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커뮤니티를 통해 근황 전하는 건 잘 안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댓글의 3분의 1이 제 건강에 대한 거더라고요. 그래서 짧게 전하고자 합니다.
1. 안색이 안 좋은데 어디 아프냐
안 아픕니다.
살이 좀 많이 빠지긴 했습니다. 작년 수술 이후 자연스럽게 살이 빠져 버렸어요. (알고 보니 병원식은 다이어트 식단이었다는.) 그 당시 몸에 염증이 많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이 있었고, 돌이켜보니 대충 빵이나 커피 등으로 때운 적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후부터 건강하게 먹으려고 하는 중입니다.
또 제 SNS 팔로우 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미 몇 년 전부터 러닝을 꾸준히 해왔더랬어요. 그러다보니 식단까지 하게 된 셈인지라, 10개월 사이에 6킬로그램 정도가 빠졌어요.
그런데 지금 몸 상태가 저는 제일 편합니다. 달리기에도 가뿐하고, 또 건강식을 하다보니 염증도 많이 없어졌고요. 힘이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편합니다.
병도 없습니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데요, 별 이상 없습니다. 무슨 일 생기면 가장 먼저 커뮤니티에 공지해 드리겠습니다.
2. 그새 많이 늙었다
제가 여러분을 유튜브를 통해 처음 만난 것이 5년 전입니다. 당연히 늙었죠 ㅋㅋㅋ 5년 전 영상들 보면 저도 느끼는데요. 그 때만 해도 어리더만요.
그런데요, 저는 지금 이렇게 주름도 늘고 눈도 처지고 하는 모습을 그대로 담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공중파에서도 유튜브에서도, 5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그동안 생겨났다 사라진 프로그램과 채널이 수백, 수천개가 될 텐데요. 나이먹음이 느껴지는 얼굴이 될 때까지 잘 버텨냈다는 뿌듯함,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해 주신 여러분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함께 자연스레 나이 먹어가서 참 좋다는 생각도요.
뭐, 굳이 제 건강상태를 구구절절 말씀드릴 것까지는 없는데, 댓글이 온통 걱정으로 가득 차는 것도 민망해서 이렇게 쓸데없이 적었습니다 (참고로 제가 피곤해 보이는 건 주로 일과를 다 마친 밤에 촬영을 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네요).
글 쓴 김에 말씀드리면, 지식플레이는 제게 정말 큰 의미입니다. 지난 5년동안 정말 놀랍고 경이로운 일도 많았고, 벅차는 경험도 했었고, 또 가슴 아파하며 소식을 전한 적도 있었습니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제가 많은 분들과 공감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보았고요.
그렇게 앞으로도 5년은 갈 생각입니다. 그 땐 더 늙어 있고 머리도 하얘지고 발음이 샐 수도 있지만, 그 모습까지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조금은 바람이 느껴지는 금요일 아침입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시고, 편안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이번 보고서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Defense Priorities라는 싱크탱크의 댄 콜드웰과 제니퍼 캐버너, 두 사람이 공동으로 저술했습니다. 콜드웰이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수석 고문이었다는 점이 언론에서 많이 조명되었죠. 그래서인지 현재 국방부 정책 차관인 엘브리지 콜비가 준비하고 있는 National Defense Strategy에 이 내용이 담기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NDS가 중요한 이유는 향후 4년 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정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잠깐,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전’ 수석 고문?
기억들 하실런지 모르겠지만, Signal이라는 채팅 앱의 채팅방에서 후티 반군 공습 계획과 같은 민감한 군사기밀을 논의하다 문제가 된 적이 있었죠. 실수로 언론인을 그 채팅방에 초대했었고, 그로 인해 채팅방에서 나왔던 기밀들이 퍼져 나간 사건입니다. 그로 인해 국방부 인사들이 여럿 해임되었는데, 그 중 한 명이 댄 콜드웰입니다. (사실은 이 사건이 국방부 내 권력투쟁의 결과라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보고서가 나온 Defense Priorities는 공화당 큰 손으로 잘 알려진 Koch 형제의 후원으로 2016년에 설립된 신생 싱크탱크입니다. Koch 형제는 막대한 정치자금 기부를 통해 미국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는데요, 그 전까지는 주로 국내정치에 집중되어 있었죠. 그런데 외교정책까지 확장을 하면서 Defense Priorities를 설립합니다.
