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읽어주는 남자

"어쩔 수가 없다."








뭇 사람들은
내가 세상의 길을 포기하고
'복음의 길'을 걷는 것을
대단하게 여긴다.


그러나 사실은 조금 다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결단으로 세상의 길을 버린 게 아니다.


만일 그랬다면
칭송받아야 마땅하겠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조금 더 직관적인 예를 들어보자.


내가 금과 은괴를 훔치지 않은 건
그저 내 주변에 훔칠 만한 금과 은괴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음란에 빠지지 않은 건
그 음란을 함께할 이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자기애에 깊이 빠지지 않은 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흰머리가 자라났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복음을 전하게 된 것은—
물론 기쁨과 하나님의 사랑,
그리고 그것만이 내 삶의 의미가 된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 외에 한눈팔 만한 것들을
하나님께서 싹 다 정리해 주셨기 때문이다.


이성과 자극적으로 노닥거릴 시간과 관계,
돈이 잘 벌려 사치를 즐길 기회,
멈출 수 없는 젊음이 외모로 드러나는 욕정까지—


그 모든 것들이 은유가 아니라
실제로 내 삶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세상은 이것을 고립과 실패,
안쓰러움으로 보지만—


성경은 이것을 '복'이라 부른다.


우습지 않은가?


내가 복음을 전하는 것은
분명 기쁨과 성령의 충만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말하면
"어쩔 수가 없다"이기 때문이다.


교회 안의 은어로 말하자면
[주님께 붙들려 온 포로]다.
좀 우습지만—정확하다.


솔직히 말해, 지금이라도 내 주변에
나를 조금이라도 자극하는 이성이 있다면


나는 금세 유혹에 빠져—
입술이 닿기도 전에 혀를 내밀고 말 것이다.


아직 젊음의 욕정이
탄탄한 피부로 빛나고,
돈도 손쉽게 들어오는 환경이었다면—


나는 복음이 아니라
사치와 향락을 쫓았을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자신의 사람을 이끄실 때
고난과 가난—
그리고 바울에게 주셨던 가시와 같은
"어쩔 수가 없다"의 환경을 허락하신다.


그것이 광야요, 내가 마셔야 할 잔이며
예수님의 십자가에 동참하는 길이다.


그래서—어쩔 수가 없다.


난 복음의 포로가 된
기쁨에 미쳐 날뛰는 자다.


그러니 부탁드린다.
유혹하지 말아 달라.


아니, 당신이 가만히 있어도—


내 눈엔 아직 정화되지 못한
폭풍 같은 정욕의 씨앗이 남아 있다.


돈 되는 이야기,
복음을 꺾고 요란하게
내 이름을 날릴 수 있는 기회들—


그런 것들을 내게 들이밀지 말아 달라.


하나님이 날 지켜 주시겠지만
언젠가는 시험으로 다듬으시는 때가
머지않아 올 것이다.


어쩌면 나는 곧장 넘어져
여러분에게 어이없는 허망함을 남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다시 복음에 붙들린 나를
기대해 달라.


나도 방금
여러분을 위해 기도했다.


그러니 여러분도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


어쩔 수가 없다.

1 week ago | [YT] | 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