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곡은 정권에 의해 연주할 수 없게 된 곡이라면 반대로 작곡가 스스로 발표하지 않은 작품도 있다. 흔히 '책상 서랍 속의 작품'이라고 부르는데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4번이 대표적이다. 오페라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로 호된 시련을 겪은 작곡가가 발표를 미뤘던 곡이다. 완성 사반세기 이후인 1961년에야 뒤늦게 빛을 보았다.
흥미로운 건 작곡가의 목숨을 구했던 '탄원서' 같은 교향곡 5번은 지금도 인기곡인데 비해서 이 곡은 여전히 연주 기회가 드물다는 점이다. 올해 롯데콘서트홀의 '클래식 레볼루션' 가운데 경기 필하모닉(지휘 샤오치아 뤼)의 연주회를 찾은 이유이기도 했다.
음악이든 영화든 철없던 시절에는 단순하고 명약관화한 것들에 이끌렸는데, 나이가 들면서 반대로 불확실하고 모호한 것들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 교향곡이 그렇다. 왜 썼을까, 왜 서랍 속에 넣었을까, 왜 뒤늦게 다시 꺼냈을까. 경기 필은 외향과 내면적인 단락들을 칼로 두부 자르듯 일도양단하는 경향은 있었다. 하지만 1시간여에 이르는 장거리 코스를 무사 완주하는 저력을 보였다.
앞선 전반에는 같은 작곡가의 첼로 협주곡 2번을 첼리스트 최하영이 협연했다. 이 협주곡 2악장에는 우크라이나 민요에서 비롯한 주제가 나온다. 예전 교향악축제에서 '빵 사세요'라는 가사를 붙여서 부른 적이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격정과 탄식이 어우러진 이런 곡들을 협연하기 위해선 작두 타는 듯한 결기가 필요하다. 최하영의 첼로는 20세기 작품들과 '맞춤복'처럼 잘 어울린다. 언제 보아도 신기했다. #최하영#샤오치아뤼 아뤼 #경기필하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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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클래식 레볼루션
금지곡은 정권에 의해 연주할 수 없게 된 곡이라면 반대로 작곡가 스스로 발표하지 않은 작품도 있다. 흔히 '책상 서랍 속의 작품'이라고 부르는데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4번이 대표적이다. 오페라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로 호된 시련을 겪은 작곡가가 발표를 미뤘던 곡이다. 완성 사반세기 이후인 1961년에야 뒤늦게 빛을 보았다.
흥미로운 건 작곡가의 목숨을 구했던 '탄원서' 같은 교향곡 5번은 지금도 인기곡인데 비해서 이 곡은 여전히 연주 기회가 드물다는 점이다. 올해 롯데콘서트홀의 '클래식 레볼루션' 가운데 경기 필하모닉(지휘 샤오치아 뤼)의 연주회를 찾은 이유이기도 했다.
음악이든 영화든 철없던 시절에는 단순하고 명약관화한 것들에 이끌렸는데, 나이가 들면서 반대로 불확실하고 모호한 것들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 교향곡이 그렇다. 왜 썼을까, 왜 서랍 속에 넣었을까, 왜 뒤늦게 다시 꺼냈을까. 경기 필은 외향과 내면적인 단락들을 칼로 두부 자르듯 일도양단하는 경향은 있었다. 하지만 1시간여에 이르는 장거리 코스를 무사 완주하는 저력을 보였다.
앞선 전반에는 같은 작곡가의 첼로 협주곡 2번을 첼리스트 최하영이 협연했다. 이 협주곡 2악장에는 우크라이나 민요에서 비롯한 주제가 나온다. 예전 교향악축제에서 '빵 사세요'라는 가사를 붙여서 부른 적이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격정과 탄식이 어우러진 이런 곡들을 협연하기 위해선 작두 타는 듯한 결기가 필요하다. 최하영의 첼로는 20세기 작품들과 '맞춤복'처럼 잘 어울린다. 언제 보아도 신기했다. #최하영 #샤오치아뤼 아뤼 #경기필하모닉
2 days ago | [YT] |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