이 싱크탱크의 방향은 뚜렷합니다. 현실주의적 시각을 가지고 미국의 해외 개입을 최대한 제한한다.
일전에 제가 한 영상에서 미국 보수 진영에 외교 안보 분파가 크게 셋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어요. 레이건 시대의 패권 강국의 영광을 되살리려는 Primacists, 모든 지역에 죄다 개입하는 것을 피하고 미국의 핵심 이익이 달린 곳에 집중해야 한다는 Prioritisers, 그리고 불필요한 해외 개입은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MAGA와 뜻을 같이 하는 Restrainers.
콜드웰은 대표적인 Restrainer입니다. 이 보고서에는 사실 주한미군뿐 아니라 주일미군 일부도 빼서 괌이나 미국 본토로 재배치하는 내용도 담겨 있고, 대만에 주둔하는 미군 교관 500명의 철수도 권고하고 있습니다. 유럽 및 중동도 마찬가지이고요.
엘브리지 콜비는 Prioritiser로 분류가 되어 왔습니다. 미국의 핵심 이익은 인도 태평양 지역을 지키는 것에 달려 있으니, 우크라이나나 중동에서 힘 빼지 말고 이 곳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죠. 물론 정부에 들어간 후 입장 선회가 있었을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도련선 관련한 부분인 것 같은데요, 도련선은 미국의 전략가들이 동아시아와 서태평양 지역의 전략을 설명하기 위한 설정한 가상선입니다. 1도련선은 오키나와-대만-필리핀-보르네오 북부를 잇는 선입니다. 2도련선은 일본 오가사와라 제도-괌-사이판-팔라우-파푸아뉴기니 등을 연결하는 선으로 1도련선보다 동쪽에 위치하고 있죠. 3도련선은 하와이-알류샨 열도-사모아를 연결하는 선입니다.
콜드웰은 이 보고서에서 미군의 무게 중심을 2도련선으로 옮기고 미군을 재배치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1도련선 안은 지리적으로 중국에 너무 가까워서 집중 타격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평택 역시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그럴 바엔 2도련선에서 장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재편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1도련선 내 분쟁 발생 가능 지역은 동맹국이 알아서 방어하라는 건데, 사실상 1도련선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되곤 하죠. 어차피 너네 우리한테 기지 무제한 사용권도 안 줄 거 아니냐는 불만 섞인 성토도 느껴집니다.
반면, 콜비는 1도련선을 중국의 진출을 막는 최우선 방어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혹여 중국이 1도련선을 뚫는다면 미군은 2도련선에서 저지해야 하므로, 미군의 분산 배치와 기동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요. 다만, 1도련선 내 많은 미군을 영구 주둔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콜비 역시 콜드웰처럼 회의적입니다. 미국은 강력한 억지력을 제공하되, 실질적인 방어 책임은 동맹국이 지라는 것이죠. 물론, 앞서 말씀드린 바와 마찬가지로, 정부에 들어간 이후 입장이 바뀌었는지는 여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일치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역내 동맹국가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북한은 어차피 미국에게 위협적인 플레이어가 아닙니다. 그리고 북한쯤은 한국 혼자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지 않냐는 공통된 입장을 가지고 있죠. 결국, 더 많은 burden sharing 요구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한미군 재배치 주장 역시 일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콜비는 직접적으로 감축 이야기를 한 적은 없습니다.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얼핏 언급한 것 같긴 한데, 이후 좀 톤다운한 듯하더군요. 하지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해 왔고, 특히 중국 대응 병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해 왔습니다. 이는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죠. 콜드웰이야 말할 것도 없고요.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
그런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죠.
결국 마지막 결정권자는 트럼프 대통령이고, 지금까지 트럼피즘 외교정책의 방향을 뒤집을 수도 혹은 더 강경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단 한명의 인물입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를 전달하기로 한 거나 벙커버스터로 이란 핵시설을 타격한 결정들은, 사실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했던 MAGA의 restrainers의 뜻과는 반대되는 것들입니다. 콜비처럼 중국과 인도 태평양에 올인하자는 prioritisers와도 대치되는 결정이고요. 물론,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딜을 얻어내기 위해 압박하는 것이기도 하고, 또 이란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강한 충격을 준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요.
