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열한 리뷰, 튜나의 채널입니다.
객관적보다는 주관적, 예의와 배려보다는 솔직함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튜나

굿뉴스(넷플릭스) 후기
(내리시면 스포는 없지만 점수와 한 줄 평이 있습니다)








굿뉴스[8/10] : 껄렁한 태도로 뱉어내는 뼈있는 농담들



<굿 뉴스>는 현재까지의 변성현 감독 작품 중

커리어 하이라 표현해도 큰 무리는 아니리라 봅니다

특색 있는 화면 연출도 잘 살아있고

변성현 월드에서조차 이제는 진부해진 픽이지만

아무개의 역할에 설경구 배우 외에

딱히 다른 대안이 떠오르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상수는 고정값으로 두고

가장 큰 변수인 각본은 <길복순>보단

<나의 PS파트너>와 <킹메이커>를

좋은 의미로 합쳐 놓은 느낌인지라

그 정도로 유익하진 않지만 <빅쇼트>맛이라 표현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외교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다분히 정치적이지만

기본적으로 모두까기풍 블랙 코미디의 가벼운 태도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색 때문에 크게 거슬릴 작품은 아니구요


실화 기반이기 때문에 진정성을 얻으면서도

요즘 같은 확증 편향의 시대에 던지는 메세지도 시의적절합니다


아쉬운 점은 조금 더 깊숙히 찌르지 못했다는 점과

홈런을 노리지 않는 안정적인 코미디를 노린데 비해서

타율이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았다는 점

특히 영부인 파트는 굳이 삽입했어야 했나?

싶은 정도였다는 것 정도가 있겠네요


지금 필요성에 대한 의문점을 받고 있는

한국 영화 시장에 좋은 에너지가 될 작품입니다

한국을 까는 건, 한국 감독이 해야 하니까요

1 week ago (edited) | [YT] | 594

튜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후기
(내리시면 스포는 없지만 점수와 한 줄 평이 있습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8/10] : 몇 세대에 걸친 끝없는 싸움 끝에 다시금 묻는 영화. 지금은 몇 시인가?




일단 제가 PTA 영화랑은 이상할 정도로 상성이 안 맞습니다

잘 만들어졌다는 건 너무 눈에 보이는데 잘 와닿진 않아요
영알못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지만 흔히 최고작으로 꼽히는
<데어 윌 비 블러드>도 큰 감흥 없이 봤을 정돕니다
평소에 작가주의적 영화를 더 선호하는 스타일 상
좋아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데 이상하리만치 안 맞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PTA 영화로 리뷰를 만들어서
제가 놓치고 있는 감상 포인트를 여러분께 피드백 받고 싶을 정도입니다

평소 작가주의와 대중성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제 지론 상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도 상성만 맞았다면 9~10점을 줬을 법한 영화고
실제로도 극장서 내리기 전에 보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영화는 이민과 얽힌 문제를 다루며 일견 흔한 트럼프 까기 영화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단순한 비백인(좌파)vs백인(우파)으로 가를 수 없는 촘촘한 문제 의식들이 드러나죠
당장 디카프리오가 맡은 주인공부터 좌파 측 백인이면서 썩 본보기가 될만한 인간상은 못되며
논바이너리조차 이 영화에선 풍자의 대상에 불과합니다

세르지오의 존재가 있는 한 감독의 성향은 어쩔 수 없이 보여집니다만
단순한 정치 이념 영화로 치부하기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분야가 너무나 다양합니다
어찌보면 가족 영화이고, 어찌보면 시대를 초월해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습성에 대한 영화에요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결함을 가지고 있고
그 결함에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맞물리는 지점들이 절묘하게 하나의 이야기를 자아냅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복잡하고 머리 아픈가? 하면 이걸 또 쉽게 풀어낸다는 점이 탁월합니다

소위 말하는 '뇌 비우고' 볼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담긴 주제 의식에 비해 쉽게도 소비할 수 있고 어렵게도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출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대중적인 영화의 시도라는 측면에선
박찬욱 감독님의 <어쩔수가없다>보다 훨씬 성공적이었다고 봅니다

