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가정 [과테말라 미션 라이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나라 대한민국.

계절 따라 의상도 음식도 문화도 달라지는 다양한 멋이 있는 나라 대한민국.

그곳에서 40년 넘게 살아오면서 손에 꼽을 만한 좋은 날씨는 몇 번이나 있었을까?

여름은 너무 덥고 겨울은 너무 추워 좋은 날씨라 할 만한 때는 봄, 가을이었다.

햇살 가득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땀이 나지 않는데 춥지는 않은 날씨.

기억 속에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한국을 떠나면서 가족들의 겨울옷을 모두 처분했다.

쓸만한 것은 나눠주고 대부분은 헌 옷 가게에 팔았다.

족히 100kg이 넘었다.

미련 없이 겨울옷을 버릴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온 과테말라가 365일 봄 날씨다.



내가 사는 과테말라 시티는 원래는 더워야 할 햇살이지만 해발 1500m 고산이다.

지리산 천왕봉 높이에서 살고 있다.

지금은 우기지만 세차게 비가 내리고 나면 금세 맑게 갠다.

건조한 날씨라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다.

땀이 잘 나지 않고 긴팔 반팔 무엇이든 괜찮다.



과테말라 뜻 자체가 "영원한 봄의 나라"라는 뜻이다.

1년 내내 큰 기온 변화가 없는 과테말라에서 인생 최고의 날씨라 할 수 있는 날이 계속된다.

하늘은 맑고 구름은 빠르게 지나간다.

사진을 찍으면 보정이 필요 없을 만큼 잘 나온다.



이곳 일상이 단순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365일 거의 같은 날씨가 계속된다.

그것도 아주 좋은 봄 날씨로...

오래 사신 분들은 한국 날씨가 그립다고들 하는데 난 아직까지는 여기가 훨씬 좋다.



한국에 연일 폭염과 장마로 긴 여름을 힘겹게 보내고 있다고 한다.

에어컨, 선풍기 없이도 봄 날씨를 만끽하고 있는 지금의 사치가 좀 더 가치롭다.

3 years ago | [Y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