그럼에도 살짝 달라진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이 글을 적는 사이, 미국 상원의 군사위원회에서 FY2026 국방수권법에 주한미군 감축 방지 및 의회 견제 조항이 들어갔다는 뉴스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전작권 전환 견제 조항도 들어갔다네요. 미국 의회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제한하는 조항은 여러 차례 들어갔지만, 전작권 전환 관련한 조항을 넣은 적은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2014년인가 국방장관이 잘 판단했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언급은 있었지만요. 이 이슈가 미국 정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의 향후 국방전략의 방향을 알려주는 National Defense Strategy는 8월에 나온다고 합니다. 여기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솔직히 좀 긴장이 되네요.
지난 주, 주한미군 감축이 이슈가 되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Defense Priorities에서 지난 9일 미군의 해외 운용에 대한 보고서가 나왔는데, 주한미군을 대폭 감축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죠.
구체적으로 현재 2만 8천 500명인 주한 미군을 1만 명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순환 배치 전투여단과 육군 전투항공부대 포함한 제2보병사단 대부분을 철수해야 하고, 종국에는 전투 비행대대까지 철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총 병력의 3분의 1가량만 남기라는 것이기 때문에 살짝 충격으로 다가왔는지,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했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지난 5월 Wall Street Journal에서 비슷한 보도가 나온 적 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4,500명 감축으로 이 정도 대규모는 아니었죠. 이쯤 되면 수치는 정확하지 않지만, 주한미군 감축이 이슈가 되고 있구나 싶은데요.
저는 군사 전문가는 아니라 완벽하게 커버할 수는 없지만(심지어 군대도 안 다녀옴), 궁금해하실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아는 한도 내에서 정리해 봤습니다. 더 깊은 내용을 아는 분들은 댓글로 달아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만과 남중국해, 그리고 인도 태평양 전략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대만을 비롯한 남중국해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 붙박이로 배치되어 있는 2만 명이 훌쩍 넘는 주한미군은 전략에 차질을 가져온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를 한국에 국한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이동 및 전개하고 싶어합니다. 이를 ‘전략적 유연성’이라고 하는데요, 전략적 판단에 따라 해외 주둔 미군을 세계 어느 곳으로도 신속히 이동 및 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얼마 전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 역시 글로벌 차원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결국 남중국해나 대만 위기 시, 주한미군 병력을 신속하게 그 쪽으로 투입하겠다는 겁니다.
그럼 일 터지고 옮기면 되지 왜 벌써부터?
일단 늦을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많은 이들이 대만 침공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속도’라고 합니다. 또한 주한미군은 한반도 방어 임무 중심으로 편제되어 있기 때문에,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작전 수행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고요. 무엇보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지역에서 미군의 존재감을 크게 향상시킴으로써, 중국 도발을 미연에 차단하는 억지력 강화의 목적이 있겠죠. 얼마전 샹그리라 안보대화 기조연설에서, 해그세스 장관이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남중국해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중국의 대만 침공과 같은), 미국은 한국 내 미군기지를 적극적으로 운용하기를 원합니다. 예를 들어 대만해협에서 무력충돌이 있을 경우, 미국은 장거리 폭격기의 급유라든지 미군 전투기나 수송기 등의 기착지로 평택, 군산, 오산 등의 기지를 활용하고 싶은거죠. 이 부분은 한국 정부와 협의를 해야 하는데, 한국 정부가 이를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 방어 외의 목적이기 때문에, 또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한국 내 기지도 맘대로 쓸 수 없는데 2만 명이 넘는 병력을 굳이 박아 놓는다고? 그리고 한국 정도 경제력과 군사력이면 북한 정도는 알아서 책임질 수 있지 않나? 그러면, 여긴 너희가 알아서 지키고, 우리는 진정한 라이벌 중국 견제에 힘을 쏟겠다는 거죠.
이런 시각은 이번 보고서에서 처음 나온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작년에 제가 진행했던 현 국방부 정책차관인 엘브리지 콜비 역시 비슷한 생각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이란은 결국 자살행위가 아닌 협상을 택한 듯합니다. (생각보다 좀 빠르네요.) 오늘 새벽, 카타르에 있는 미국의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를 향해 19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카타르 정부에 따르면 이중 18발은 요격했고 1발은 건물에 피해를 주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합니다. (이 수치는 카타르 정부의 발표이고요, 트럼프 대통령은 14발이라고 했습니다. 약간의 차이가 있네요.) 2020년 술레이마니 사령관 암살 직후 이란이 했던 것과 비슷한 제한적 보복이라고 할 수 있죠.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 기지는 중동 지역에 있는 미군 기지 중 가장 크고 막강한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는 곳입니다. PAC-3, PAC-3 MSE에 THAAD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항공기와 드론의 규모도 최대라고 하죠. 미국 중부사령부의 전방본부가 있기도 합니다.
