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의 인벤토리

반갑습니다 근 한 달 간 실종됐던 아이템입니다.
잠수타다가 갑자기 뭐하러 왔냐구요?
수능 응원하러 왔습니다.
이번에 수능 보시는 수험생 여러분들,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다들 제 실력 발휘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더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
여러분도 지금 그런 생각이 드시겠지만 저는 고3때 수능 망하면 인생 망하는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정시 파이터(사실 그냥 수시가 망한거임..)였어서 더더욱 그랬구요.

저 학생 때는 말이죠.
인생의 분기점 이라하면 수능, 취업, 결혼, 자녀 이렇게 넷이 사황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와..수능이 취업, 결혼, 자녀 급의 분기점이야? 그럼 쥰내 중요한거네?’
하며 아주 큰 부담감을 짊어진 채로 수험장에 들어갔어요.
그렇잖아요 분기점이면 노말 엔딩이나 배드 엔딩이냐 트루 엔딩이냐 갈리는 순간인데;

그래서 수능은 어떻게 됐냐, ㅋㅋ잘 봤겠음?
집에 와서 가채점하다가 너무 열받아서 컴싸 부숴먹었습니다.
근 20년을 말아먹었다는 좌절감, 남들보다 뒤쳐질거란 열패감 등등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꽤 긴 시간동안 우울하게 지냈어요.

제 주위에도 고점 뚫은 친구, 실력대로 나온 친구, 저처럼 개 말아먹은 친구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있었는데요
10년이나 지난 지금은 어떻게 됐냐,
의외로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
또, 수능 고점 뚫었던 친구가 유독 잘 사는 것도 아니구요.
개 말아먹은 친구가 유독 못 사는 것도 아닙니다.
대학이 제시해주는 이정표는 분명 도움은 되지만 대부분에게 정답이 될 수는 없었구요.
진부한 말이지만 각자는 각자만의 인생이 있었습니다.

말이 좀 긴데 요지는 지금이야 수능이란 분기점이 너무 거대하게 느껴지겠지만
사실 당장 눈 앞에 닥쳐서 원근감 때문에 거대해 보이는거지,
지나와보니 개 쪼꼬맣더라 이겁니다.

그리고 옛날 게임에서야 분기점에서 선택 한 번 잘못하면 막 엔딩 루트 영원히 막히는데
발더게3 해보니까 요즘 게임은 선택 좀 잘못해도 뒤에서 충분히 무마할 수 있더만요.
똑같습니다, 수능 이후에도 여러분은 수 많은 분기점을 맞닥뜨릴 것이고
그 선택들의 합이 여러분 각자만의 인생을 만들어줄 겁니다.

그러니 너무 부담감 느끼지 마시고, 긴장감은 조금 내려놓고
각자 준비해온 만큼의 결과를 가져가시기 바라겠습니다.
저도 님들 고생하고 돌아오는 마당에 좀 웃고라도 가시라고
이번 주부터 채널 재가동 시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다들 고생많으셨고 화이팅입니다!
꼭 웃는 얼굴로 ㄸㅂㅈ

10 months ago | [YT] | 2,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