곳에서 이런 걸 바라는 건 어려운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작지만 다양한 주체를 통해 꾸준히 재미있는 작업과 이벤트가 생겨나고 있으니 언젠가 한국의 일렉트로닉 음악이란 이런 것이다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국가의 사운드란 무엇일까?
4주간의 방송 마지막 곡으로 Asian Dub Foundation의 ‘Real Great Britain’을 선곡했습니다. ‘세계음악기행’이기에 ‘세계‘라는 개념에서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었어요. ADF의 멤버는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중국 인 등으로 구성되어 있죠. 이들의 이름 중간에 쓰인 ‘Dub’은 자메이카에서 파생된 장르이자 방법론입니다. 자메이카의 사운드 시스템과 덥은 영국 언더그라운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쳤죠. ‘Real Great Britain’이라는 곡은 제목과 달리 진짜 위대한 영국이 아니라 이민자를 향한 차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언더그라운드 문화는 다양성을 바탕으로 꽃을 피우고 성장합니다. 한국에서 이태원이 언더그라운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메카인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일 테고요. 지금 한국에서는 어느 때보다 이민자를 향한 혐오 정서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얼마전 중국계 한국인 래퍼가 한국의 차별과 혐오를 노래한 랩을 들었어요. 과연 그는 한국의 ADF가 될 수 있을까요? ‘Real Great Britain’이 수록된 <Community Music>은 영국 앨범 차트에서 20위에 올랐고, NME의 올해의 앨범과 트랙에 뽑히기도 했는데요. 과연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한국은 어느 곳보다 빠른 나라고 10년, 20년 뒤 한국은 지금과 전혀 다른 나라가 되어 있을 겁니다. 그때 우리는 어떤 목소리를 듣고 말하게 될까요. 부디 한국이 다양한 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뱉고 이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많은 나라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부터 그래야겠죠? 🩵

4주간 방송 들어주신 분, 이승열님, 최세희 누나, 방성영 PD 님 모두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저나 다른 음악가들 출연해 일렉트로닉 음악 선곡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

3 months ago | [YT] |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