사실 누가 봐도 약속 대련인 걸 알 수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이걸 콕 집어 밝힙니다. 사전에 알려준 이란에게 감사한다며.
음… ‘꼭 그래야만 했냐!’
영화 해바라기의 비슷한 대사가 생각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이스라엘이 휴전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란의 국영방송에서 먼저 컨펌을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 있었어서 불안불안했는데, 방금 이스라엘도 휴전에 동의했다는 소식이 나오네요.
발걸음도 가볍게 헤이그로.
미국 시간으로 6월 24일 화요일, 트럼프 대통령은 NATO 정상회의 참석차 헤이그로 향할 예정입니다. 사실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네 마네 갑론을박 했던 걸로 아는데요, 결국 참석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군요. (뭐 또 모르죠… 갑자기 가다가 비행기 돌릴지.)
트럼프 대통령, 여러가지로 기분 좋게 참석할 것 같네요. 전 세계가 미국의 가공할 군사력을 목도했고, 이 정도면 일단은 성공적으로 목표 달성을 한 셈이니까요. 물론, 이후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언제 어떤 태도로 나오는 가를 더 지켜봐야 하고, 또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 말을 고분고분 들을 지 의문이지만요. 그래도 지금은 승리감을 만끽할 순간이라 봅니다. 사실 지난 6월 20일, 영국 프랑스 독일의 외무 장관들이 이란의 아락치 장관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났지만 별무소득없이 끝났던 걸 생각하면, 자신감 뿜뿜도 이해가 갑니다.
또 한가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나토 회원국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했던 대로 2035년까지 국방예산을 GDP의 5% 수준으로 높이기로 합의했습니다. 3.5%는 직접적인 국방 예산으로 들어가고, 1.5%는 국방 관련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방식으로요. (아, 스페인이 우리는 못 한다며 배째라는 요구가 있기는 합니다만.)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들 2% 안 맞추면 미국은 탈퇴한다고 윽박질렀던 것을 생각하면 참 세상 많이 변했습니다.
그만큼 유럽의 안보 위기 의식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이라 봐야겠죠. 유럽 국가들이 공유하는 러시아발 안보 위협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과 함께, 4년 후 대통령이 바뀐다 해도 이제 미국의 관심사는 인도 태평양 지역이라는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던 바를 들어주면서 미국을 붙들고 있으려는 의도도 보이지만, 결국 유럽의 안보를 언젠가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동한 결과라 봅니다.
얼마 전 읽은 한 논평에서, 유럽은 냉전 이후 '러시아의 값싼 에너지'와 '중국의 값싼 상품', 그리고 '미국의 값싼 안보'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루어 왔다고 지적하더군요. 이젠 셋 중 어떤 것도 가지기 힘든 시기입니다.
이전의 나토 정상회의와 달리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나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공격은 없을 거라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한 것이라 하죠.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에겐 꽤 실망스러운 나토 회의가 될 거라는 소문이 돕니다.
한 외신에서는 냉전 이후 가장 중요한 나토 정상회의가 될 거라고도 하더군요. 뭔가 새로운 국제질서가 쓰여지는 느낌이 드는 요즘, 산전수전 다 겪은 유럽 외교가는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네요.
흥미로운 뉴스가 들리면 정리해서 들려드리겠습니다.
P.S. 오탈자 없나 보고 게시하자마자 휴전 파기 소식이 뉴스로 전해진다는 댓글 보고 멘붕... ㅋㅋㅋㅋㅋ 이젠 저도 모르겠습니다요. 또 싸우고 하면 새 글 올릴게요. 트럼프가 싸우지 말라고 대문자로 그리 이야기했건만.
