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그라프

오늘 1년, 혹은 그보다 더 많은 해를
짊어진 하루를 보낼 여러분께.
그 하루를 미리 보냈던 사람으로부터 보내는 편지입니다.

여러분,
수능 샤프는 꼭 잘 간직하세요.
잘 간직해도 잃어버리기 때문에 정말 잘 간직하셔야해요.
잃어버린 사람으로 말씀드립니다.

내년 다이어리는 꼭 오프라인으로 구매하세요.
수능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1년, 그보다 훨씬 많은 날들이
펼쳐져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고,
멋진 다이어리를 선택하세요!

마음이 작아지고, 미래가 불확실해지면
밖으로 나가 정처없이 걸어보세요.
계절이 바뀌어 바람이 차지만
나무에는 아직 단풍이 들어있고,
사람들은 저마다 제각기 옷차림을 하고 거리에 있습니다.

그게 인생인 것 같아요.
같아요, 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나이가 먹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마침표가 있어도 끝나지 않고,
그 ‘마침’ 또한 어디서 억지로 만들어낸 것들이죠.
마쳤지만 오늘과 똑같은 하루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집니다.

모두가 같은 삶을 산다면 편할텐데
모두와는 모양도, 색도, 질감도 다른
나라는 사람이 결국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많은 날을 살아가야 해요.

그 사람을 수고했고 잘했다고 보듬어주세요.
그 사람과 함께 내년,
그보다 더 먼 미래를 그리시기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페이지그라프 드림.

1 month ago | [YT] |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