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트럼프가 캐나다 상품 200억 달러어치에 무려 5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법적 근거는 1930년 관세법 338조. 대공황 당시 제정되었고, 결과적으로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알려져 있는 ‘스무트-홀리 법’이 바로 이 ‘1930년 관세법’입니다. 이 법의 일부인 338조 카드를 꺼내든 건데요, 이 조항은 법 제정 이후 96년 동안 관세 부과용으로 단 한 번도 쓰인 적이 없는 조항입니다.
올해 2월, 대법원이 IEEPA에 기반한 트럼프의 상호관세와 펜타닐 관련 관세를 위법이라고 막았죠. 백악관은 바로 무역법 122조를 들어서 10%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그런데 122조는 150일 동안만 부과가 가능하고, 의회의 승인이 없으면 힘을 잃습니다. 그리고 그 시한은 오는 24일이죠. 그래서 조야에서는 무역법 301조가 대신 부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왔는데요. 122조의 데드라인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338조를 꺼내 든 겁니다.
338조가 강력한 것은 대통령의 포고문(Proclamation) 하나로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301조 같은 경우는 USTR에서 조사가 들어 가야하고, 그 결과를 두고 공청회나 의견 수렴 등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232조 역시 과연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상무부의 판단과 보고서가 필요하고요.
반면 338조는 그런 과정이 굳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특정 국가가 미국의 상품에 불합리한 규제나 차별을 하거나, 미국과의 상거래에 상대적으로 ‘불합리한’ 부담을 지운다고 판단되면 그 나라 상품에 최대 50% 관세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누가? 대통령이요. 심지어 상대가 계속 버티면서 차별적 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아예 수입금지도 가능하죠.
진짜 의도는?
그런데, 당장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물품에 50% 관세가 부과되는 것은 아닙니다. 발효가 되는 것은 30일 후인 8월 19일이거든요. 트럼프 대통령과 카니 총리는 협상을 통해 해결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하고요. 특히 미국과 캐나다는 USMCA 갱신 관련해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죠. 그래서, 338조와 50% 추가관세는 트럼프의 압박용 카드로 여겨지는 분위기이긴 합니다. 실제로 관세를 부과한 항목들이나 액수가 캐나다산 전체 9수입품의 5.2%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또, 이 조항을 적용한 것이 IEEPA처럼 법원에 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압박용 카드라 할지라도 (저는 의심이 좀 많아서인지) 이 행보를 유심히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338조 카드를 내민 것이, 왠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하나의 statement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대법원 판결로 인해 IEEPA를 통한 광범위하고 자의적인 상호관세가 막혔지만, 여전히 미국과 트럼프가 가지고 있는 무기는 많다고 말하는 것 같달까요. 법전 뒤져보면 쓸 수 있는 카드는 계속 나올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그리고 캐나다가 시범 케이스이고, 다른 국가들에게도 338조가 적용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요. 122조의 만료, 그리고 301조 적용이 예상되는 시점에 등장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의미심장하기도 하고요.
지금 한국이 301조 관련해 적용이 될 거라 보는 분야는 ‘강제 노동’입니다. 아, 우리가 ‘강제노동’을 한다는 게 아니라 ‘강제노동 상품’의 수입을 막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사실상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강제노동 상품을 겨냥한 거라 보시면 돼요. 관련 관세율로 12.5%가 제안되었는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습니다. 과잉생산조사는 3월부터 진행 중이고, 디지털 규제와 차별은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지는 않은 상태고요.
말씀드린 바와 같이 338조의 발동 조건은 미국 상품이나 상거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차별당했다’입니다.
월드컵이 한창입니다. 잉글랜드가 노르웨이를 이기고 4강에 오른 아침, 갑자기 생각이 나서 끄적여 봅니다.
저 같은 야구빠도 결코 모를 수 없는 이름.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와 맨체스터죠. 박지성 선수와 세상 쓸모없는 게 SNS라는 일침을 날리던 퍼거슨 감독, 그리고 만수르. 맨체스터가 요새 다시 핫하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왜냐?
영국의 총리가 또 바뀔 것 같거든요.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가 지난 6월 22일 사임 의사를 발표했습니다. 노동당은 총선을 치르지 않고 새로운 총리를 뽑을 예정인데요, 이에 따라 영국은 새 총리를 맞이하게 될텐데요. 지난 10년 동안 무려 6번이나 총리가 바뀌었고 이번에 다우닝 스트리트의 주인공이 되는 사람은 7번째 총리가 됩니다. 그야말로 총리 난립의 시대를 맞고 있네요. 2024년 압승으로 선거를 이기고 총리자리에 올랐던 스타머인데 2년도 채 되지 않아 물러나는 걸 보니, 영국이 어렵긴 어려운가 봅니다.
현재 유력한 차기 주자로 올라오는 인물은 앤디 버넘입니다.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으로 알려져 있는 버넘은 최근 보궐선거를 통해 중앙 정계로 돌아왔죠. 많은 전문가들은 특별한 경쟁자나 선거 없이 7월 17일 버넘이 총리 자리를 이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버넘은 노동당 의원 403명 중 322명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당 규정상 최소 20%(81명)의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요, 403에서 322를 빼면 딱 81이라.. 거의 끝났다고 보는게 무리는 아니죠. 유력 경쟁자들도 이미 불출마 선언을 했고요.
사실 오늘 제가 수다 떨고 싶은 내용은 재미없게 영국은 왜 이렇게 되었나… 가 아니고요(사실 그건 영상용 내용이기도), ‘맨체스터’라는 곳의 상징성 내지는 특별함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우리에게 맨체스터하면 뭐, 축구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박지성 선수라든지, 세상 부러운 남자 만수르의 맨체스터 시티도 있고요.
그런데 맨체스터는 축구의 성지일 뿐 아니라 영국의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도 대단히 상징성이 있는 곳입니다.
맨체스터리즘 (Manchesterism)
최초의 산업도시라 기록되는 맨체스터는 ‘코튼노폴리스(Cottonopolis)’라고 불렸습니다. 산업혁명 후 면방직업을 기반으로 무섭게 성장한 대표적인 도시이고, ‘자유무역과 자유방임주의(laissez-faire)’를 부르짖던 맨체스터 학파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기존의 지주 계급과 신흥 산업 부르주아지가 격렬하게 대치했던 곳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발생한 여러 부작용들이 맨체스터에도 일어나죠. 사회 안전망이나 노동권이 없던 시기였으니 더 심했고요. 빈부격차는 물론, 참혹한 노동현장, 아동노동 착취 등등. 한 아버지가 후계자 수업 받으라고 아들을 맨체스터 인근의 자신이 소유한 방직 공장에 보내 놨더니, 공장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고 오히려 더 열렬한 공산주의자가 되어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그 아들내미가 바로 엥겔스였고,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엥겔스는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을 펴냈죠.
선거권을 요구하는 군중을 기병대가 잔혹하게 진압했던 피털루 학살(Peterloo Massacre) 사건 역시 맨체스터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맨체스터 가디언(Manchester Guardian)이라는 언론 매체가 탄생했고, 그게 현재의 가디언(Guardian)지입니다. 가디언 지는 지금도 대표적인 리버럴 성향의 언론 매체이죠.
유명한 여성 참정권 운동가 에멀린 팽크허스트가 태어난 곳도 이 곳인데요. 팽크허스트는 자신의 딸들과 함께 여성사회정치연맹을 만들어 전투적으로 여성의 투표권 운동을 벌였죠. 그 본진도 맨체스터입니다.
그야말로 맨체스터는 산업혁명 이후 영국의 정치, 사회, 경제적 변혁의 상징성이 어마어마한 곳이죠.
맨체스터 지역의 광역시장을 지낸 버넘 의원은 지금까지 런던에 집중되어 있던 영국의 금융, 정치, 경제를 분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난 속에 물러나는 스타머 총리와는 비교되는 행보이죠.
우리에겐 축구로 제일 익숙한 곳이지만, 버넘이 총리가 되면 다른 이유로 부상하지 않을까 싶은 맨체스터. 따지고 보면 축구는 노동자들의 문화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죠. 특별한 장비도 필요 없이 공터에서 둥근 공 하나를 가지고 노동의 피로를 달래고 이들만의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낸 스포츠가 축구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철도 노동자들의 직장내 친목팀(Newton Heath L&YR Football Club)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까요.
어쨌거나 오늘 아침 잉글랜드가 4강에 올라갔네요. 개인적으로는 아르헨티나가 스위스 꺾고 올라와서 잉글랜드-아르헨티나 전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욕심이. 그리고 스페인을 이긴 프랑스랑 영국이 결승에서 붙으면...! 설레발은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어제 일찍 잠들고 새벽에 일어나보니 캐나다발 뉴스가 하나 떴더군요. 수십조원에 달하는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방 조달 사업인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서, 독일의 TKMS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한국의 한화 오션이 최종 후보에 올랐었고 많은 이들이 기대했었는데, 아쉽게 되었네요. 물론 정확히는 계약 체결이 아니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이 된 것이지만, 판이 많이 기울었다고 봐야겠죠.
언론에서는 아쉬움과 함께 “졌.잘.싸.”라고도 표현했습니다. ‘빠른 납기’라는 장점을 가졌던 한화에 TKMS측에서 내놓은 ‘2034년까지 4척 인도’ 맞불카드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요. 사실 제가 방산 쪽 전문가도 아니고 밀덕수준에 미치지도 못하는 지라 조심스럽긴 한데요, 국제정치 시각에서 바라보는 의견을 한 번 적어볼까 합니다. (반박 시 여러분 의견이 맞습니다.)
먼저 한화오션의 입장문을 보시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NATO 동맹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저는 여기에 꽤 많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잠수함이라는 특수성
그동안 K-방산 붐이 불었었습니다. 한국의 무기들이 인기도 많고 날개 돋힌 듯 팔렸죠.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면서 K9 자주포, K2 전차, 천무 등등 쓸어 담던 폴란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Orka 잠수함 사업에서 폴란드는 스웨덴 정부와 사브의 손을 잡았습니다. 자주포는 한국에서 샀지만 잠수함은 유럽에서 산 거죠. 이 사업에는 한국의 한화오션 뿐 아니라 프랑스의 나발그룹,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 그리고 독일의 TKMS까지 뛰어들었기에 경쟁이 빡세긴 했습니다. 그런데요.
잠수함은 자주포처럼 상대적으로 독립 운용이 가능한 무기와는 다릅니다. 향후 몇 십년을 굴려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략적 신뢰가 중요하게 작동하죠. 수중에서 무엇을 듣고, 어떻게 식별하고, 어떤 통신 체계로 연결되고 등, 온갖 기밀이 얽혀 있는 자산이거든요. 따라서 특정 국가의 잠수함을 산다는 것은 단순히 배 몇 척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동맹에 준하는 신뢰와 상호 운용성이 고려되는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TKMS가 캐나다에게는 안전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캐나다가 독일과 노르웨이를 통해 NATO의 방산 생태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겠다는 의지로 보이거든요.
