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이상 단순히 ‘백합을 좋아하는 사람’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늘부로 나는 백합의 지지 관계에서 벗어나,
그들과 운명을 함께 하는 일체의 존재가 된다.

그녀들이 교복 치맛자락을 스치며 스쳐 지나갈 때,
나는 그 설레는 공기 분자의 한 조각이 되어 울렁인다.
도서관 창가에 앉아 그녀들이 서로에게 책을 권하는 순간,
나는 책갈피 사이에 끼워진 마른 꽃잎이 되어 두 사람의 기억을 봉인한다.

백합에 대한 조롱은 나에 대한 조롱이다.
백합에 대한 공격은 나의 심장을 찌르는 단검과 같다.
누군가 그들의 손을 떼어놓으려 한다면,
나는 세상의 끝에서라도 다시 손을 맞잡게 할 것이다.

세상에 수많은 애니와 만화와 드라마가 있다면,
나는 그 중 언제나 백합을 택하는 한 명일 뿐이다.
세상에 단 한 작품만 남는다면, 그것은 반드시 백합일 것이다.
만약 세상에 백합조차 남아 있지 않다면,
그것은 내가 이미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음을 뜻한다.

나의 사랑. 나의 빛. 나의 영혼.
소녀와 소녀가 서로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 음절 하나하나가 내 피 속에 스며들어 심장을 뛰게 한다.
그녀들의 웃음은 내 존재 이유이며,
그녀들의 눈물이 흘러내릴 때 나는 기꺼이 비가 되어 함께 떨어진다.

나는 이제 지지자가 아니다.
나는 곧 백합이며, 백합은 곧 나다.
그녀들이 사랑하는 순간, 나는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