조니 그린우드의 섬세한 스코어도
촬영과 연출만으로 만들어낸 치밀한 카 체이싱 장면도
왜 이 영화가 북미에서 극찬을 받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분명히 대중성을 신경 썼고, 성공적인 성취를 이루었음에도
여전히 영화가 너무 섬세하다는 점인 것 같아요

층층이 쌓인 레이어가 많다 보니
맥락상 이런 의미겠구나 하고 한 번 더 곱씹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영화의 템포를 직관적으로 따라가기보다
눈으로 보고 있는 것에 비해서 머릿속은 반 템포씩 밀려서 따라가는 느낌이라
체감되는 감흥이 덜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화의 힘은 알게 하는 것보다 느끼게 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제가 PTA의 영화를 직관적으로 흡수를 못하니 안 맞아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그럼에도 8점을 줬을 만큼 영화의 완성도는 탁월하니
기회가 되신다면 꼭 영화관에서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4 weeks ago (edited) | [YT] | 508

튜나

요번 오프닝 삭제와 앞으로 채널의 방향성에 대해서




본문이 몹시 기므로 한 줄 요약 : 일단 박죠?

네 줄 요약 :
창 난 민심을 보며 셀프 점검을 하고
채널을 개선할 방법을 고민한 결과
당장 안전한 영상을 만들기보다
예전에 하던 대로 그냥 만들고 보겠습니다




구구절절 늘어놓기보단 결과물로 말하자 라는 편이라

개인적인 생각은 자주 늘어놓는 편은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이번 내용은 공유하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길게 적어봤습니다



채널 운영을 하며 늘 고민하는 점은 저는 제 작업물에 대해서 객관적일 수 없다는 겁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퇴고하고 영상을 재검토해도 결국 '내 작업'인 이상 한계가 있습니다

늘 제 영상이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의견임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부분 때문이에요

덕분에 영상을 만들 때면 외줄을 타는 기분입니다


영화에 등장한 제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그때그때 공부해서 반영할 때

페미니즘 같은 민감한 이슈에 대해 다룰 때

<봉오동 전투> 때는 채널이 날아가면 새로 파야겠단 생각을 하면서 업로드 했었죠

다행히 운이 좋아 <피의 거짓> 때를 제외하곤 큰 논란이 없었지만

말 그대로 운이 좋았고, 여러분의 호의 어린 시선 하에 굴려져 왔다고 생각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2년 이내는 대본의 유머도 많이 줄었고, 편집자 교체로 퀄도 일정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말더듬 재발 때문에 녹음 상태가 심각할 정도로 안 좋아졌는데

여전히 조회수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 건

여러분이 호의를 가지고 기다려 주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오프닝의 경우 솔직히 말하면 개인적으론 큰 타격은 아니었습니다

올릴 때부터 긴가민가해서 영상 업로드하면서부터

이번 오프닝 애매한 거 같다고 고정 댓글 써놓고 시작했고

중요한 건 오프닝이 아니라 리뷰고

감동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블랙 유머를 노린 영상이

오글거린단 소리가 나오는 것 자체가

만든 의도가 전혀 전달이 안 된 실패한 작업물이란 뜻이기 때문에

오프닝 삭제 자체는 빠르게 이루어졌습니다

삭제가 반영되는데 시간이 좀 걸렸는지 아직도 댓글엔 오프닝 얘기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지만요

종종 해왔던 얘기지만 제가 리뷰를 업으로 삼고 있는 입장에서

제대로 못하면 비판받는 것도 당연한 인과응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오프닝이 별로다는 얘기는 얼마나 많든 피드백이라 수용하고 개선하면 되니 신경 안 쓰입니다



이번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정확히는 오프닝 때문이 아닙니다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오프닝 얘기 사이사이 34분 길이 중 3분 정도만 사용된 AI 영상 때문에