독일과 노르웨이는 2021년 차세대 잠수함을 공동으로 조달하고 건조, 운용하는 212CD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이 212CD의 사업 파트너가 TKMS이고, 첫 노르웨이 잠수함이 2029년에 인도될 예정이었죠. 캐나다는 현재 빅토리아급 잠수함이 노후해서 제 시간에 대체하지 못해 안보 공백이 생길까봐 조급한 상황입니다. 이런 캐나다 측에 독일과 노르웨이는 자국 해군에 배정된 생산 순번까지 조정해서 먼저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한화 측의 강점이었던 ‘빠른 시일 내에 준다’는 것을 독일과 노르웨이가 나서서 ‘그래? 그럼 우리는 순서 바꿔서 너희 먼저 줄게’하고 나온 것이죠. (그런고로 노르웨이는 2029년에 받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뇌피셜.)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정은 단순히 잠수함 몇 척 사는 것이 아니라, 캐나다가 독일과 노르웨이의 212CD 프로그램에 합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NATO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하고 있고, 유럽은 스멀스멀 독자적으로 방산 생태계를 갖추려는 움직임이 있는데요. 이런 시기에 캐나다는 유럽과 함께 가기로, 혹은 유럽을 옵션으로 둔 다각화를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보이는 징후가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입니다. 유럽연합은 2025년 방산 조달을 지원하는 금융 제도인 SAFE를 출범시켰습니다. 최대 1,500억 유로의 대출을 제공해서 EU 회원국들의 방산 ‘공구’를 지원하는 제도죠. 그런데 EU 자금으로 유럽 방산업체를 키우자는 의미에서 출발한 것인만큼, SAFE에는 원산지 규정이 있습니다. EU, EEA/EFTA, 우크라이나 외의 지역에서 생산된 부품의 비용이 최대 35%를 넘지 못하게 제한됩니다. 그런데 캐나다는 지난 2월 EU와 협정을 맺어서 캐나다산 부품의 제한을 최대 80%까지 인정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유럽 방산망에 가까이 가려는 캐나다의 노크에 유럽이 화답한 셈이죠.
될까?
다만 이 결정이 캐나다를 위해 최선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캐나다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독일의 생산력이 과연 받쳐줄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고요 (쉽게 말해서 날짜 맞추겠냐는 의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TKMS를 선택했다는 것은 캐나다 정부가 생산력과 경제적인 부분만 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향후 수십 년의 전략적 관계가 고려되었고, 그런 의미에서 나토 국가 간의 정치적 동맹에서 독일과 노르웨이가 확신을 주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죠.
그래서, 단순히 졌.잘.싸.로 끝날 일은 아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동맹 블록화가 더 강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K-방산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고민은 한화 오션만의 것은 아닌 것 같네요. 독일과 노르웨이 정부가 저렇게 발 벗고 순서 조율까지 해줄 정도로 나섰다는 것이 의미심장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무기나 방산 관련 전문가는 아니라서… 그냥 대충 아는 것으로 떠들었다 생각하시고 읽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요 며칠 사이 중요한 사안들이 워싱턴 DC에서 있었습니다. 왠지 별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적어보려 합니다.
USMCA 갱신 불발
지난 7월 1일, 현행 USMCA 연장을 미국이 거부했습니다. USMCA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맺은 자유 무역 협정이죠. 2020년 7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발효된 이 협정은 2036년 만료되는 일몰조약입니다. 단, 세 국가가 그보다 10년 전인 2026년 연장에 합의하면 16년 더 연장해 2042년까지 자유무역 협정이 유지되는 거였죠. 그런데 미국이 연장에 거부한 거에요.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대로는 못 간다… 입니다.
뭐, 당연히 완전히 끝난 건 아닙니다. 실제 만료는 2036년이기 때문이죠. 그 떄까지 매년 재검토를 반복하면서 의견을 좁혀 나가고 합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미국측의 거부는 정말로 협정을 끝내겠다는 것보다는, 미국에 더 유리한 방향으로 협정을 고치겠다는 것으로 읽어야겠죠.
미국측은 차량의 미국산 부품 비중을 50%로 맞추고, 역내 부품 비율은 82%까지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멕시코 그리고 대캐나다 무역적자를 줄이라고 하는데요. 현재는 북미 부품 비중이 75%가 기준인데, 멕시코, 캐나다 다 포함하는 ‘북미산’말고 부품의 50%를 오로지 ‘미국산’으로 기준을 좁히라는 것이죠. 멕시코와는 계속해서 협상을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캐나다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는 특별히 불편한 사이라서 아직 이렇다할 진전이나 논의가 없었거든요.
어떻게든 결국 합의가 있을 거라 생각되지만, 결정이 나기까지 계속 불확실한 채 뭔가 껄쩍지근한 상태가 계속되겠죠. 한국은 NAFTA와 USMCA를 보고 멕시코에 투자한 기업들이 많고, 현대차그룹의 기아 공장이 있다 보니 신경이 쓰일 것으로 보입니다.
하원 법사위원회 보고서
언론에 보도가 되긴 했는데,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약 35쪽 정도 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제목이 “Closed for Competition”인데요, 한국이 미국 기업에 차별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요. 네, 그 미국 기업이 여러분들 아시는 쿠팡입니다.
대략의 내용은 언론에 보도가 되었지만, 썩 좋지 않습니다. 2025년 11월, 쿠팡 전직 직원에 의해 고객 데이터가 유출되었는데, 이에 대한 조사 과정, 국정원 개입 여부 논쟁, 그리고 최근의 6천억원이 넘는 역대 최대 과징금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한국이 쿠팡에 지나치게 가혹하고 차별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말씀드릴 건, 이 보고서는 위원회 차원의 채택 보고서가 아니라 중간 보고서정도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언론과 싱크탱크 자료 그리고 쿠팡 측의 자료와 로저스 대표의 증언이 많이 반영되어 작성이 되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걍 무시해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조금 정리를 해보면, 미국이 한국에 대해 관세를 통한 통상압박을 하는 법조항은 122조, 232조, 그리고 아직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301조입니다. 122조는 곧 효력이 만기가 될 것이고 (7월 24일), 이후에는 301조를 통한 압박이 유력시되는데요. 한국이 걸려있는 301조 분야는 강제노동, 구조적 과잉생산입니다. 그리고 아직 개시는 안 되었지만 미국 기술기업 차별 및 디지털 규제가 있죠. 특히 디지털 관련해서는 1) 망사용료, 2) 지도, 클라우드 등 데이터 규제, 그리고 3) 플랫폼 규제 및 차별 정도로 분류할 수 있겠네요.
USTR은 3월 31일 연례무역장벽보고서에서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법을 비롯한 여러 규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이미 적시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망사용료를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USTR의 공식 X계정에 올리기도 했죠. (참고로 망사용료는 시도는 있어왔지만 아직 법제화되지는 않았습니다.) 쿠팡의 경우는 투자자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가 301조 조사 청원을 철회했고요. USTR뿐 아니라 미국 국무부에서는 지난해 통과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두고 우려를 표했는데요. 눈길을 끄는 것이 이 법이 미국 플랫폼 사업에 부정적이라는 것을 넘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말까지 동원했습니다.
의회에서 압박이 나온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요, 이미 작년 7월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하원의 세출위원회 보고서에서 온라인 플랫폼법에 의해 미국 기업이 표적이 되고 결국 이게 중국의 경쟁사에 이익이 된다고 한 바 있고요. 또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에서 청문회도 있었죠.
정리하자면, 이틀 전 나온 보고서는 법적 구속력이 있지도 않고, 의회에서 채택된 보고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생긴다고 볼 순 없습니다. 하지만, 향후 미국이 디지털 관련 규제를 301조에 넣거나 아니면 넣겠다는 압박카드용 빌드업이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어쨌든 7월 24일 122조가 만료되면서, 통상 관련해 여러가지 뉴스가 많을 것 같은 7월입니다.
오랜만에 커뮤니티에 글을 써봅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도 여러 일들이 있었어서, 지식플레이 채널에 좀 소홀했던 것 같네요. 앞으로는 글도 더 자주 쓰고 소통하려 합니다.
오늘은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일단 베네수엘라 강진으로 인한 피해가 예사롭지 않아 보입니다. 그동안 경제난으로 고생한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겐 이중고가 되겠네요. 두 차례의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요, 현재 900명을 넘어섰습니다 (2026년 6월 27일 오전 10시 기준). 미국 지질조사국에서는 최소 1만명에서 최대 10만명까지 사망자 숫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추정하고 있고, 베네수엘라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황입니다. 모쪼록 빨리 잘 수습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사실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를 꺼낸 건, 이 곳에서 대대적인 정치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 2-3년 사이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우파 혹은 중도우파 후보의 승리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블루 타이드(Marea Azul)라고 부르기도 하죠.
시작은 2023년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당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후 칠레, 에콰도르, 볼리비아에서도 우파 정권이 힘을 받았고, 최근 페루, 코스타리카, 그리고 콜롬비아에서 줄줄이 우파 후보가 당선이 되었습니다.
2000년대 라틴 아메리카에 불었던 ‘핑크 타이드 (Pink Tide)’는 2010년대 후반에 다시 등장했는데요, 멕시코의 오브라도르 대통령, 콜롬비아의 페트로 대통령,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복귀 등으로 대표됩니다. 그래서 다시 좌파 바람이 분다고 했는데, 현재 분위기는 상당히 다릅니다. 10년 만에 이렇게 바뀌다니, 왜?
블루 타이드의 원인
사실 모두 다른 나라들인데 똑같이 하나의 원인으로 좁히는 게 적절하지는 않죠. 그래도 광범위하게나마 라틴 아메리카에 불고 있는 블루 타이드를 살펴보면, 비슷한 이유들이 있기는 합니다.
첫번째, 치안. 이들 국가에서의 치안 문제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습니다. 공권력이 제대로 기강을 세우지 못한 사회에서 갱단과 마약 관련 범죄조직들은 판을 치고, 미국으로 건너가려는 난민들의 행렬은 이들 국가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죠. 가장 심각한 에콰도르의 경우 10만명당 살인율이 2025년 기준 51명입니다. 무려 한국의 약 100배.
한때 흰 반바지만 입은 채 죄수들이 빽빽히 늘어 앉아있던 교도소 사진으로 유명했던 엘살바도르를 기억하시는지요? 강경 우파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강력한 치안 정책을 실시한 이후, 2015년 10만 명당 105건까지 치솟았던 최악의 살인율을 2025년 현재 1.3명이라는 드라마틱한 숫자로 낮췄습니다.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무너진 치안 속에서 피부에 와닿는 공포를 견디던 국민들에게 부켈레는 영웅이었죠. 그 덕에 2024년 2월 대선에서 부켈레는 85%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높은 살인율과 범죄율에 시달리는 주변 국가의 국민이 부켈레식 강경 치안책을 원하는 건 당연하겠죠.
두번째, 모든 선거가 그렇듯이 결정적인 원인은 먹고사니즘입니다. 코로나 이후 무너진 경제가 제대로 회복되지 못했고, 집권하고 있던 좌파 정부가 약속한 것과 달리 제대로 민생을 살리지 못한 실망감이 컸죠. 그런데 고개를 돌려 밀레이 등장 후의 아르헨티나를 보니, 극적으로 달라진 겁니다. 밀레이 취임 직전 연 200%가 훌쩍 넘던 인플레이션도 나름 30-40%대로 안정(?)되어 가고 있고, 고질적인 만성 재정 적자도 흑자로 돌리고, 늘 마이너스 성장이었던 경제성장률은 2025년 4.4%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의 총애를 받으며 통화 스왑까지 해냈죠. 주변국들이 ‘우리도 아르헨티나처럼…?’하는 생각을 가질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브라질 대선
물론 멕시코의 셰인바움 대통령이 좌파 진영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니카라과, 쿠바같은 나라에서는 여전히 좌파 정권이 자리하고 있고요. 그래서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곳이 브라질입니다.
오는 10월 치러질 브라질 대선에서는 현직 룰라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이었던 자이르 보우소나르의 아들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가 대결합니다. 작년만 해도 룰라 대통령이 두 자리 숫자로 앞섰었는데 최근에는 보우소나루가 무섭게 쫓아오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플라비우 보우소나루의 Banco Master 관련 의혹이 터지면서 지지율에 타격을 입은 모양새인데요, 브라질 국민들이 생각하는 가장 시급한 이슈가 범죄이니만큼 강경한 치안정책을 내세우는 보우소나루가 얼마나 선전을 할 지는 아직 알 수 없죠.
