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라_이상을 위한 일상

『아직 가격이 눌려져 있는 곳도 있네요』

발걸음이 가는 곳에 기회가 있는 건 확실하다.
그러나 그 발걸음이 '올바른' 곳으로 가야 확실한 기회가 잡히는 거겠지만 말이다.

30대 중반의 결혼예정인 의뢰인은 이미 집을 사기 위한 모든 준비가 되어 있었고, 정책이 막고 있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안정적인 소득, 안정적인 저축액을 가진 그들은 토지허가거래구역에서 가장 좋은 기회를 잡을 사람들이었다. 광화문과 문정으로 출퇴근 하는 그들은 12억대 내집마련을 원했다.

호가가 높고 물건이 많이 거두어진 상황에서 실거주집을 구하기 어렵다고들 하지만,
놀랍게도 아직까지 가격이 눌려져 있는 곳도 많다. 그 이유는 매도자 중 단지 내 오픈채팅방에 가입이 안되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거나, 토허제로 몇년이나 더 묶여 있어야 할지 모르는 불안감에 현재 임차인들이 나가겠다고 하는 물건들은 생각보다 '현실적인' 가격에 나와있었다.

우리는 4개의 단지 중 단 1개의 물건만 낮에 볼 수 있었지만,
나는 내일이 토요일이라 많은 매수자들이 몰려올 걸 예상하고 동대문구의 한 단지에 딱 한개만 남은 물건에 약정금을 먼저 넣자 했다.

충분히 매력적인 가격이었고, 전혀 손 댈 곳 없을 만큼 수리가 잘 되어있는 상태라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괜히 내일 줄 서서 보다가 뺏기는 일이 없도록 손을 썼다.

오늘 의뢰인 또한 결정을 힘들어하고, 끝없는 고민속에 갇혀서 매수가 늦어진 사람이었지만, 오늘 결국 그는 나 때문에 그 고민을 덜고 결정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내일 그는 다른 매수자들을 뒤로하고 예비신부와 둘이서 그 집을 보러가게 된다.
걱정이 많았겠지만 나는 그들이 그 집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아주 표정이 밝을거라 생각한다.

3 days ago | [YT] |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