영상 퀄이 쓰레기가 됐단 얘기가 좋아요를 받거나

이번 영상 대본이 별로다, 녹음이 듣기 어렵다

구독 취소하겠다 이런 얘기가 적지 않게 보이는 점 때문입니다


물론 이번 업로드에 AI영상 사용량이 늘어난 건 맞지만

AI 영상이 제 작업물에 처음 쓰이고 있는 상황도 아니고

오프닝+영상 합쳐서 5분 정도 분량을 위해

미드저니 사용량만 25시간을 찍었으니

저게 딸깍하고 나오는 결과물도 아닙니다

물론 현재 결과물이 100% 맘에 드는 건 아니지만

전 퀄리티를 올리려 쓴 AI 영상 파트가

오히려 퀄 하락의 주범이란 소리를 듣는 점이나

대본 녹음쪽도 솔직히 전 이번 대본 맘에 들고

성우 레슨이 쌓이면서 최근 1년 내 작업물 중엔 알아듣기 괜찮은 녹음이 나왔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재활 중에 그나마 나아졌다는거지 여전히 제대로 된 폼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오프닝보단 대본, 녹음 얘기에 훨씬 더 긁히고 문제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애초에 미덥지 못해했던 오프닝은 그렇다 쳐도

마음에 들었던 부분들마저 비판받는다면 제 판단력을 신용하기 어려우니까요


나이 얘기는 솔직히 채널 운영하면서

집단으로 갈라치지 말자, 혐오하지 말자, 색안경 쓰지 말자를

내내 얘기해왔는데 어떤 반응을 기대하고 던지시는 걸까 싶습니다

페미니즘 다루는 영상에서 '튜나도 어쩔 수 없는 한남이네' 소리 들을 때랑 비슷한 기분입니다

제가 뭐 피드백 수용해서 개선해드릴 방법이 없어요

제가 물리적으로 젊어질 방법은 없으니 구취 하십쇼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다시 판단력 얘기로 돌아가서 처음엔 상기한 이유 때문에 억울했습니다

AI를 처음 쓴 것도 아니고, 대본도 이 정도면 괜찮고

최근 녹음 중엔 잘 나온 건데 하면서 억울했죠

근데 생각을 갈무리하다 보니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물론 이번 영상에 문제점을 느꼈고, 계기가 됐겠죠

그런데 그동안 호의상 참아왔던

혹은 작은 목소리라 제가 깊게 신경 쓰지 못한 불만들이

켜켜이 쌓여온 게 이번 기회에 불거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오프닝 역시 그동안 매번 적절하고 완벽했던 건 아니니까요


그동안은 쌓아온 영상 덕분에 호의를 받았었다면

지금은 쌓아온 영상 때문에 불만을 받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니

억울함은 없어졌습니다

결과물로 말해야 하는 일이고

온갖 변명을 붙여도 요새 작업물이 신통치 않았던 건 사실이니까요

<헤어질 결심> 이후 개선하겠노라 선언했지만

솔직히 업로드 텀 외에는 제대로 개선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억울함이 가시니 더 큰 문제에 당면했습니다

내 폼 이전에 판단력부터 신용할 수 없다면

앞으로 영상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당장 말 나온 AI 사용량 줄이는 건 어렵지 않고, 그럴 예정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은요?

녹음이 별로니까 재활 끝날 때까지 대리 나레이션을 맡기면 될까요?

브랜딩 위주로 키우려는 제가 지향하는 방향성도 아니지만

이미 편집을 편집자로 돌리고 있는 시점에서

매 영상 20~40분짜리를 대리로 맡길 만큼 채널이 풍족하지도 않습니다


대본은 편집, 녹음 다 개판 나는 와중에도 가장 최선을 다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번 <어쩔수가없다>도 부국제에서 먼저 보고 오고도 늦은 이유가

쉬우면서 직관적인 대본을 쓰겠다고 3번을 갈아 엎어서 그런데

이게 별로다 하는 건 정말 대안이 없습니다

채널을 접으면 접었지 작가를 구할 생각은 없거든요


결국 이 긴 글을 다 적으며 제 생각을 구구절절 공유하는 이유는

내 판단을 믿을 수도 없지만,

여러분 얘기에만 의존해서 채널을 굴릴 수도 없다면

처음으로 돌아가 하던 대로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제 채널 초기 영상은 노력이 가상해면 가상했지 빈말로도 퀄이 좋다곤 할 수 없습니다

