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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증후군 윤호] 윤호가 두돌이 되어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숨쉬기 힘들 정도로 더운 날씨지만
파릇하고 청량한 하늘에 눈이 즐거운 여름입니다.

며칠전 7월 7일, 윤호는 두돌이 되었습니다.
백일까지 살아줘서 고맙다고
백일상을 차리던게 엇그제 같은데,
벌써 두돌이라니요.

윤호가 태어났을땐 장마철이라
비가 참 많이 왔습니다.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숨이 가빠
대학병원 중환자실로 가고
젖도 한번 못 물려본채 혼자 병원에 있을때,
아기가 다운증후군 같다는 말을 듣곤
밖에서 주르륵 내리는 비와 함께
펑펑 울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빨리 좋아지겠지라는 기대를 못버려
그곳이 감옥이 될 지도 모르고
혼자 조리원을 들어갔는데,
방에 갇혀 창밖의 비만 쳐다보며
옆방에서 나는 다른 아기 울음 소리에
종일 눈물로 유축했던 기억이 납니다.

쓰라린 마음과 아픈 몸, 조이는 심장때문에
고통스럽게 홀로 버틴 그 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 같습니다.
눈앞이 캄캄하고 무섭고 괴롭고....

그래도 이제는 무섭지 않습니다.
곁에서 지켜주는 가족들과
이렇게 응원해주시는 여러분이 있으니까요.
그 덕에 웃음을 되찾았고,
눈물로 보낼줄 알았던 두돌 생일을
종일 웃으며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정말 깊이 감사드립니다.

7월 7일은 남편이 당직이기도 하고
윤호가 어린이집과 재활을 가야하기에
하루전 7월 6일 일요일,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집에서 생일파티를 했습니다.
비록 좋은것도 못해주고 어디 여행도 못가지만,
최선을 다해 축하해주려 했습니다.

미역국에 생선, 소고기, 나물로 멋진 생일밥도 해주고
셀프촬영 소품을 대여하여 예쁜 사진도 찍었습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즐거운 생일파티를 한 뒤
한숨자고 일어나 집근처 음악분수에서
물놀이도 하고 왔습니다.

생일 당일엔 어린이집에서 생일파티를 해주셔서,
친구들과도 멋진 생일 잔치를 했답니다.
이틀간 윤호는 종일 기분이 날아갈듯 좋다보니
신나게 먹고 놀면서 잠도 안자려 했어요.

비록 콧물때문에 네달째 약을 먹고있고,
중이염은 다 나았지만
귀에 물이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벌써 세달만에 중이염이 두번 왔는데,
중이염이 자꾸 오거나 귀에 물이 계속 안빠진다면
시술을 해야한다고 해요.
그렇지 않기 위해 컨디션 관리를 잘 하라고 했습니다.

저번달말 윤호는 안과와 갑상선 검진을 다녀왔습니다.
고도 근시가 좋아지지 않았지만
다행히 더 나빠지지도 않았어요.
다만 왼눈은 각막 상처가 좋아지고 있는데,
오른눈은 여전히 심해 약의 농도를 높이고
더 자주 넣기로 했습니다.
이젠 2시간마다 넣어야하니 칭찬을 많이 해줘도 
윤호가 안약 넣길 조금 힘들어해요.
눈뜨고 자는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데
그게 쉽지 않으니까요.

갑상선도 이번엔 비정상으로 나왔습니다.
정상 한번, 비정상 한번의 패턴이다보니
교수님께서 주기적으로 계속 체크해보자 하셨어요.

그리고 갑자기 혈소판 수치가 낮게 나왔습니다.
감기약을 너무 오래 먹어 그럴 수도 있을것 같지만
이것도 좀 더 지켜봐야할것 같다고요.
안그래도 피가 잘 멈추질 않더라고요.
상처가 나지 않도록 부쩍 신경쓰고 있습니다.

기대한 것에 비해 결과가 좋지않아 조금 속상하지만
그래도 요즘 굉장히 잘먹고 잘자니
나아질거라 기대를 걸어도 될것 같아요.
예전에는 뭐하나 안좋다는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쿵 내려앉고 마음이 찢어지는듯 속상했어요.
그런데 이젠 좌절부터 하기보단
희망을 먼저 찾고 있습니다.