중국에 수출하는 H20 반도체에 라이선스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엔비디아측에는 이미 4월 9일에 통보를 했고 이를 4월 15일에 엔비디아가 공표했습니다. 말이 라이센스제로 승인을 받으라는 것이지, 사실상 수출 못하게 통제를 건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바로 하루 뒤, 미국 연방의회 하원의 중국 위원회에서 딥시크에 대한 조사 보고서가 발표되었습니다. 올해 초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중국의 AI, 딥시크를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꽤 많은 국가들이 공공기관의 컴퓨터에서는 딥시크를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죠. 미국에서도 딥시크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그 결과가 보고서를 통해 발표된 겁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딥시크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미국 사용자의 채팅기록이나 기기 정보, 타이핑 패턴과 같은 데이트를 수집하여 중국으로 전송하고 있고, 중국과 민주주의 대만, 홍콩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검열되고 있다고도 하네요.
흥미로운 것은 여기에 엔비디아의 칩이 관련되어 있다고 명시되었다는 겁니다. 미국의 수출통제를 우회해서 엔비디아의 고성능 AI칩을 수 만개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엔비디아 칩은 이전에도 수출 통제가 되지 않았던가?
사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칩이 중국으로 들어가는 걸 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미국은 2022년부터 엔비디아, AMD같은 회사의 고성능 칩이 중국으로 들어가는 것을 제한해 왔습니다. 처음엔 A100, H100에 대한 수출 통제로 시작을 했죠. 그랬더니 엔비디아는 성능을 조정한 대체 제품을 개발합니다. 그렇게 나온 것이 A800과 H800이고, 미국 정부의 규제에서 비껴갈 수 있는 수출 규제 우회용 저성능 버전 칩이죠. 이른바 중국 맞춤형 칩.
그러다 2023년, A800과 H800에까지 수출 통제가 확대됩니다. 가만 보니까 살짝 성능을 낮춘 이 칩들만 가지고도 중국 기업들이 충분히 고성능 AI와 슈퍼 컴퓨터에 사용할 수 있어 보였던 거죠. 그래서 A800과 H800에도 규제를 가한 거에요.
그랬더니 엔비디아가 이번에도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살짝 성능을 낮춘 칩을 또 개발하는데요, 그게 H20이었습니다. 미국 행정부가 이번에 이 H20에 대해서도 수출 통제를 건 것이죠. 뭐랄까요, 여기 막으면 저기로 가고, 저기 막으면 뒤로 가니까 뒷길도 막아 버렸다고나 할까요.
흥미로운 점은 딥시크로 들어갔다고 판단되는 고성능 엔비디아의 칩들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우회해서 들어갔다는 겁니다. 이 사건은 이미 올해 2월부터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돼 진행되고 있는데요, 우회 경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싱가포르에 허위 법인을 세워서 미국에서 Dell과 Supermicro의 AI서버를 구입합니다. 이 안에 엔비디아 칩이 있거든요. 싱가포르의 법인은 서버의 최종 목적지를 말레이시아라고 신고하고 보냈는데, 진짜 목적지는 중국이었다는 것이죠. 그렇게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이 허위 법인을 통해 말레이시아로 수출된 후 중국으로 빠져나갔고, 이게 딥시크로 전달되었다는 겁니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저로서는 놀.라.운. 우회로이네요.)
싱가포르에서 22개 기업이 연루된 대규모 조사로 이어졌고, 이미 여러 명이 체포되고 기소되었습니다. 말레이시아도 조사에 착수했고요.
반도체는 미국이 사활을 걸고 공급망을 지키고 중국으로 핵심 기술이 탈취되는 것을 막으려는 전략 아이템입니다. 특히 AI칩에 미국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군사적 용도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반도체 관련해서는 계속적으로 압박 수위가 높아질 거고, 관세가 전부는 아닐 것 같네요.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미국의 관세 정책에 지쳐서, 이젠 그냥 그려러니 합니다. 업데이트도 한계가 있잖아요.
그 와중에 이번 주 눈길을 끈 뉴스가 하나 있네요. 시진핑 주석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까지 세 동남아시아 국가 순방을 시작합니다. 이번 순방은 아무래도 미국으로부터 관세 전쟁이 발발한 뒤라 더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이 세 국가중 캄보디아는 무려 49%, 베트남은 46%라는 높은 관세를 맞았죠. 90일 유예기간을 두고 있지만요.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에게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나라들입니다. 작년 기준 중국에게 아세안 국가들과의 교역 규모가 가장 컸고, 그 다음이 유럽 연합 그리고 미국입니다. 함께 관세를 두들겨 맞았으니 미국 성토도 좀 하고 서로 간에 무역 협력도 다지고, 할 말이 많아 보이죠.