퀄리티는 계속 박다 보니 내가 더 표현하고 싶은 게 있어서

편집 기술을 늘리고 성우 학원을 다니면서 생긴 부산물일 뿐

제1목표는 아니었어요


조회수도 하다 보니 나오게 된 거지

시의성 무시하고 느릿느릿 올리던 건 오래 보신 분은 다들 아실 겁니다

이쪽도 제1목표는 아니었어요


아무래도 영상을 다 돌아볼 순 없고

그때그때 가장 공을 들였던 오프닝들을 돌아봤는데

솔직히 적절히 웃긴 것보단 확 와닿진 않는 애매한 것들이 더 많았습니다

인셉션 오프닝, 데드풀과 울버린 오프닝, 웅남이 오프닝, 더 배트맨 오프닝

지금 보면 왜 이런 걸 만들었을까? 싶은 것들이 상당히 많았어요

그냥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하고 싶어서 만들었죠


나다운 영상을 만드는 것

슬럼프 이후 영상들이 대체로 맘에 안 들었던 이유가

자신감이 없어지니 대체로 이런 면이 줄어든 안전한 성향을 띄게 된 점이라고 봅니다


이대로 어떻게 해야 모나지 않은 영상을 만들까만 고민하면

그렇게 시간만 축내다 진짜 영포티가 되어 점점 잊혀져 가겠죠


그래서 당장 AI의 사용은 줄이겠지만

앞으로 나올 영상들은 오히려 더 마음에 안 드실 수도 있다는

이야길 드리려 이 긴 글을 적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대본에 취향 타는 드립들이 더 들어가기도 할테고

제가 작업하는 구간은 새로운 편집도 꾸준히 시도하고

수업에선 발성법을 아예 바꾸는 얘기도 오가고 있어서

녹음 톤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 중에선 당장 여러분께 깔끔한 영상을

전달해드리긴 힘들겠지만 길게 보려고 합니다

요새처럼 긴 리뷰가 일상적이지 않을 때도 몇십 분짜리 리뷰를 만들었고

내 할 말 다 하려고 시의성도 무시하고 올리고

지금껏 인기 생각하며 굴려오던 채널은 아니었으니

그게 가장 튜나다운, 지금껏 해왔던 방법론인 것 같아서요


여러분이 말씀하시는 '잘했던 튜나'는 이미 사라졌으니

얼마 남지 않은 것 손에 움켜쥐고 아까워하기보다

0에서부터 다시 쌓아보겠습니다



어휴, 야심한 밤에 글이 길었네요

여러분의 매일이 평안하시길

4 weeks ago | [YT] | 1,082

튜나

체인소 맨: 레제편 후기
(내리시면 스포는 없지만 점수와 한 줄 평이 있습니다)












체인소 맨: 레제편 [7/10] : 클리셰 파괴자가 정석적인 이야기도 잘할 때



현재 2부의 상태론 체인소 맨의 마지막 불꽃이 될 확률이 높은 체인소 맨: 레제편입니다

작가인 후지모토 타츠키는 클리셰를 파괴하는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로 유명하고

체인소 맨 역시 그러한 테이스트로 가득한 작품이지만

레제편으로 한정하면 상당히 정석적인 영화적 전개를 채용합니다

시작부터 엔딩까지 이 영화의 드라마 파트에서 예측 불가능한 전개는 없어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클리셰 파괴적 전개의 도파민에 가려져

느끼기 힘들었던 탄탄한 기본기가 빛을 발합니다

장면 하나하나의 복선들이 차곡차곡 쌓여 감정선을 만들어내고

드라마 파트의 종결과 함께 터집니다

이에 연쇄반응하듯 유폭되는 액션씬의 일련의 흐름이 아주 깔끔합니다

액션씬의 호흡과 퀄리티도 흠잡을 곳 없이 좋았고요


아쉬운 점은 이 모든 구조는 관객이 레제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가정하에 폭발력을 갖게 되는데

