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지명받은 강선우입니다.

어제 부산에서 화재 사망 사건이 있었습니다.
화마로 희생된 일곱 살, 열 살 아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만지고 싶고, 볼을 비비고 싶고, 안고 싶은 내 새끼들을 잃고,
그 아이들을 가슴에 품은 채 시간을 견뎌내셔야 할 부모님들께
어떤 말씀을 드리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이 자리에 서기 전까지 내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정치가 실패하면 사랑이 무너집니다.
도처에서 예외 없이 그렇습니다.
부모님께서 새벽에 일을 나가셨던 그 시간에
돌봐줄 어른 단 한 명만 있었더라면,
가족 곁에 ‘국가’라는 돌봄 시스템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
안타까움이 알람 소리처럼 계속해서 제 마음을 깨웁니다.

정치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
태어나면서 주어진 것들로 인해 차별 또는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입체적이고 경도되지 않은 시선으로 살피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편견과 갈등이 대한민국의 성장 추동력을
발목 잡지 않도록 조정하고, 때로는 결단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조정과 결단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제가 지겠습니다.

한 사람과 인연을 맺고, 그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
꽤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저의 최선과 진심을 다하겠습니다.

가난한 아이가 가난한 청년이 되지 않도록,
가난한 청년이 가난한 노후를 맞지 않도록,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비범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길을 만드는 데 제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잘 해내고 싶습니다.

더 아픈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저의 몸과 마음이 흐르도록 하겠습니다.
국민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더 낮은 무릎으로, 몸을 기울여 듣겠습니다.
뙤약볕에 서 계시는 국민께는
남루하고 작을지라도 양산 같은 존재가 되어드리겠습니다.
폭우 속에서 비를 맞으실 때는 그 곁에서 함께 맞겠습니다.

앞으로 변화가 예상되는 우리 부가
저 개인 강선우나 정부의 성과가 아닌,
‘국민의 삶’이라는 발을 따뜻하게 감싸는 흙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남은 모든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말씀으로
소감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5.06.26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첫 출근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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