만일 룰라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면 라틴 아메리카 내 정치적 무게중심은 오른쪽으로 확 실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국제 정치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브라질은 브릭스(BRICS)의 맨 앞 글자인 ‘B’의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룰라가 아닌 보우소나루가 당선이 된다면 비미국, 탈달러를 내세우는 이 모임의 전열도 왠지 흔들릴 수 있다는 느낌적 느낌이 드는데요.
미국 중간 선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한 달 앞서 있을 브라질 대선 역시 관심을 가져 보시면 어떨까요.
첫 글을 올린 후에 바로 격추되었던 F-15E에 타고 있던 두 번째 무장통제관(WSO)까지 구출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사실 이렇게 전투기에서 탈출한 조종사나 군인이 살아 있을 확률은 (당연한 얘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집니다. 물론 조종사의 상태나 떨어진 곳의 지형에 따라 다르지만요. 사출 과정에서 부상을 당할 수도 있고, 해상이나 추운 곳으로 떨어지면 저체온증이나 익사의 위험도 있고요. 그래서 첫 몇 시간이 그야말로 골든 타임이라고 하죠. 어쨌든, 두 사람 모두 구출해 냄으로써 트럼프 대통령과 미군은 대단히 큰 고비를 넘긴 셈입니다.
그런데, 이 한 명을 구조하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작전이 펼쳐졌습니다. 이란이 미군을 포로로 확보하게 되면 엄청난 협상 카드가 되기 때문에, 양쪽 모두 필사적으로 찾아 나서야 했죠. 결국 미국이 구조에 성공했지만, 이 두 명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A-10도 격추 당하고 HH-60도 피격돼 손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C-130 수송기 두 대는 폭파시킨 후 버리고 와야 했다고 하고요. 복수의 언론 매체에서 작전에 투입된 특수부대원만 수백 명이라고 하고, 수십 대의 항공기, CIA까지 총동원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죠.
물론 이런 상황에서 미군이 이란에 포로로 잡히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란도 기를 쓰고 그를 잡으려 했고요. 하지만, 저러다가 구조대가 습격을 당하거나 오히려 더 힘들어질 수도 있는데, 꼭 이렇게까지?
사실 ‘전우를 남겨 놓지 않는다(Leave no man behind)’는 신조는 미군의 오랜 신조입니다. 기원으로 보는 건 1759년 프랑스-인디언 전쟁 당시 로버트 로저스 소령의 원칙이라고 하고요. 미군 교리에 등장하면서 제도화된 것은 1974년 제1레인저 대대가 창설되면서입니다. 당시 ‘레인저 신조(Ranger Creed)’ 를 작성할 때 이 문장을 명시한 거죠.
“I will never leave a fallen comrade to fall into the hands of the enemy. (나는 절대로 쓰러진 전우를 적의 손에 남겨두고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신조는 2003년 11월, ‘전사 신조(Soldier’s Creed)’의 핵심 철학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생존자를 구조하고, 부상자를 회수하고, 전사자의 경우는 유해를 수습한다는 원칙이 포함됩니다. 미국이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지금까지도 발굴하고 송환하려 애쓰는 것 역시, 이런 ‘전우를 끝까지 데려온다’는 전통과 맞닿아 있습니다.
간혹 훈련시키는 데 엄청난 돈이 드는 전투기 조종사나 특수부대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냐고도 하지만, 전군 전체에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다만 조종사 구출이 여러가지로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눈에 띄어서 그렇죠. 예를 들어 일반 보병일 경우, 보통은 아군 부대원과 함께 움직이니까 부상을 당해도 상대적으로 빨리 발견하고 바로 데리고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투기 조종사의 경우는 이번처럼 격추되면 적진 한복판에 고립되기 마련이죠. 그러다보니 조종사를 구해내기 위해서는 특수부대, 전투기, 수송기 등이 투입되는 구출작전이 필요하게 되죠.
사실 합리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게 과연 꼭 지켜야만 하는 걸까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전시 전략이나 전술을 수립하고 진행할 때 이 원칙을 지키다가 더 큰 희생을 치르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니까요.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소말리아 모가디슈 전투 당시 <블랙 호크 다운>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이 이 원칙을 버리지 않는 것은 이 원칙이 주는 정신적, 심리적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이 생겨도 나는 버려지지 않는다’ 혹은 ‘국가와 전우가 나를 구하러 올 것이다’라는 믿음이 가져다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곧 전투력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또한 전우를 위해 목숨을 거는 군대 문화는 부대의 사기를 올리고 결속력을 단단하게 하고요.
저는 군사 전문가는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이번 작전이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작전이었다고 하네요. (솔직히 저 같은 막눈이 봐도 보통 일은 아니었던 듯 해요.) 미국이 꽤 큰 물리적 비용을 치른 것은 맞지만, 두 사람을 구해옴으로써 얻은 것이 훨씬 커 보이는 건 저뿐일까요.
p.s. 원래 쓰기로 했던 법적인 이야기와 인도 태평양 지역 내용은... 영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더 쓰다간 피디님한테 혼날 듯.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화가 나 있는 게 유럽이죠. 그렇잖아도 나토에 대한 불만은 하늘을 찌르는데, 이번에 단단히 배신감을 느낀 것 같습니다. 스페인은 이란 전쟁 관련 미군기에 영공을 폐쇄했고, 영국은 너네 전쟁에 왜 우리가 가냐고 했고, 프랑스는 심지어 호르무즈 해협 무력 사용 허가 문제에 중국, 러시아와 함께 반대입장을 표하기도 했죠. 대서양 동맹의 균열이 지금보다 컸던 때라면 2003년 미국이 이라크 침공할 때 정도밖에는 생각이 안 나네요.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불신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미국의 유럽에 대한 불만은 이전부터 상당히 누적되어 왔습니다. 트럼프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란 거죠.
냉전이 끝나자마자 미국 내에서는 공산블록도 사라졌는데 왜 우리가 이렇게 돈을 많이 내야 하냐는 불만이 스멀스멀 올라왔고, 이미 그 때부터 유럽국가들이 이젠 돈도 많으면서 안보는 미국한테 맡기고 무임 승차한다는 말이 터져 나왔습니다. 유럽은 유럽대로 이제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유럽만의 독자적인 안보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특히 목소리를 높였던 국가는… 네, 다들 짐작하시다시피 프랑스였죠. 프랑스, 나름 일관성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나토가 유럽에 존속할 수 있었던 데에는, 유고슬라비아 내전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내전 초기 유럽은 미국 개입 없이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그렇지가 않았던 거에요. 끔찍한 인종청소와 내전을 군사적은 물론 외교적으로도 전혀 통제하지 못한 채 무능함만 보여줬죠. 결국 미국이 개입하고 나서야 끝이 납니다. 큰소리 뻥뻥 치더니 유럽 내에서 난 불도 끄지 못하는 현실을 체감한 거죠.
이후 미국 정치권과 군 수뇌부는 ‘유럽은 능력도 안 되면서 입만 턴다’는 냉소적인 인식을 슬슬 갖게 되는데, 그 인식에 쐐기를 박은 게 2011년 리비아 사태입니다. 아랍의 봄 여파로 일어난 리비아 내전 초기, 카다피 정권의 민간인 학살을 막겠다면서 영국과 프랑스가 나섭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군사 개입을 주장하며, 특히 프랑스가 아주 적극적이었죠. 북아프리카에 대한 그들의 ‘우리 앞마당’ 정서도 작용했을 겁니다. 반면 미군 수뇌부는 리비아에 개입하면 안 된다고 반대했었고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악몽이 떠올랐겠죠.
결국 미국은 ‘Leading from behind’라 불리는 소극적 개입을 하게 되는데요, 토마호크 미사일을 100기 넘게 발사해서 리비아의 방공망을 제거해줍니다. 그리고 뒤로 빠지는데, 영국과 프랑스가 개전 한 달 만에 SOS를 칩니다. 정밀유도탄과 순항미사일이 부족하다면서요. 미국측에서는 이정도 작전도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군사력이 바닥인거냐며 어처구니없어 했죠.
더 큰 문제는 영국과 프랑스가 카다피가 사살되고 정권이 붕괴된 이후를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는 거에요. 결국 리비아는 무정부상태가 되어 수많은 난민을 낳았고, 이듬해 리비아 벵가지에서 미국 외교공관과 인근 CIA 시설이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대사 포함 4명이 사망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한 결정 중 가장 후회하는 것이 리비아 사태 이후를 준비 못한 채 개입했던 것이었다고도 밝힐 만큼, 이 사건은 미국이 유럽을 바라보는 시각에 꽤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정치권과 군이 바라보는 유럽은 ‘군사적으로 무능하고 의욕만 앞서는데 결국엔 우리한테 ‘해줘’하고 손 내미는 놈들.’ (과한 표현 죄송합니다. 전 유럽 좋아해요. 걍 미국에서 보는 시각이라고요.)
그러니까 유럽의 나토국가들에 대한 감정의 골은 사실 트럼프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꽤 오랫동안 미국 정치권에서 깊게 패여 왔던 거죠.
그럼 과연 대서양 동맹은 이대로 끝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입니다. 언론 보도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법적으로 의회 허락 없이 대통령 맘대로 끝내지 못 한다던데 과연 그런지, 또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은 어떻게 되는건지?
정말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논란 가득했던 대국민 연설 이후 주말에 대대적인 공격이 있을 거라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공비행을 하던 F-15가 격추되었죠. 타고 있던 조종사와 무기체계담당관 중 조종사는 구조가 되었습니다만, 무기체계담당관은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구조를 위해 수색 중이라는 뉴스가 들어와 있고요.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부터 보죠. 여러가지 포인트가 많았습니다. 앞으로 2-3주 더 무시무시한 공격을 하겠다는 공언, 이란 해군과 공군 능력은 궤멸되었다 등등.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며 지적하고 있는데요,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죠. 석기시대니 뭐니 그런 자극적인 말보다 귀에 들어온 것은 호르무즈 해협 관련한 언급이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어려움에 봉착한 나라들한테 던지는 메시지가 있었죠. 첫째, 미국 석유를 사라. 우리 석유 많다. 둘째, 늦은 감은 있지만 용기내서 호르무즈 해협 통과해라. 알아서들 석유도 운송들 하고. 이란은 사실상 초토화된 상황이니까.
아니, 들쑤셔 놓은 게 누군데 저러고 그냥 간다고?
항행의 자유
무책임한 듯한 이 발언은 사실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트럼프가 그걸 알고 이런 말을 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1941년 처칠과 루스벨트가 서명한 아틀란틱 헌장에서 일곱번째 조항으로 명시한 것이 공해에서의 항행의 자유였습니다. 미국은 제국주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유무역의 질서로 갈아엎으려 했죠. 그리고 자국의 상선이 타국이나 적국의 공격을 받지 않고 안전하고 자유롭게 해상 교역을 하기 위해서는 함대의 보호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이 ‘항행의 자유’는 미국 배들만 보호하는 슬로건이 아니었습니다. ‘자유 무역’에 ‘항행의 자유’라는 말까지 붙었으니까요. 전후 미국 해군이나 외교 안보 담론을 보면, 국적을 불문한 공해 상 상선보호 원칙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미국의 동맹 국가의 선박 및 핵심 해역에서의 항행은 적극적으로 보호해온 영역입니다. 또한 미군이 전 세계 어디든 병력과 물자를 이동시킬 수 있는 해상로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항행의 자유’는 매우 중요한 원칙이었습니다. 그렇게 지난 80년 동안 세계는 미국 함대가 경비를 서는 바다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교역을 하고 경제를 발전시켜온 셈이죠.
그런데 이게 당연하지만 엄청 돈이 드는 일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를 패권 유지 비용이라고도 했고, 어떤 이들은 미국이 패권국으로서 제공하는 글로벌 공공재라고 했습니다. 항모전단 1년 운용 비용이 수십억 달러입니다. 미국은 총 11개 항모전단을 가지고 있고 통상 3-4개가 항상 해외에 전진 배치되어 있죠. 그래서 바다를 누비고 다니는 미국 함대의 존재를 미국 패권의 상징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이거 그만둘 테니 알아서 하라는 거죠.