개인적으론 마지막 대사를 제외하곤 레제에게 감흥을 느낀 구간이 전혀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상형의 규격화 같은 캐릭터가 너무 인공적으로 느껴져 매력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캐릭터를 못만들었다기보단 상성이 안 맞았다는 느낌이라

취향에 맞으시는 분께는 꽤 인상 깊은 작품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1 month ago | [YT] | 613

튜나

사마귀(넷플릭스 영화) 후기
(내리시면 스포는 없지만 점수와 한 줄 평이 있습니다)














사마귀 [5/10] : 참을 수 없는 그 가벼움의 웃참 파티



<길복순>의 스핀오프이자 <길복순>의 변성현 감독은 각본으로 참여하고

메가폰을 잡은 건 <길복순>의 조감독이었던 이태성 감독입니다


분명 감독이 바뀌었어요

감독뿐만 아니라 촬영 감독, 미술 감독이 싹 다 바뀌었는데도

솔직히 크레딧을 보기 전까진 변성현 감독이 찍었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유사한 영화입니다

차이가 없진 않습니다

액션씬은 구도가 훨씬 정돈되었고

주인공인 임시완 배우의 액션 실력도 더 뛰어납니다

<길복순>이 스타일리시하게 보이는 것에 모든 걸 쏟았다면

<사마귀>는 오프닝을 제외하면 조금 더 정통적인 액션에 느낌에 가깝습니다

논란이 될 김구 드립도, 산만한 서브 플롯도 없습니다

<길복순>에 비해서 조연들도 더 매력이 생겼습니다

분명 나아진 점이 있어요


다만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길복순> 개선판이 되지 못하는 건

변성현 감독이 각본에 참여한 탓인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팔랑거리는 인물들의 대사입니다

허세와 가오를 덜어내고 나면 대사의 70%쯤은 증발하지 않을까 싶은 수준인데

하필 소재는 킬러물이고, 주인공은 쌍낫을 쓰는 사마귑니다

액션 사이사이에 스토리 전개로 무게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이야기가 가벼우니 오히려 액션에 방해가 될 정도


이러다보니 아무리 회사니 규칙이니 엄중한 세계관을 만들어도

도통 진지해지질 못하고, 이 기조는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쭉 유지됩니다

결국은 변성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애매한 물건이 됐어요


변성현 감독은 요즘 충무로에 씨가 마른 젊은 피

그것도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젊은 피입니다

감각적인 화면 연출 능력이 돋보이는 감독이라 정말 응원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제발 작가는 따로 쓰시고

각본으로만 참여하는 일은 없으면 더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1 month ago (edited) | [YT] | 251

튜나

은중과 상연(넷플릭스 드라마) 후기
(내리시면 스포는 없지만 점수와 한 줄 평이 있습니다)










은중과 상연 [6/10] : 서정적으로 잘 만든 엇갈림 포르노



<더 글로리>가 대충 봐도 시원시원한 전개를 보여주는 막장 복수극이라면

<은중과 상연>은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는 미묘함으로 채워진 치정극입니다


유려한 BGM, 김고은이라는 상수에 뒤지지 않는 박지현의 연기력

10~40대라는 긴 세월을 적당한 호흡으로 나눠 놓은 비중 분배

좋게 보려면 좋은 요소도 많은 작품이에요


하지만 개인적으론 악당이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지나치게 엇갈림을 남용한 작품이라고 봅니다

이게 어느 한 구간만 그렇다면 안타깝겠지만

작품 전반에 걸쳐 엇갈리니 개인적으론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그대로 수용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선인도 악인도 없는 상황을 만들려고 한 것 같지만

