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심 FOXIM

🎄《그릴라의 촛농 놀이》 - 선물은 내가 아니라니까

조용한 밤이었다.
눈이 소복이 쌓인 베이스 위에 무릎을 꿇자,
방울이 달린 리본이 살짝 흔들렸다.

“이거 말이야…”

나는 양초를 들고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따뜻한 불빛이 내 뺨을 비추고,
초에서 녹아내린 흰 액체가 천천히 손끝을 타고 흐르기 시작한다.

“보통은 조심하라고 하지.
뜨겁다고, 위험하다고.
하지만 난… 이런 거, 참 좋아.”

내 목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묽은 액체는
너무도 유혹적인 곡선을 따라
가슴골을 지나, 배 위에서 잦아든다.

“응… 하, 참을 수 있어?”

나는 고개를 들고, 너를 바라봤다.
너는 말없이 서 있었지만, 눈빛은 이미 내 장난에 휘말려 있었지.
그 시선, 난 너무 잘 알아.

“그렇게 보면… 안 되지. 아직 선물은 열지도 않았는데?”

내 손끝이 리본을 잡는다.
가슴을 가로지른 얇은 천 위로 매달린 장식 리본은,
한 번만 당기면 벗겨질 만큼 느슨하게 묶여 있다.

찰칵—

방울이 울리고,
목에 걸린 초커가 가볍게 흔들린다.

나는 다시 무릎을 모으고 앉는다.
무릎 아래엔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들이 너저분하게 펼쳐져 있고,
그 위로 흘러내린 초의 잔열이 은은한 빛을 낸다.

“너는 나를 열고 싶은 거야,
아니면… 내가 널 열어줄까?”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을 뒤로 젖혔다.
초승달 장식이 등 뒤로 휘어지며
마치 내 등 뒤로 커다란 날개가 자라나는 것처럼 보였지.

그건 내게 날 수 없는 장식이지만,
대신 사람의 마음을 날려버릴 수 있는 장식이기도 해.

“내가 만든 장난감 중에… 너처럼 오래 버티는 건 처음이야.”

나는 웃었다.
진짜로 유쾌한 웃음이었고, 동시에
너무도 치명적인 미소였지.

‘지금부터는 놀이가 아니야.’

내 속의 무언가가 그렇게 말했어.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놀이야.
모든 건 놀이니까.

초의 불빛이 점점 줄어든다.
이 장난의 끝은 언제일까.
정말 끝은 있을까.

나는 너를 향해 몸을 기울인다.
한 손에는 아직 따뜻한 양초,
다른 손은 선물 상자의 끈을 가만히 어루만지며.

“그냥 보기만 할 거야?
아니면, 같이… 녹아볼래?”

#COSMOSSORA #PredatorGrilla #그릴라 #DestinyChild #데스티니차일드 #서큐버스피규어 #크리스마스피규어 #GrillaSantaVer

1 week ago | [YT] |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