‘Go to the strait and just take it.’
단순히 열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외교 안보 정책을 큰 줄기로 본다면, 이 패권 비용을 치르는 것에 미국이 지친 것 같아 보입니다. 물론, 그 비용을 미국이 아니라 특정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가 필요한 나라가 ‘비용을 치르고’ 미국에게 부탁하면 들어줄 용의가 있어 보이고요.
그리고 이 말이 결코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번 전쟁으로 인해 동맹 재편이 거의 불가피해 보인다는 점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나토가 떠오르지만, 한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요. 관련 이야기는 이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란의 쿠르드 조직들은 이란과의 접경 부근인 이라크 북부 쪽에 본진을 구축해 피신해 있습니다. 이란 중앙정부의 감시와 탄압으로 인해 훈련, 보급, 정치 조직들을 이란 내에서 운영하기 어려웠고, 접경 부근인 이라크 북부의 이라크 쿠르드 자치령이 은신처로도 적당했던 거죠.
일단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는 최대한 이 사태에 관여하지 않으려 합니다. 잘못하다가 이란한테 얻어맞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PAK 등 이란 쿠르드의 반군 병력 일부가 접경 지역에서 대기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조차 경계하며 단 한 명도 국경 안 건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게다가 혹여 미국이 지금 이란 정권을 흐지부지 놔두고 전쟁을 끝내 버리면 그야말로 이란으로부터 피의 보복이 있을테니, 미리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받을까 봐 몸을 사리는 거죠.
반면 이란 쿠르드 조직들은 조심스럽긴 하지만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오면 출동할 태세이긴 합니다. 미국이 접촉했다고 보도가 나온 이란 쿠르드 반군 조직 중 PAK의 간부들은 직접 인터뷰도 했죠. 다만 미국의 지상군 투입이 있으면 우리도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먼저 나가 총알받이가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의지는 충만합니다.
그런데, 쿠르드 반군이 뭘 할 수 있을까? 이란 쿠르드 반군의 숫자는 다 합해서 대략 5,000명에서 8,000 안쪽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정규군을 상대로 싸울 병력이 되지 않습니다. 시리아 SDF처럼 대규모 작전의 경험이나 중장비가 축적된 것도 아니고, 테헤란 진격 – 이런거 하기는 무리입니다.
다만 이들이 투입되면 일종의 비대칭전력으로 이란군과 혁명수비대를 서쪽에서 압박하는 역할을 할 순 있겠죠. 지금 이란은 방공망도 뚫렸다고 하고 호르무즈 해협에 여러 군사시설 방어에 정신이 없는데, 서쪽 국경지역까지 골치 아파지면 버거울테니까요. 더불어 중앙의 통제가 조금이라도 느슨해진다면 시위나 봉기가 일어날 여지를 줄 수도 있겠고요.
사실 이란은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다민족 국가입니다. 페르시아계가 약 60%정도 되고 아제르바이잔계가 16%정도, 쿠르드 10%, 루르 약 6%, 발루치 2% 등. 발루치처럼 독립하겠다고 꽤 목소리를 높여온 민족도 있고, 아제리처럼 중앙 정부에 진출한 민족도 있고 다양합니다 (현 대통령 페제쉬키안도 아제리계죠). 쿠르드쪽부터 해서 동시다발적으로 독립이나 자치권을 요구하면, 중앙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반대의 의견도 많았습니다. PJAK처럼 PKK와 연계가 있는 걸로 의심되는 조직도 있기 때문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있는 튀르키예때문에 정치적으로도 부담스럽습니다. 그리고 쿠르드족는 역사적으로 미국을 도와줬다가 버림받은 기억이 있죠.
다른 민족들도 나섰다가 자칫 피비린내 나는 내전으로 휘몰아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건 미국, 그리고 걸프국가들이 원하는 결과는 아닙니다. 특히 걸프국가들은 지역 질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중동의 미래를 추구해왔죠. UAE가 걸어가는 그 길 처럼요. 미국도 최대한 중동 불안정을 축소하고 매 사건마다 미국이 들어가서 개입하고 중재하는 거 안 하고 싶어서 작전을 펼친 건데, 내전에 쑥대밭이 되면 안 건드니만 못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쿠르드족 도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랬다가 이틀만에 마음을 바꾼 건데요, 뭐 연막전일 수도 있겠죠. 내일 당장 또 쿠르드가 함께 한다고 외칠수도…
그런데 연막전이 아니라면 흥미로운 포인트가 이스라엘과 조금 다른 트랙을 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사실 쿠르드족 개입시키는 것에 훨씬 적극적이었던 건 이스라엘이었습니다. 미국은 그냥 만지작거리고 조심스러워 하는 모양새였고요. 이스라엘은 이란에서 이판사판 난리나도 나쁘지 않다는 태도라고 들었습니다. 뭐 탄도미사일 없애고 난 후, 이란이 오랫동안 분열되고 극심한 분열을 겪으면 오히려 좋다는 태도랄까요. 정권 교체든 체제 붕괴든.
이란 공격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흘러나온 이야기 중 하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엔드 스테이트(End State)’가 다를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시간을 끌어서라도 이란이 마비되고 붕괴되는 상태를 선호할 것이고, 미국과 걸프국가들은 훨씬 약한 정부를 유지하되 지역 안정까지 건드리지 않을 수준의 상태를 원할 것이라고요. 그래서 결국 언제까지 전쟁을 치를지, 또 어떤 전략을 택하고 마지막 목적지를 어떻게 정할 지에서 두 국가 간에 불협화음이 있을 수 있다는 거였죠.
한 가지 와닿는 부분은 이제 미국도 질서나 체면, 명분 같은 거 신경 쓰지 않는 국가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전쟁을 하거나 군사작전을 할 때, 미국은 최소한의 ‘명분’을 가지고 들어가곤 했습니다. 설사 위선적이라 하더라도요. 이제는 그런 거 필요 없다는 것처럼 보이네요.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쉽습니다.
많은 분들이 전쟁에 대해 궁금하시고 질문을 주시는데요, 지난 영상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군사 전문가도 중동 전문가도 아닙니다. 해당 지역과의 긴밀한 네트워크가 있어야 현지 소식을 생생히 전달할 수 있을텐데, 전 그렇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지금까지 나온 언론, 싱크탱크 전문가들, 미국 쪽 인사들을 통해 나름 들은 이야기들을 종합한 수준입니다. 오늘도 글을 올릴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그래도 정리된 내용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끄적 끄적 적어봤습니다.
전쟁 발발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어려워지면서 유가는 급등했고, 이란이 주변 국가들을 향해 미사일을 쏘면서 지역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네요. 오늘 에어포스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기자들의 짧은 Q&A가 있었는데, 그 내용을 좀 올려보려 합니다.
기자들과의 대화를 요약하면 군사작전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이란의 해군과 공군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했죠. 지상군 투입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라며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할 수도 있고.. 정도의 모호한 대답을 했고요.
애초 미국이 이야기한 정권 교체가 목표라면 지상군 투입 없이는 안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습니다. 정권 교체(regime change)는 정치의 영역이기 때문에 그렇겠죠. 하지만 지상군 투입은 강한 미국내 저항을 받을 터라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쿠르드족 반군을 지상군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계획이 흘러나왔었는데요, 이것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했습니다. 현재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생각이 없다고 했죠.
사실 쿠르드족 이야기가 자꾸 나와서 정리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인하는 바람에 ㅠㅠ 그런데 어차피 썼던 거, 마저 쓰고 한 번 의미를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약 3-4,000만 명 가까이 된다는 쿠르드족은 튀르키예, 시리아, 이라크, 이란에 걸쳐 살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분파도 이름도 성향도 다 달라서 아주 rough하게 정리해봤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 튀르키예
튀르키예에 있는 대표적인 쿠르드 조직은 좌파 민족주의 성향의 PKK입니다. 1980년대 이후 튀르키예 군과 관공서, 관광시설에 테러 공격을 감행해서 민간인 피해도 많이 낸 과격한 단체죠. 당연히 튀르키예 정부는 이를 갈고 있고 미국, EU 역시 모두 테러집단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남동부와 이라크 북부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요, 2025년에는 무장투쟁을 종료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뒤, 튀르키예 정부와 정치적 협상 중입니다.
2. 시리아
시리아 북동부에는 SDF, 그리고 그 핵심 세력인 YPG가 있죠. SDF는 이념적으로도 PKK와 가깝고 튀르키예에서는 이들을 PKK의 시리아 지부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IS 격퇴할 때 핵심 파트너였던 조직이 바로 또 이 SDF이기도 하죠. 덕분에 전투에는 베테랑들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2019년 IS 소탕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전격적으로 발표하면서 헌신짝처럼 버려서 튀르키예의 공격 앞에 무방비 상태로 내버린 쿠르드 반군이 이들입니다. 시리아 아사드 정권 붕괴 후 들어선 현 정부와 단계적으로 통합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국가 체계로 편입되는 과정에 있습니다.
3. 이라크
이라크의 쿠르드족은 2005년 이라크 헌법을 통해 자치 정부로서의 법적지위를 인정받았습니다. 쿠르디스탄 자치령 정부(KRG)에는 KDP, PUK같은 정당들이 있고, 페쉬메르가라고 하는 무장세력을 두고 있죠. 이들은 반군이라기 보다 자치정부의 준정규군에 가깝습니다. 이라크 쿠르드족은 1991년 걸프전 이후 중앙정부의 힘이 빠진 사이 사실상 자치를 해왔습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신헌법을 통해 제도화가 되었고, 2005년 헌법을 통해 공식적으로 자치권을 인정받았죠. 그래서인지 미국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편이고, IS 격퇴전 시에도 일정 부분 기여를 했습니다.
4. 이란
이란의 쿠르드는 이라크 국경과 맞닿은 이란 서부 지역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란에는 꽤 여러 개의 반체제 쿠르드 무장조직들이 있는데, 이들이 느슨한 형태로 연합, 공조하고 있죠. 이들 중 핵심집단으로 꼽히는 조직이 PJAK, PDKI(KDPI), PAK인데요, 이중 PJAK는 튀르키예에서 경계하는 PKK와 연계되어 있다고 하죠.
쿠르드족의 목소리를 높이고 권한을 인정받고 싶어하지만, 계파마다 또 그 안에서도 성향에 따라 주장하는 바가 다릅니다. 쿠르드 국가 건국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현실적으로 자치권만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의 체제가 약화되어 있는 와중에 쿠르드 자치와 정치적 지분을 제도적으로 보장받는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있겠네요.
며칠동안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쿠르드 반군이 이미 국경을 건너서 들어왔다는 둥, 참전 안하고 중립을 지키겠다는 둥. 그리고 이 와중에 이란은 ‘이라크’ 쿠르드 지역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습니다. 아니, ‘국경’을 넘었다는 무슨 이야기인지, 또 이란은 이란 쿠르드도 아니고 왜 '이라크' 쿠르드를 공격한 거지?
김지윤의 지식Play
세계는 넓고 관세는 많다
하키스틱에 추가 관세 50%. 와인, 유제품, 심지어 가발까지.
지난 월요일, 트럼프가 캐나다 상품 200억 달러어치에 무려 5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법적 근거는 1930년 관세법 338조. 대공황 당시 제정되었고, 결과적으로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알려져 있는 ‘스무트-홀리 법’이 바로 이 ‘1930년 관세법’입니다. 이 법의 일부인 338조 카드를 꺼내든 건데요, 이 조항은 법 제정 이후 96년 동안 관세 부과용으로 단 한 번도 쓰인 적이 없는 조항입니다.