다행히 콧물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밥을 잘먹게 되었습니다.
반찬도 골고루 잘먹고 밥도 다먹고
후식까지 다 먹는답니다.
한달만에 살도 키도 쑥 자라서
키 82센치에 몸무게는 10.3kg가 되었어요.
많이 컷지요?
이제는 밤에 코막혀 깨지도 않고
11시간 푹 잔답니다.
잘먹고 잘자니 컨디션이 좋아져 놀기도 참 잘놀아요.
그러니 많이 좋아질거라 기대해봅니다.

가족이 건강해지니 요즘 웃는 날이 더 늘었습니다.
저도 건강을 챙기려 재활운동도 하고 치료도 다니고요.
몸아픈게 조금 나아지니 더운 여름이지만
웃음으로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한때는 윤호가 아픈몸으로 세상을 살아가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잘 살아갈 수 있을까를
많이 걱정하고 속상해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건강하게 살면서
주변 사람들과 웃고 행복한 날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삶일거란 생각이 듭니다.
저 조차도 잘 살지 못하면서 윤호에게
잘 살길 바라는건 욕심인것 같아요.

윤호를 보시며 응원해주시고 웃어주시는 덕분에
같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얻고 있습니다.
많이, 정말 많이 감사드립니다.
사실 아직도 마음 한구석 아픔이 남아있지만,
가끔 눈물이 벅차올라 혼자 울기도 하지만,
그것이 저를 무너뜨리지는 못하도록
조금씩 강해지고 있습니다. 

아직 걷고 말하지도 못하는 윤호도
정말 조금씩 성장하며 발달하고 있습니다.
두 돌이 되자 한손만 잡고 한발 떼기에 성공했어요.
엇그제는 재활에서 한손잡고 네다섯발짝,
어제는 집에서 한손잡고 세네발짝 걸었어요.
올해 안에는 걸을 수 있지 않을까요?
윤호가 걷고 뛰는 날을 두근거리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말도 하고 싶어해요.
아직은 비록 입술소리인 '아 빠 뿌 야 어 여 엄 마'
정도밖에 못하지만
혀를 사용하는 소리인 '따따'를 엄마가 해주면
열심히 보고 엄마 혀도 눌러주고 한답니다.
말이 하고 싶어 자기 딴엔 아야어여 하며
옹알이하며 표현하려해요.
윤호가 가장 먼저 할 첫 단어가 무엇일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물'을 먼저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윤호는 물을 잘 안먹어서 목이 언제 마른지 몰라
수시로 물을 주다보니 거부할때가 많아서요.
엄마에게 '물 주세요~'하며 손내미는
귀여운 모습을 열심히 상상하고 있습니다.

오늘 윤호가 갑자기 처지기 시작해
걱정되어 오후에 병원을 가보니,
수포는 안났지만 수족구같다 하셨습니다.
완전 초기인것 같다고요.
물만 마시려하고 밥을 잘 안먹으려 해요.
입을 자꾸 오물거리고 혀를 계속 만지는데,
혀에 수포가 올라오려해서 그런것 같다합니다.
오후 늦게부터 미열이 나기 시작하면서
피곤해하기에 일찍 재웠습니다.
밤에 고열이 날 수도 있다해서 오늘은
보초를 서야할 것 같아요.
요즘 한창 잘놀고 잘먹어서 살도 올라오고 좋았는데,
다시 살이 쏙 빠질까 걱정입니다.

어린이집 같은 반에 다른 아이가
어제 수족구 확진되어 나오지 않았다고 하는데
윤호도 옮은것 같습니다.
면역력이 약한 윤호다 보니
수족구를 처음 겪는 것이라 걱정이에요.
무사히 조용히 지나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오늘 사진은 윤호 두돌 기념으로
집에서 셀프 촬영했던 마당쇠 컨셉과
생일 파티후 물놀이하러 음악분수 갔던 사진,
어린이집에서 생일파티했던 사진을 올립니다.
윤호가 첫돌때 마당쇠 컨셉을 찍었었는데
1년 뒤의 모습을 비교해보고 싶어
다시 마당쇠 컨셉으로 찍었어요.
내년에는 늠름하게 서있는 모습의
마당쇠를 찍을 수 있을까요?

윤호의 두번째 생일을
축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행복은 작다보니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잘 보이지 않고 찾기가 힘들 수 있습니다.
잠시 무거운 삶은 저기 내려놓고
쪼그려앉아 작은 행복을 찾아 누려보아요.
그 행복으로 힘을 내는것 같습니다.
먼저 건강이 있어야 힘도 내고 행복도 찾겠지요.
그러니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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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 후원계좌는
신한 110-569-820014 오윤호 입니다.
보내주신 후원은 윤호를 위해 아껴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 month ago | [YT] | 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