한문철 변호사님이 출동한다면 2:8쯤 나올 것 같은 과실 배분이라

개인적으론 어느 쪽도 이해가 가는 안타까운 우정이 아니라

중후반부는 인격 파탄자와 답답한 호인의 콜라보로 느껴졌습니다

세상이 이 둘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우연의 연속도 과하다고 느껴졌고요


<더 글로리>와 다른 점은 <더 글로리>는

본인이 막장이란 걸 이해하고 확실히 엔터테인먼트에 치중했다면

<은중과 상연>은 자극적인 전개를 채용하고도

고고한 스탠스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취향에 잘 맞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취향에 맞지 않았을 뿐

일단 자극적인 전개를 채용한 만큼 1화 결말부터는

계속 보게 만드는 맛이 뛰어나고

앞서 언급했듯 좋은 점도 많은 작품이라 취향에 맞으신다면

충분히 재밌게 보실 수 있는 작품

1 month ago (edited) | [YT] | 218

튜나

웨폰 후기
(내리시면 스포는 없지만 점수와 한 줄 평이 있습니다)












웨폰[6/10] : 힘껏 내달린 끝에 멈추지 못하고 나뒹구는 마무리




독특한 컨셉과 준수한 분위기의 트레일러로 화제가 되었던 웨폰입니다

트레일러만 잘 뽑은 게 아니라 영화가 초중반은 꽤 괜찮습니다


아이들이 사라진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열돼 가는 분위기를 섬세하게 잘 묘사했어요

점프스케어도 많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의 관점을 보여주며 점점 수사망을 좁혀가죠

중반까지는 미스터리가 잘 유지돼요


그런데 너무 잘 유지된 탓일까요

이 사건의 답이 좀 쌩뚱맞습니다

쌩뚱맞기만 한 게 아니라 모든 상황에 끼워 맞춰야 하니

데우스 엑스 마키나스러운 면까지 있습니다

이런 해답을 거쳐 도달하는 결론은 다소 코믹스럽기까지 합니다


개인적으론 초중반에 잘 쌓아온 빌드업과 따로 노는 느낌이라 별로였는데

이 해답이 얼마나 마음에 드시느냐에 따라 영화의 평가가 크게 갈릴 것 같습니다

초중반의 분위기 조성이 준수한 만큼 그 결말이 더 아쉬운 영화

1 month ago | [YT] | 230

튜나

8번 출구 후기
(내리시면 스포는 없지만 점수와 한 줄 평이 있습니다)










8번 출구[7/10] : 다소 노골적인 상징들에도, 고개를 붙잡아두는 흡입력


게임 <8번 출구>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카와무라 겐키 감독의 <8번 출구>입니다

원작은 간단히 이상이 없으면 앞으로 가고

이상이 보이면 뒤로 돌아가라는 틀린 그림 찾기였고

이 간단하고 직관적인 재미에

인디 씬에 소위 '8번 출구 라이크'라는 게임들을

우후죽순 탄생시키고 있지만

그 심플한 방식만큼이나 스토리랄 게 없는 작품이고

내용도 반복적일 게 눈에 보여서

굳이 이걸 가지고? 싶었던 영화홥니다


개인적으론 신카이 마코토와 호소다 마모루의 옛날 영화들을 선호하는 만큼이나

카와무라 겐키 라는 이름도 선호하지 않는데

그가 프로듀스한 작품은 대중성을 얻는 대신 스토리 면에서 감독 고유의 컬러가 옅어지기 때문입니다

신카이 마코토는 <너의 이름은.>, 호소다 마모루는 <괴물의 아이>부터

(물론 호소다 마모루는 작가와 찢어진 영향도 크겠습니다만)

카와무라 겐키가 프로듀싱 했으니 어떤 뉘앙스의 이야기인지는 감이 오시리라 봅니다

프로듀서로는 흥행 보증 수표 같은 이름이지만 감독으로선 두번째 작품인데

지금까지 앞의 이야기로 미루어보아

제가 이 영화에 얼마나 기대치가 없었는지는 예상 가능하시리라 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대중성에 치우치지 않고 밸런스가 적절한 영화가 나왔습니다