올해 2월, 대법원이 IEEPA에 기반한 트럼프의 상호관세와 펜타닐 관련 관세를 위법이라고 막았죠. 백악관은 바로 무역법 122조를 들어서 10%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그런데 122조는 150일 동안만 부과가 가능하고, 의회의 승인이 없으면 힘을 잃습니다. 그리고 그 시한은 오는 24일이죠. 그래서 조야에서는 무역법 301조가 대신 부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왔는데요. 122조의 데드라인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338조를 꺼내 든 겁니다.
338조가 강력한 것은 대통령의 포고문(Proclamation) 하나로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301조 같은 경우는 USTR에서 조사가 들어 가야하고, 그 결과를 두고 공청회나 의견 수렴 등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232조 역시 과연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상무부의 판단과 보고서가 필요하고요.
반면 338조는 그런 과정이 굳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특정 국가가 미국의 상품에 불합리한 규제나 차별을 하거나, 미국과의 상거래에 상대적으로 ‘불합리한’ 부담을 지운다고 판단되면 그 나라 상품에 최대 50% 관세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누가? 대통령이요. 심지어 상대가 계속 버티면서 차별적 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아예 수입금지도 가능하죠.
진짜 의도는?
그런데, 당장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물품에 50% 관세가 부과되는 것은 아닙니다. 발효가 되는 것은 30일 후인 8월 19일이거든요. 트럼프 대통령과 카니 총리는 협상을 통해 해결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하고요. 특히 미국과 캐나다는 USMCA 갱신 관련해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죠. 그래서, 338조와 50% 추가관세는 트럼프의 압박용 카드로 여겨지는 분위기이긴 합니다. 실제로 관세를 부과한 항목들이나 액수가 캐나다산 전체 9수입품의 5.2%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또, 이 조항을 적용한 것이 IEEPA처럼 법원에 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압박용 카드라 할지라도 (저는 의심이 좀 많아서인지) 이 행보를 유심히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338조 카드를 내민 것이, 왠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하나의 statement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대법원 판결로 인해 IEEPA를 통한 광범위하고 자의적인 상호관세가 막혔지만, 여전히 미국과 트럼프가 가지고 있는 무기는 많다고 말하는 것 같달까요. 법전 뒤져보면 쓸 수 있는 카드는 계속 나올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그리고 캐나다가 시범 케이스이고, 다른 국가들에게도 338조가 적용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요. 122조의 만료, 그리고 301조 적용이 예상되는 시점에 등장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의미심장하기도 하고요.
지금 한국이 301조 관련해 적용이 될 거라 보는 분야는 ‘강제 노동’입니다. 아, 우리가 ‘강제노동’을 한다는 게 아니라 ‘강제노동 상품’의 수입을 막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사실상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강제노동 상품을 겨냥한 거라 보시면 돼요. 관련 관세율로 12.5%가 제안되었는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습니다. 과잉생산조사는 3월부터 진행 중이고, 디지털 규제와 차별은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지는 않은 상태고요.
말씀드린 바와 같이 338조의 발동 조건은 미국 상품이나 상거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차별당했다’입니다.
음. 왠지 쎄하네요.
한 번 지켜보죠.
1 week ago | [YT] |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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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지식Play
축구팬들의 가슴을 흔드는 맨체스터
월드컵이 한창입니다. 잉글랜드가 노르웨이를 이기고 4강에 오른 아침, 갑자기 생각이 나서 끄적여 봅니다.
저 같은 야구빠도 결코 모를 수 없는 이름.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와 맨체스터죠. 박지성 선수와 세상 쓸모없는 게 SNS라는 일침을 날리던 퍼거슨 감독, 그리고 만수르. 맨체스터가 요새 다시 핫하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왜냐?
영국의 총리가 또 바뀔 것 같거든요.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가 지난 6월 22일 사임 의사를 발표했습니다. 노동당은 총선을 치르지 않고 새로운 총리를 뽑을 예정인데요, 이에 따라 영국은 새 총리를 맞이하게 될텐데요. 지난 10년 동안 무려 6번이나 총리가 바뀌었고 이번에 다우닝 스트리트의 주인공이 되는 사람은 7번째 총리가 됩니다. 그야말로 총리 난립의 시대를 맞고 있네요. 2024년 압승으로 선거를 이기고 총리자리에 올랐던 스타머인데 2년도 채 되지 않아 물러나는 걸 보니, 영국이 어렵긴 어려운가 봅니다.
현재 유력한 차기 주자로 올라오는 인물은 앤디 버넘입니다.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으로 알려져 있는 버넘은 최근 보궐선거를 통해 중앙 정계로 돌아왔죠. 많은 전문가들은 특별한 경쟁자나 선거 없이 7월 17일 버넘이 총리 자리를 이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버넘은 노동당 의원 403명 중 322명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당 규정상 최소 20%(81명)의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요, 403에서 322를 빼면 딱 81이라.. 거의 끝났다고 보는게 무리는 아니죠. 유력 경쟁자들도 이미 불출마 선언을 했고요.
사실 오늘 제가 수다 떨고 싶은 내용은 재미없게 영국은 왜 이렇게 되었나… 가 아니고요(사실 그건 영상용 내용이기도), ‘맨체스터’라는 곳의 상징성 내지는 특별함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우리에게 맨체스터하면 뭐, 축구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박지성 선수라든지, 세상 부러운 남자 만수르의 맨체스터 시티도 있고요.
그런데 맨체스터는 축구의 성지일 뿐 아니라 영국의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도 대단히 상징성이 있는 곳입니다.
맨체스터리즘 (Manchesterism)
최초의 산업도시라 기록되는 맨체스터는 ‘코튼노폴리스(Cottonopolis)’라고 불렸습니다. 산업혁명 후 면방직업을 기반으로 무섭게 성장한 대표적인 도시이고, ‘자유무역과 자유방임주의(laissez-faire)’를 부르짖던 맨체스터 학파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기존의 지주 계급과 신흥 산업 부르주아지가 격렬하게 대치했던 곳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발생한 여러 부작용들이 맨체스터에도 일어나죠. 사회 안전망이나 노동권이 없던 시기였으니 더 심했고요. 빈부격차는 물론, 참혹한 노동현장, 아동노동 착취 등등. 한 아버지가 후계자 수업 받으라고 아들을 맨체스터 인근의 자신이 소유한 방직 공장에 보내 놨더니, 공장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고 오히려 더 열렬한 공산주의자가 되어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그 아들내미가 바로 엥겔스였고,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엥겔스는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을 펴냈죠.
선거권을 요구하는 군중을 기병대가 잔혹하게 진압했던 피털루 학살(Peterloo Massacre) 사건 역시 맨체스터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맨체스터 가디언(Manchester Guardian)이라는 언론 매체가 탄생했고, 그게 현재의 가디언(Guardian)지입니다. 가디언 지는 지금도 대표적인 리버럴 성향의 언론 매체이죠.
유명한 여성 참정권 운동가 에멀린 팽크허스트가 태어난 곳도 이 곳인데요. 팽크허스트는 자신의 딸들과 함께 여성사회정치연맹을 만들어 전투적으로 여성의 투표권 운동을 벌였죠. 그 본진도 맨체스터입니다.
그야말로 맨체스터는 산업혁명 이후 영국의 정치, 사회, 경제적 변혁의 상징성이 어마어마한 곳이죠.
맨체스터 지역의 광역시장을 지낸 버넘 의원은 지금까지 런던에 집중되어 있던 영국의 금융, 정치, 경제를 분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난 속에 물러나는 스타머 총리와는 비교되는 행보이죠.
우리에겐 축구로 제일 익숙한 곳이지만, 버넘이 총리가 되면 다른 이유로 부상하지 않을까 싶은 맨체스터. 따지고 보면 축구는 노동자들의 문화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죠. 특별한 장비도 필요 없이 공터에서 둥근 공 하나를 가지고 노동의 피로를 달래고 이들만의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낸 스포츠가 축구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철도 노동자들의 직장내 친목팀(Newton Heath L&YR Football Club)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까요.
어쨌거나 오늘 아침 잉글랜드가 4강에 올라갔네요. 개인적으로는 아르헨티나가 스위스 꺾고 올라와서 잉글랜드-아르헨티나 전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욕심이. 그리고 스페인을 이긴 프랑스랑 영국이 결승에서 붙으면...! 설레발은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2 weeks ago | [YT] | 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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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vs. TKMS
어제 일찍 잠들고 새벽에 일어나보니 캐나다발 뉴스가 하나 떴더군요. 수십조원에 달하는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방 조달 사업인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서, 독일의 TKMS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한국의 한화 오션이 최종 후보에 올랐었고 많은 이들이 기대했었는데, 아쉽게 되었네요. 물론 정확히는 계약 체결이 아니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이 된 것이지만, 판이 많이 기울었다고 봐야겠죠.
언론에서는 아쉬움과 함께 “졌.잘.싸.”라고도 표현했습니다. ‘빠른 납기’라는 장점을 가졌던 한화에 TKMS측에서 내놓은 ‘2034년까지 4척 인도’ 맞불카드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요. 사실 제가 방산 쪽 전문가도 아니고 밀덕수준에 미치지도 못하는 지라 조심스럽긴 한데요, 국제정치 시각에서 바라보는 의견을 한 번 적어볼까 합니다. (반박 시 여러분 의견이 맞습니다.)
먼저 한화오션의 입장문을 보시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NATO 동맹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저는 여기에 꽤 많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잠수함이라는 특수성
그동안 K-방산 붐이 불었었습니다. 한국의 무기들이 인기도 많고 날개 돋힌 듯 팔렸죠.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면서 K9 자주포, K2 전차, 천무 등등 쓸어 담던 폴란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Orka 잠수함 사업에서 폴란드는 스웨덴 정부와 사브의 손을 잡았습니다. 자주포는 한국에서 샀지만 잠수함은 유럽에서 산 거죠. 이 사업에는 한국의 한화오션 뿐 아니라 프랑스의 나발그룹,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 그리고 독일의 TKMS까지 뛰어들었기에 경쟁이 빡세긴 했습니다.
그런데요.
잠수함은 자주포처럼 상대적으로 독립 운용이 가능한 무기와는 다릅니다. 향후 몇 십년을 굴려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략적 신뢰가 중요하게 작동하죠. 수중에서 무엇을 듣고, 어떻게 식별하고, 어떤 통신 체계로 연결되고 등, 온갖 기밀이 얽혀 있는 자산이거든요. 따라서 특정 국가의 잠수함을 산다는 것은 단순히 배 몇 척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동맹에 준하는 신뢰와 상호 운용성이 고려되는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TKMS가 캐나다에게는 안전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캐나다가 독일과 노르웨이를 통해 NATO의 방산 생태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겠다는 의지로 보이거든요.
독일과 노르웨이는 2021년 차세대 잠수함을 공동으로 조달하고 건조, 운용하는 212CD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이 212CD의 사업 파트너가 TKMS이고, 첫 노르웨이 잠수함이 2029년에 인도될 예정이었죠. 캐나다는 현재 빅토리아급 잠수함이 노후해서 제 시간에 대체하지 못해 안보 공백이 생길까봐 조급한 상황입니다. 이런 캐나다 측에 독일과 노르웨이는 자국 해군에 배정된 생산 순번까지 조정해서 먼저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한화 측의 강점이었던 ‘빠른 시일 내에 준다’는 것을 독일과 노르웨이가 나서서 ‘그래? 그럼 우리는 순서 바꿔서 너희 먼저 줄게’하고 나온 것이죠. (그런고로 노르웨이는 2029년에 받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뇌피셜.)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정은 단순히 잠수함 몇 척 사는 것이 아니라, 캐나다가 독일과 노르웨이의 212CD 프로그램에 합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NATO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하고 있고, 유럽은 스멀스멀 독자적으로 방산 생태계를 갖추려는 움직임이 있는데요. 이런 시기에 캐나다는 유럽과 함께 가기로, 혹은 유럽을 옵션으로 둔 다각화를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보이는 징후가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입니다. 유럽연합은 2025년 방산 조달을 지원하는 금융 제도인 SAFE를 출범시켰습니다. 최대 1,500억 유로의 대출을 제공해서 EU 회원국들의 방산 ‘공구’를 지원하는 제도죠. 그런데 EU 자금으로 유럽 방산업체를 키우자는 의미에서 출발한 것인만큼, SAFE에는 원산지 규정이 있습니다. EU, EEA/EFTA, 우크라이나 외의 지역에서 생산된 부품의 비용이 최대 35%를 넘지 못하게 제한됩니다. 그런데 캐나다는 지난 2월 EU와 협정을 맺어서 캐나다산 부품의 제한을 최대 80%까지 인정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유럽 방산망에 가까이 가려는 캐나다의 노크에 유럽이 화답한 셈이죠.
될까?
다만 이 결정이 캐나다를 위해 최선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캐나다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독일의 생산력이 과연 받쳐줄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고요 (쉽게 말해서 날짜 맞추겠냐는 의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TKMS를 선택했다는 것은 캐나다 정부가 생산력과 경제적인 부분만 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향후 수십 년의 전략적 관계가 고려되었고, 그런 의미에서 나토 국가 간의 정치적 동맹에서 독일과 노르웨이가 확신을 주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죠.
그래서, 단순히 졌.잘.싸.로 끝날 일은 아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동맹 블록화가 더 강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K-방산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고민은 한화 오션만의 것은 아닌 것 같네요. 독일과 노르웨이 정부가 저렇게 발 벗고 순서 조율까지 해줄 정도로 나섰다는 것이 의미심장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무기나 방산 관련 전문가는 아니라서… 그냥 대충 아는 것으로 떠들었다 생각하시고 읽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3 weeks ago | [YT] | 3,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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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와 무역 전쟁은 진행중
요 며칠 사이 중요한 사안들이 워싱턴 DC에서 있었습니다. 왠지 별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적어보려 합니다.
USMCA 갱신 불발
지난 7월 1일, 현행 USMCA 연장을 미국이 거부했습니다. USMCA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맺은 자유 무역 협정이죠. 2020년 7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발효된 이 협정은 2036년 만료되는 일몰조약입니다. 단, 세 국가가 그보다 10년 전인 2026년 연장에 합의하면 16년 더 연장해 2042년까지 자유무역 협정이 유지되는 거였죠. 그런데 미국이 연장에 거부한 거에요.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대로는 못 간다… 입니다.
뭐, 당연히 완전히 끝난 건 아닙니다. 실제 만료는 2036년이기 때문이죠. 그 떄까지 매년 재검토를 반복하면서 의견을 좁혀 나가고 합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미국측의 거부는 정말로 협정을 끝내겠다는 것보다는, 미국에 더 유리한 방향으로 협정을 고치겠다는 것으로 읽어야겠죠.
미국측은 차량의 미국산 부품 비중을 50%로 맞추고, 역내 부품 비율은 82%까지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멕시코 그리고 대캐나다 무역적자를 줄이라고 하는데요. 현재는 북미 부품 비중이 75%가 기준인데, 멕시코, 캐나다 다 포함하는 ‘북미산’말고 부품의 50%를 오로지 ‘미국산’으로 기준을 좁히라는 것이죠. 멕시코와는 계속해서 협상을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캐나다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는 특별히 불편한 사이라서 아직 이렇다할 진전이나 논의가 없었거든요.
어떻게든 결국 합의가 있을 거라 생각되지만, 결정이 나기까지 계속 불확실한 채 뭔가 껄쩍지근한 상태가 계속되겠죠. 한국은 NAFTA와 USMCA를 보고 멕시코에 투자한 기업들이 많고, 현대차그룹의 기아 공장이 있다 보니 신경이 쓰일 것으로 보입니다.
하원 법사위원회 보고서
언론에 보도가 되긴 했는데,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약 35쪽 정도 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제목이 “Closed for Competition”인데요, 한국이 미국 기업에 차별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요. 네, 그 미국 기업이 여러분들 아시는 쿠팡입니다.
대략의 내용은 언론에 보도가 되었지만, 썩 좋지 않습니다. 2025년 11월, 쿠팡 전직 직원에 의해 고객 데이터가 유출되었는데, 이에 대한 조사 과정, 국정원 개입 여부 논쟁, 그리고 최근의 6천억원이 넘는 역대 최대 과징금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한국이 쿠팡에 지나치게 가혹하고 차별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말씀드릴 건, 이 보고서는 위원회 차원의 채택 보고서가 아니라 중간 보고서정도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언론과 싱크탱크 자료 그리고 쿠팡 측의 자료와 로저스 대표의 증언이 많이 반영되어 작성이 되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걍 무시해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조금 정리를 해보면, 미국이 한국에 대해 관세를 통한 통상압박을 하는 법조항은 122조, 232조, 그리고 아직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301조입니다. 122조는 곧 효력이 만기가 될 것이고 (7월 24일), 이후에는 301조를 통한 압박이 유력시되는데요. 한국이 걸려있는 301조 분야는 강제노동, 구조적 과잉생산입니다. 그리고 아직 개시는 안 되었지만 미국 기술기업 차별 및 디지털 규제가 있죠. 특히 디지털 관련해서는 1) 망사용료, 2) 지도, 클라우드 등 데이터 규제, 그리고 3) 플랫폼 규제 및 차별 정도로 분류할 수 있겠네요.
USTR은 3월 31일 연례무역장벽보고서에서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법을 비롯한 여러 규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이미 적시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망사용료를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USTR의 공식 X계정에 올리기도 했죠. (참고로 망사용료는 시도는 있어왔지만 아직 법제화되지는 않았습니다.) 쿠팡의 경우는 투자자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가 301조 조사 청원을 철회했고요. USTR뿐 아니라 미국 국무부에서는 지난해 통과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두고 우려를 표했는데요. 눈길을 끄는 것이 이 법이 미국 플랫폼 사업에 부정적이라는 것을 넘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말까지 동원했습니다.
의회에서 압박이 나온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요, 이미 작년 7월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하원의 세출위원회 보고서에서 온라인 플랫폼법에 의해 미국 기업이 표적이 되고 결국 이게 중국의 경쟁사에 이익이 된다고 한 바 있고요. 또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에서 청문회도 있었죠.
정리하자면, 이틀 전 나온 보고서는 법적 구속력이 있지도 않고, 의회에서 채택된 보고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생긴다고 볼 순 없습니다. 하지만, 향후 미국이 디지털 관련 규제를 301조에 넣거나 아니면 넣겠다는 압박카드용 빌드업이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어쨌든 7월 24일 122조가 만료되면서, 통상 관련해 여러가지 뉴스가 많을 것 같은 7월입니다.
3 weeks ago | [YT] |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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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지식Play
우리 라틴 아메리카가 변했어요
오랜만에 커뮤니티에 글을 써봅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도 여러 일들이 있었어서, 지식플레이 채널에 좀 소홀했던 것 같네요. 앞으로는 글도 더 자주 쓰고 소통하려 합니다.
오늘은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일단 베네수엘라 강진으로 인한 피해가 예사롭지 않아 보입니다. 그동안 경제난으로 고생한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겐 이중고가 되겠네요. 두 차례의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요, 현재 900명을 넘어섰습니다 (2026년 6월 27일 오전 10시 기준). 미국 지질조사국에서는 최소 1만명에서 최대 10만명까지 사망자 숫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추정하고 있고, 베네수엘라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황입니다. 모쪼록 빨리 잘 수습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사실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를 꺼낸 건, 이 곳에서 대대적인 정치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 2-3년 사이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우파 혹은 중도우파 후보의 승리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블루 타이드(Marea Azul)라고 부르기도 하죠.
시작은 2023년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당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후 칠레, 에콰도르, 볼리비아에서도 우파 정권이 힘을 받았고, 최근 페루, 코스타리카, 그리고 콜롬비아에서 줄줄이 우파 후보가 당선이 되었습니다.
2000년대 라틴 아메리카에 불었던 ‘핑크 타이드 (Pink Tide)’는 2010년대 후반에 다시 등장했는데요, 멕시코의 오브라도르 대통령, 콜롬비아의 페트로 대통령,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복귀 등으로 대표됩니다. 그래서 다시 좌파 바람이 분다고 했는데, 현재 분위기는 상당히 다릅니다. 10년 만에 이렇게 바뀌다니, 왜?
블루 타이드의 원인
사실 모두 다른 나라들인데 똑같이 하나의 원인으로 좁히는 게 적절하지는 않죠. 그래도 광범위하게나마 라틴 아메리카에 불고 있는 블루 타이드를 살펴보면, 비슷한 이유들이 있기는 합니다.
첫번째, 치안. 이들 국가에서의 치안 문제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습니다. 공권력이 제대로 기강을 세우지 못한 사회에서 갱단과 마약 관련 범죄조직들은 판을 치고, 미국으로 건너가려는 난민들의 행렬은 이들 국가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죠. 가장 심각한 에콰도르의 경우 10만명당 살인율이 2025년 기준 51명입니다. 무려 한국의 약 100배.
한때 흰 반바지만 입은 채 죄수들이 빽빽히 늘어 앉아있던 교도소 사진으로 유명했던 엘살바도르를 기억하시는지요? 강경 우파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강력한 치안 정책을 실시한 이후, 2015년 10만 명당 105건까지 치솟았던 최악의 살인율을 2025년 현재 1.3명이라는 드라마틱한 숫자로 낮췄습니다.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무너진 치안 속에서 피부에 와닿는 공포를 견디던 국민들에게 부켈레는 영웅이었죠. 그 덕에 2024년 2월 대선에서 부켈레는 85%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높은 살인율과 범죄율에 시달리는 주변 국가의 국민이 부켈레식 강경 치안책을 원하는 건 당연하겠죠.
두번째, 모든 선거가 그렇듯이 결정적인 원인은 먹고사니즘입니다. 코로나 이후 무너진 경제가 제대로 회복되지 못했고, 집권하고 있던 좌파 정부가 약속한 것과 달리 제대로 민생을 살리지 못한 실망감이 컸죠. 그런데 고개를 돌려 밀레이 등장 후의 아르헨티나를 보니, 극적으로 달라진 겁니다. 밀레이 취임 직전 연 200%가 훌쩍 넘던 인플레이션도 나름 30-40%대로 안정(?)되어 가고 있고, 고질적인 만성 재정 적자도 흑자로 돌리고, 늘 마이너스 성장이었던 경제성장률은 2025년 4.4%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의 총애를 받으며 통화 스왑까지 해냈죠. 주변국들이 ‘우리도 아르헨티나처럼…?’하는 생각을 가질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브라질 대선
물론 멕시코의 셰인바움 대통령이 좌파 진영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니카라과, 쿠바같은 나라에서는 여전히 좌파 정권이 자리하고 있고요. 그래서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곳이 브라질입니다.
오는 10월 치러질 브라질 대선에서는 현직 룰라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이었던 자이르 보우소나르의 아들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가 대결합니다. 작년만 해도 룰라 대통령이 두 자리 숫자로 앞섰었는데 최근에는 보우소나루가 무섭게 쫓아오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플라비우 보우소나루의 Banco Master 관련 의혹이 터지면서 지지율에 타격을 입은 모양새인데요, 브라질 국민들이 생각하는 가장 시급한 이슈가 범죄이니만큼 강경한 치안정책을 내세우는 보우소나루가 얼마나 선전을 할 지는 아직 알 수 없죠.