원작의 단편적인 소재들을 잘 이어그려 고유한 내러티브를 만들어냈고

그게 작품이 가지는 전체 메세지와도, 작품의 분위기와도 잘 붙습니다

물론 이 상징성이 뚜렷하다 못해 노골적인 부분이 개인적으론 좀 아쉬웠지만

작품의 몰입감을 해칠 정도는 아니라 큰 단점이라고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공포영화지만 점프 스케어가 거의 없고, 분위기로 조이는 미스터리인 점도 취향저격이었고

게임 <8번 출구>의 팬도, 아닌 분도 문제 없이 즐기실만한 영화라고 봅니다

실사가 약한 일본서도 준수한 흥행을 보여주고 있는데

한국서도 여름에 개봉했다면 괜찮은 스코어를 보여주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밸런스가 좋습니다

개인적으론 <웨폰>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이쪽이 더 괜찮은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 부국제에서 본 영화 중에 한국 개봉이 예정된 작품들로 두어개만 더 커뮤니티 게시글 작성하겠습니다





영상은 <어쩔수가없다>를 우선 진행하여 개봉 시기에서 너무 늦지 않게 업로드하고,
작업중이던 <아이언하트>는 2순위로 완성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매일이 평안하시길

1 month ago | [YT] | 567

튜나

어쩔수가없다 후기
(내리시면 스포는 없지만 점수와 한 줄평이 있습니다)








어쩔수가없다[8/10] : 행복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들의 얄팍함에 대하여



<공동경비구역 JSA> 이래로 가장 대중적인 영화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대중성을 신경 쓰신 흔적이 역력합니다만
그럼에도 쌓아온 필모가 있으시다보니 기묘한 블랙 코미디가 탄생했습니다

아마도 주제상 <기생충>과 비교를 피하긴 어려울 거 같은데
<기생충>은 진짜 어쩔 수 없는(냄새 같은)것을 다룬데 비해
이 영화는 충분히 어쩔 수 있는 것들을 다룬다고 느껴졌습니다

비교적, 어디까지나 비교적 가볍게 볼 수 있는 웰메이드 영화라
이번엔 유의미한 흥행을 기대해볼 수 있을 정도

자세한 건 영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1 month ago | [YT] | 709

튜나

얼굴 후기
(내리시면 스포는 없지만 점수와 한 줄 평이 있습니다)












얼굴[7/10] : 비춰볼 수 없는 내면의 추함에 대하여




얼굴이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인가?

하고 물으신다면 흔쾌히 고개를 주억이긴 힘듭니다


그렇다고 얼굴이 배우의 연기에 의존하고 시류의 덕만 보는 영화인가?

하고 물으신다면 그 정도로 폄훼할 영화는 또 아닌 것 같습니다


다소 작지만 오각형을 잘 채운 알찬 영화 정도가 적당한 감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상호 감독님의 주사위 값이 괜찮게 나온 케이스


포스터의 맹인 역할들과 실루엣으로만 나온 인물,

얼굴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미와 추에 관한 영화입니다

다만 외면에 한정되지 않고

내면에 관한 이야기도 다룬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크게 아쉬운 점은

일부러 트레일러/사전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가는 편임에도

얼굴이 가려진 핵심 배역을 너무 음색과 발음의 컬러가 뚜렷한,

소위 쪼나 쿠세라고 하는 부분이 강한 배우를 캐스팅했는데

이 배우가 요 몇 년 드라마를 안 보신 분이 아니라면

알 수밖에 없는 작품들에 출연한 배우다 보니

'미지의 얼굴'에 대한 몰입감이 배우의 얼굴이 덧씌워지며 깨져버립니다


이 부분을 제외하곤 스토리의 변곡점이 중요한 작품임에도

쉽게 내용을 예측할 수 있어서

관객의 감정선은 배우의 연기에 의존한다는 점 또한 아쉬웠습니다



제가 늘 한국 영화에 필요하다고 말하는

예산에 의존하기보다 준수한 각본과 감독의 메시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보니

이 캐스팅으로 2억이라는, 비현실적으로 낮은 제작비만 제외하면

영화 자체의 방향성은 지금 한국 시장에 필요한 에너지라고 생각합니다

1 month ago (edited) | [YT] | 4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