만일 룰라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면 라틴 아메리카 내 정치적 무게중심은 오른쪽으로 확 실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국제 정치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브라질은 브릭스(BRICS)의 맨 앞 글자인 ‘B’의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룰라가 아닌 보우소나루가 당선이 된다면 비미국, 탈달러를 내세우는 이 모임의 전열도 왠지 흔들릴 수 있다는 느낌적 느낌이 드는데요.
미국 중간 선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한 달 앞서 있을 브라질 대선 역시 관심을 가져 보시면 어떨까요.
1 month ago (edited) | [YT] | 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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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지식Play
Leave No Man Behind
첫 글을 올린 후에 바로 격추되었던 F-15E에 타고 있던 두 번째 무장통제관(WSO)까지 구출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사실 이렇게 전투기에서 탈출한 조종사나 군인이 살아 있을 확률은 (당연한 얘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집니다. 물론 조종사의 상태나 떨어진 곳의 지형에 따라 다르지만요. 사출 과정에서 부상을 당할 수도 있고, 해상이나 추운 곳으로 떨어지면 저체온증이나 익사의 위험도 있고요. 그래서 첫 몇 시간이 그야말로 골든 타임이라고 하죠. 어쨌든, 두 사람 모두 구출해 냄으로써 트럼프 대통령과 미군은 대단히 큰 고비를 넘긴 셈입니다.
그런데, 이 한 명을 구조하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작전이 펼쳐졌습니다. 이란이 미군을 포로로 확보하게 되면 엄청난 협상 카드가 되기 때문에, 양쪽 모두 필사적으로 찾아 나서야 했죠. 결국 미국이 구조에 성공했지만, 이 두 명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A-10도 격추 당하고 HH-60도 피격돼 손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C-130 수송기 두 대는 폭파시킨 후 버리고 와야 했다고 하고요. 복수의 언론 매체에서 작전에 투입된 특수부대원만 수백 명이라고 하고, 수십 대의 항공기, CIA까지 총동원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죠.
물론 이런 상황에서 미군이 이란에 포로로 잡히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란도 기를 쓰고 그를 잡으려 했고요. 하지만, 저러다가 구조대가 습격을 당하거나 오히려 더 힘들어질 수도 있는데, 꼭 이렇게까지?
사실 ‘전우를 남겨 놓지 않는다(Leave no man behind)’는 신조는 미군의 오랜 신조입니다. 기원으로 보는 건 1759년 프랑스-인디언 전쟁 당시 로버트 로저스 소령의 원칙이라고 하고요. 미군 교리에 등장하면서 제도화된 것은 1974년 제1레인저 대대가 창설되면서입니다. 당시 ‘레인저 신조(Ranger Creed)’ 를 작성할 때 이 문장을 명시한 거죠.
“I will never leave a fallen comrade to fall into the hands of the enemy. (나는 절대로 쓰러진 전우를 적의 손에 남겨두고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신조는 2003년 11월, ‘전사 신조(Soldier’s Creed)’의 핵심 철학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생존자를 구조하고, 부상자를 회수하고, 전사자의 경우는 유해를 수습한다는 원칙이 포함됩니다. 미국이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지금까지도 발굴하고 송환하려 애쓰는 것 역시, 이런 ‘전우를 끝까지 데려온다’는 전통과 맞닿아 있습니다.
간혹 훈련시키는 데 엄청난 돈이 드는 전투기 조종사나 특수부대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냐고도 하지만, 전군 전체에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다만 조종사 구출이 여러가지로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눈에 띄어서 그렇죠. 예를 들어 일반 보병일 경우, 보통은 아군 부대원과 함께 움직이니까 부상을 당해도 상대적으로 빨리 발견하고 바로 데리고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투기 조종사의 경우는 이번처럼 격추되면 적진 한복판에 고립되기 마련이죠. 그러다보니 조종사를 구해내기 위해서는 특수부대, 전투기, 수송기 등이 투입되는 구출작전이 필요하게 되죠.
사실 합리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게 과연 꼭 지켜야만 하는 걸까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전시 전략이나 전술을 수립하고 진행할 때 이 원칙을 지키다가 더 큰 희생을 치르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니까요.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소말리아 모가디슈 전투 당시 <블랙 호크 다운>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이 이 원칙을 버리지 않는 것은 이 원칙이 주는 정신적, 심리적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이 생겨도 나는 버려지지 않는다’ 혹은 ‘국가와 전우가 나를 구하러 올 것이다’라는 믿음이 가져다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곧 전투력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또한 전우를 위해 목숨을 거는 군대 문화는 부대의 사기를 올리고 결속력을 단단하게 하고요.
저는 군사 전문가는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이번 작전이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작전이었다고 하네요. (솔직히 저 같은 막눈이 봐도 보통 일은 아니었던 듯 해요.) 미국이 꽤 큰 물리적 비용을 치른 것은 맞지만, 두 사람을 구해옴으로써 얻은 것이 훨씬 커 보이는 건 저뿐일까요.
p.s. 원래 쓰기로 했던 법적인 이야기와 인도 태평양 지역 내용은... 영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더 쓰다간 피디님한테 혼날 듯.
3 months ago (edited) | [YT] | 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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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화가 나 있는 게 유럽이죠. 그렇잖아도 나토에 대한 불만은 하늘을 찌르는데, 이번에 단단히 배신감을 느낀 것 같습니다. 스페인은 이란 전쟁 관련 미군기에 영공을 폐쇄했고, 영국은 너네 전쟁에 왜 우리가 가냐고 했고, 프랑스는 심지어 호르무즈 해협 무력 사용 허가 문제에 중국, 러시아와 함께 반대입장을 표하기도 했죠. 대서양 동맹의 균열이 지금보다 컸던 때라면 2003년 미국이 이라크 침공할 때 정도밖에는 생각이 안 나네요.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불신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미국의 유럽에 대한 불만은 이전부터 상당히 누적되어 왔습니다. 트럼프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란 거죠.
냉전이 끝나자마자 미국 내에서는 공산블록도 사라졌는데 왜 우리가 이렇게 돈을 많이 내야 하냐는 불만이 스멀스멀 올라왔고, 이미 그 때부터 유럽국가들이 이젠 돈도 많으면서 안보는 미국한테 맡기고 무임 승차한다는 말이 터져 나왔습니다. 유럽은 유럽대로 이제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유럽만의 독자적인 안보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특히 목소리를 높였던 국가는… 네, 다들 짐작하시다시피 프랑스였죠. 프랑스, 나름 일관성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나토가 유럽에 존속할 수 있었던 데에는, 유고슬라비아 내전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내전 초기 유럽은 미국 개입 없이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그렇지가 않았던 거에요. 끔찍한 인종청소와 내전을 군사적은 물론 외교적으로도 전혀 통제하지 못한 채 무능함만 보여줬죠. 결국 미국이 개입하고 나서야 끝이 납니다. 큰소리 뻥뻥 치더니 유럽 내에서 난 불도 끄지 못하는 현실을 체감한 거죠.
이후 미국 정치권과 군 수뇌부는 ‘유럽은 능력도 안 되면서 입만 턴다’는 냉소적인 인식을 슬슬 갖게 되는데, 그 인식에 쐐기를 박은 게 2011년 리비아 사태입니다. 아랍의 봄 여파로 일어난 리비아 내전 초기, 카다피 정권의 민간인 학살을 막겠다면서 영국과 프랑스가 나섭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군사 개입을 주장하며, 특히 프랑스가 아주 적극적이었죠. 북아프리카에 대한 그들의 ‘우리 앞마당’ 정서도 작용했을 겁니다. 반면 미군 수뇌부는 리비아에 개입하면 안 된다고 반대했었고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악몽이 떠올랐겠죠.
결국 미국은 ‘Leading from behind’라 불리는 소극적 개입을 하게 되는데요, 토마호크 미사일을 100기 넘게 발사해서 리비아의 방공망을 제거해줍니다. 그리고 뒤로 빠지는데, 영국과 프랑스가 개전 한 달 만에 SOS를 칩니다. 정밀유도탄과 순항미사일이 부족하다면서요. 미국측에서는 이정도 작전도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군사력이 바닥인거냐며 어처구니없어 했죠.
더 큰 문제는 영국과 프랑스가 카다피가 사살되고 정권이 붕괴된 이후를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는 거에요. 결국 리비아는 무정부상태가 되어 수많은 난민을 낳았고, 이듬해 리비아 벵가지에서 미국 외교공관과 인근 CIA 시설이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대사 포함 4명이 사망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한 결정 중 가장 후회하는 것이 리비아 사태 이후를 준비 못한 채 개입했던 것이었다고도 밝힐 만큼, 이 사건은 미국이 유럽을 바라보는 시각에 꽤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정치권과 군이 바라보는 유럽은 ‘군사적으로 무능하고 의욕만 앞서는데 결국엔 우리한테 ‘해줘’하고 손 내미는 놈들.’ (과한 표현 죄송합니다. 전 유럽 좋아해요. 걍 미국에서 보는 시각이라고요.)
그러니까 유럽의 나토국가들에 대한 감정의 골은 사실 트럼프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꽤 오랫동안 미국 정치권에서 깊게 패여 왔던 거죠.
그럼 과연 대서양 동맹은 이대로 끝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입니다. 언론 보도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법적으로 의회 허락 없이 대통령 맘대로 끝내지 못 한다던데 과연 그런지, 또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은 어떻게 되는건지?
글이 길어져서 다음편으로 계속하겠습니다.
3 months ago | [YT] | 3,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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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지식Play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온다.
정말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논란 가득했던 대국민 연설 이후 주말에 대대적인 공격이 있을 거라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공비행을 하던 F-15가 격추되었죠. 타고 있던 조종사와 무기체계담당관 중 조종사는 구조가 되었습니다만, 무기체계담당관은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구조를 위해 수색 중이라는 뉴스가 들어와 있고요.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부터 보죠. 여러가지 포인트가 많았습니다. 앞으로 2-3주 더 무시무시한 공격을 하겠다는 공언, 이란 해군과 공군 능력은 궤멸되었다 등등.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며 지적하고 있는데요,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죠. 석기시대니 뭐니 그런 자극적인 말보다 귀에 들어온 것은 호르무즈 해협 관련한 언급이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어려움에 봉착한 나라들한테 던지는 메시지가 있었죠. 첫째, 미국 석유를 사라. 우리 석유 많다. 둘째, 늦은 감은 있지만 용기내서 호르무즈 해협 통과해라. 알아서들 석유도 운송들 하고. 이란은 사실상 초토화된 상황이니까.
아니, 들쑤셔 놓은 게 누군데 저러고 그냥 간다고?
항행의 자유
무책임한 듯한 이 발언은 사실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트럼프가 그걸 알고 이런 말을 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1941년 처칠과 루스벨트가 서명한 아틀란틱 헌장에서 일곱번째 조항으로 명시한 것이 공해에서의 항행의 자유였습니다. 미국은 제국주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유무역의 질서로 갈아엎으려 했죠. 그리고 자국의 상선이 타국이나 적국의 공격을 받지 않고 안전하고 자유롭게 해상 교역을 하기 위해서는 함대의 보호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이 ‘항행의 자유’는 미국 배들만 보호하는 슬로건이 아니었습니다. ‘자유 무역’에 ‘항행의 자유’라는 말까지 붙었으니까요. 전후 미국 해군이나 외교 안보 담론을 보면, 국적을 불문한 공해 상 상선보호 원칙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미국의 동맹 국가의 선박 및 핵심 해역에서의 항행은 적극적으로 보호해온 영역입니다. 또한 미군이 전 세계 어디든 병력과 물자를 이동시킬 수 있는 해상로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항행의 자유’는 매우 중요한 원칙이었습니다. 그렇게 지난 80년 동안 세계는 미국 함대가 경비를 서는 바다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교역을 하고 경제를 발전시켜온 셈이죠.
그런데 이게 당연하지만 엄청 돈이 드는 일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를 패권 유지 비용이라고도 했고, 어떤 이들은 미국이 패권국으로서 제공하는 글로벌 공공재라고 했습니다. 항모전단 1년 운용 비용이 수십억 달러입니다. 미국은 총 11개 항모전단을 가지고 있고 통상 3-4개가 항상 해외에 전진 배치되어 있죠. 그래서 바다를 누비고 다니는 미국 함대의 존재를 미국 패권의 상징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이거 그만둘 테니 알아서 하라는 거죠.
‘Go to the strait and just take it.’
단순히 열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외교 안보 정책을 큰 줄기로 본다면, 이 패권 비용을 치르는 것에 미국이 지친 것 같아 보입니다. 물론, 그 비용을 미국이 아니라 특정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가 필요한 나라가 ‘비용을 치르고’ 미국에게 부탁하면 들어줄 용의가 있어 보이고요.
그리고 이 말이 결코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번 전쟁으로 인해 동맹 재편이 거의 불가피해 보인다는 점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나토가 떠오르지만, 한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요. 관련 이야기는 이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3 months ago (edited) | [YT] | 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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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쟁의 엔드 스테이트(End State)는 무엇일까? 2/2
사실 이란의 쿠르드 조직들은 이란과의 접경 부근인 이라크 북부 쪽에 본진을 구축해 피신해 있습니다. 이란 중앙정부의 감시와 탄압으로 인해 훈련, 보급, 정치 조직들을 이란 내에서 운영하기 어려웠고, 접경 부근인 이라크 북부의 이라크 쿠르드 자치령이 은신처로도 적당했던 거죠.
일단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는 최대한 이 사태에 관여하지 않으려 합니다. 잘못하다가 이란한테 얻어맞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PAK 등 이란 쿠르드의 반군 병력 일부가 접경 지역에서 대기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조차 경계하며 단 한 명도 국경 안 건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게다가 혹여 미국이 지금 이란 정권을 흐지부지 놔두고 전쟁을 끝내 버리면 그야말로 이란으로부터 피의 보복이 있을테니, 미리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받을까 봐 몸을 사리는 거죠.
반면 이란 쿠르드 조직들은 조심스럽긴 하지만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오면 출동할 태세이긴 합니다. 미국이 접촉했다고 보도가 나온 이란 쿠르드 반군 조직 중 PAK의 간부들은 직접 인터뷰도 했죠. 다만 미국의 지상군 투입이 있으면 우리도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먼저 나가 총알받이가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의지는 충만합니다.
그런데, 쿠르드 반군이 뭘 할 수 있을까? 이란 쿠르드 반군의 숫자는 다 합해서 대략 5,000명에서 8,000 안쪽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정규군을 상대로 싸울 병력이 되지 않습니다. 시리아 SDF처럼 대규모 작전의 경험이나 중장비가 축적된 것도 아니고, 테헤란 진격 – 이런거 하기는 무리입니다.
다만 이들이 투입되면 일종의 비대칭전력으로 이란군과 혁명수비대를 서쪽에서 압박하는 역할을 할 순 있겠죠. 지금 이란은 방공망도 뚫렸다고 하고 호르무즈 해협에 여러 군사시설 방어에 정신이 없는데, 서쪽 국경지역까지 골치 아파지면 버거울테니까요. 더불어 중앙의 통제가 조금이라도 느슨해진다면 시위나 봉기가 일어날 여지를 줄 수도 있겠고요.
사실 이란은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다민족 국가입니다. 페르시아계가 약 60%정도 되고 아제르바이잔계가 16%정도, 쿠르드 10%, 루르 약 6%, 발루치 2% 등. 발루치처럼 독립하겠다고 꽤 목소리를 높여온 민족도 있고, 아제리처럼 중앙 정부에 진출한 민족도 있고 다양합니다 (현 대통령 페제쉬키안도 아제리계죠). 쿠르드쪽부터 해서 동시다발적으로 독립이나 자치권을 요구하면, 중앙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반대의 의견도 많았습니다. PJAK처럼 PKK와 연계가 있는 걸로 의심되는 조직도 있기 때문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있는 튀르키예때문에 정치적으로도 부담스럽습니다. 그리고 쿠르드족는 역사적으로 미국을 도와줬다가 버림받은 기억이 있죠.
다른 민족들도 나섰다가 자칫 피비린내 나는 내전으로 휘몰아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건 미국, 그리고 걸프국가들이 원하는 결과는 아닙니다. 특히 걸프국가들은 지역 질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중동의 미래를 추구해왔죠. UAE가 걸어가는 그 길 처럼요. 미국도 최대한 중동 불안정을 축소하고 매 사건마다 미국이 들어가서 개입하고 중재하는 거 안 하고 싶어서 작전을 펼친 건데, 내전에 쑥대밭이 되면 안 건드니만 못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쿠르드족 도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랬다가 이틀만에 마음을 바꾼 건데요, 뭐 연막전일 수도 있겠죠. 내일 당장 또 쿠르드가 함께 한다고 외칠수도…
그런데 연막전이 아니라면 흥미로운 포인트가 이스라엘과 조금 다른 트랙을 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사실 쿠르드족 개입시키는 것에 훨씬 적극적이었던 건 이스라엘이었습니다. 미국은 그냥 만지작거리고 조심스러워 하는 모양새였고요. 이스라엘은 이란에서 이판사판 난리나도 나쁘지 않다는 태도라고 들었습니다. 뭐 탄도미사일 없애고 난 후, 이란이 오랫동안 분열되고 극심한 분열을 겪으면 오히려 좋다는 태도랄까요. 정권 교체든 체제 붕괴든.
이란 공격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흘러나온 이야기 중 하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엔드 스테이트(End State)’가 다를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시간을 끌어서라도 이란이 마비되고 붕괴되는 상태를 선호할 것이고, 미국과 걸프국가들은 훨씬 약한 정부를 유지하되 지역 안정까지 건드리지 않을 수준의 상태를 원할 것이라고요. 그래서 결국 언제까지 전쟁을 치를지, 또 어떤 전략을 택하고 마지막 목적지를 어떻게 정할 지에서 두 국가 간에 불협화음이 있을 수 있다는 거였죠.
한 가지 와닿는 부분은 이제 미국도 질서나 체면, 명분 같은 거 신경 쓰지 않는 국가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전쟁을 하거나 군사작전을 할 때, 미국은 최소한의 ‘명분’을 가지고 들어가곤 했습니다. 설사 위선적이라 하더라도요. 이제는 그런 거 필요 없다는 것처럼 보이네요.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쉽습니다.
많은 분들이 전쟁에 대해 궁금하시고 질문을 주시는데요, 지난 영상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군사 전문가도 중동 전문가도 아닙니다. 해당 지역과의 긴밀한 네트워크가 있어야 현지 소식을 생생히 전달할 수 있을텐데, 전 그렇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지금까지 나온 언론, 싱크탱크 전문가들, 미국 쪽 인사들을 통해 나름 들은 이야기들을 종합한 수준입니다. 오늘도 글을 올릴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그래도 정리된 내용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끄적 끄적 적어봤습니다.
그저 하나의 의견으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모두 평안한 주말 밤 되시고, 내일 활기찬 한 주 시작하시길 기원합니다.
4 months ago (edited) | [YT] | 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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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지식Play
이 전쟁의 엔드 스테이트(End State)는 무엇일까? 1/2
전쟁 발발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어려워지면서 유가는 급등했고, 이란이 주변 국가들을 향해 미사일을 쏘면서 지역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네요. 오늘 에어포스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기자들의 짧은 Q&A가 있었는데, 그 내용을 좀 올려보려 합니다.
기자들과의 대화를 요약하면 군사작전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이란의 해군과 공군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했죠. 지상군 투입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라며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할 수도 있고.. 정도의 모호한 대답을 했고요.
애초 미국이 이야기한 정권 교체가 목표라면 지상군 투입 없이는 안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습니다. 정권 교체(regime change)는 정치의 영역이기 때문에 그렇겠죠. 하지만 지상군 투입은 강한 미국내 저항을 받을 터라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쿠르드족 반군을 지상군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계획이 흘러나왔었는데요, 이것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했습니다. 현재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생각이 없다고 했죠.
사실 쿠르드족 이야기가 자꾸 나와서 정리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인하는 바람에 ㅠㅠ 그런데 어차피 썼던 거, 마저 쓰고 한 번 의미를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약 3-4,000만 명 가까이 된다는 쿠르드족은 튀르키예, 시리아, 이라크, 이란에 걸쳐 살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분파도 이름도 성향도 다 달라서 아주 rough하게 정리해봤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 튀르키예
튀르키예에 있는 대표적인 쿠르드 조직은 좌파 민족주의 성향의 PKK입니다. 1980년대 이후 튀르키예 군과 관공서, 관광시설에 테러 공격을 감행해서 민간인 피해도 많이 낸 과격한 단체죠. 당연히 튀르키예 정부는 이를 갈고 있고 미국, EU 역시 모두 테러집단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남동부와 이라크 북부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요, 2025년에는 무장투쟁을 종료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뒤, 튀르키예 정부와 정치적 협상 중입니다.
2. 시리아
시리아 북동부에는 SDF, 그리고 그 핵심 세력인 YPG가 있죠. SDF는 이념적으로도 PKK와 가깝고 튀르키예에서는 이들을 PKK의 시리아 지부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IS 격퇴할 때 핵심 파트너였던 조직이 바로 또 이 SDF이기도 하죠. 덕분에 전투에는 베테랑들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2019년 IS 소탕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전격적으로 발표하면서 헌신짝처럼 버려서 튀르키예의 공격 앞에 무방비 상태로 내버린 쿠르드 반군이 이들입니다. 시리아 아사드 정권 붕괴 후 들어선 현 정부와 단계적으로 통합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국가 체계로 편입되는 과정에 있습니다.
3. 이라크
이라크의 쿠르드족은 2005년 이라크 헌법을 통해 자치 정부로서의 법적지위를 인정받았습니다. 쿠르디스탄 자치령 정부(KRG)에는 KDP, PUK같은 정당들이 있고, 페쉬메르가라고 하는 무장세력을 두고 있죠. 이들은 반군이라기 보다 자치정부의 준정규군에 가깝습니다. 이라크 쿠르드족은 1991년 걸프전 이후 중앙정부의 힘이 빠진 사이 사실상 자치를 해왔습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신헌법을 통해 제도화가 되었고, 2005년 헌법을 통해 공식적으로 자치권을 인정받았죠. 그래서인지 미국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편이고, IS 격퇴전 시에도 일정 부분 기여를 했습니다.
4. 이란
이란의 쿠르드는 이라크 국경과 맞닿은 이란 서부 지역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란에는 꽤 여러 개의 반체제 쿠르드 무장조직들이 있는데, 이들이 느슨한 형태로 연합, 공조하고 있죠. 이들 중 핵심집단으로 꼽히는 조직이 PJAK, PDKI(KDPI), PAK인데요, 이중 PJAK는 튀르키예에서 경계하는 PKK와 연계되어 있다고 하죠.
쿠르드족의 목소리를 높이고 권한을 인정받고 싶어하지만, 계파마다 또 그 안에서도 성향에 따라 주장하는 바가 다릅니다. 쿠르드 국가 건국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현실적으로 자치권만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의 체제가 약화되어 있는 와중에 쿠르드 자치와 정치적 지분을 제도적으로 보장받는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있겠네요.
며칠동안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쿠르드 반군이 이미 국경을 건너서 들어왔다는 둥, 참전 안하고 중립을 지키겠다는 둥. 그리고 이 와중에 이란은 ‘이라크’ 쿠르드 지역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습니다. 아니, ‘국경’을 넘었다는 무슨 이야기인지, 또 이란은 이란 쿠르드도 아니고 왜 '이라크' 쿠르드를 공격한 거지?
4 months ago (edited) | [YT] | 1,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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