중국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힘들어질 수출 경로를 아세안 국가들로 돌리고 싶어할 겁니다. 그런데 이 세 국가 중 말레이시아만 중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보고 있고,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적자를 보고 있죠. 의존도도 높고요. 그래서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대신 중국 시장도 더 열라고 요구할 것 같고요.
반면 미국과의 무역에서는 세 국가 모두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짜증은 나겠네요 ㅎ) 그럼에도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한쪽 편만 일방적으로 들기보다는 균형점을 찾아서 줄타기를 할 것 같습니다.
아세안 국가들은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이라 하면 좀 짜증이 날 것도 같은게요,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밀어붙였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라고 있었습니다. 태평양 지역 12개 국가들의 메가 자유무역 협정이었고,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기도 했죠. 그런데 오바마 시절 어찌저찌 체결은 했지만 미국 연방 의회의 비준도 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행정명령으로 탈퇴해버리죠. 당시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들이 상당히 실망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 일본과 캐나다가 주도해서 결실을 본 것이 CPTPP죠.)
과연 시진핑 주석의 동남아 순방이 효과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근데, 원래 단체행동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죠.
그러면 우리는 아르헨티나로 간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아르헨티나를 방문했습니다. 살짝 뜬금없는 방문이기는 했는데요, 미국의 재무장관이 그냥 놀러가진 않았겠죠.
아르헨티나는 중국과 18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왑 협정을 맺고 있는데요, 얼마 전 상환시점을 1년 연장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지나서, IMF에서는 아르헨티나에 200억 달러의 지원금을 주기로 승인합니다. 이 중 120억 달러를 바로 쏴 주기로 했다네요. IMF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워낙 크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이 결정한 거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베센트 장관은 대놓고 IMF가 주는 돈 가지고 현재 중국과의 스왑 협정을 통해 활성화되어 있는 50억 달러 정도는 갚을 수 있지 않겠냐고 했는데요. 중국으로부터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싶다는 강한 뜻이 담겨 있죠. ‘상습적으로 빚내는 국가’인 너네 아르헨티나한테 200억 달러 줬으니까, 일부는 중국한테 갚고 손 털어… 뭐 이런 의미인데요, 미국은 이 돈의 상환 여부를 주시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뭐, 우리도 친구가 힘들다 힘들다 해서 돈 빌려줬는데, 그 돈 가지고 소고기 사먹으러 가버리면 열받잖아요.
참고로 이번에 블룸버그와 베센트 장관의 인터뷰는 유튜브에서 찾아보실 수 있는데요, 꽤 흥미롭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이번에 논의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르헨티나에는 대단히 중요한 자원이 있습니다. 바로 리튬이죠.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정말 중요한 자원. 미국은 자국 내 소비하는 리튬의 상당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수입량의 절반가량이 아르헨티나에서 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공급망에서 중요한 전략 아이템 중 하나가 핵심 광물인데, 핵심 광물은 글로벌 사우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죠.
관세 폭탄을 던져서 당황스럽긴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본격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큰 흐름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네요.
아침에 일어나니 핸드폰이 관세 뉴스로 도배가 되어 있더군요. 예상은 했지만 더 세게 나왔다는 반응들이 많습니다. 막판까지 백악관에서 어떤 안으로 발표할 지 조율하느라 긴박한 시간을 보냈다는 뉴스들이 있었는데요, 10% 보편 관세에 특정 국가들에 대한 추가 관세로 나온 걸 보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강하게 반영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의거한 것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입니다. 불공정 무역으로 인한 무역적자가 미국 안보와 경제에 비상사태에 준하는 위기를 가져온다는 것이었죠. 하도 이리저리 뉴스가 난무하고 있어서 한 번 정리를 해봤습니다.
지금까지 ‘부과된’ 관세들과 ‘부과될’ 관세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매기겠다고 선언하거나 위협하는 것과 실제 효력에 들어가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3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사는 국가의 수입품에는 4월 2일을 기점으로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행정명령에 서명도 했고요. 그런데 백악관에서는 ‘하겠다’가 아니라 ‘할 수도 있다’라고 했거든요. 어쨌든 현재는 이 관세로 영향을 받는 국가는 아직 없습니다만, 만일에 이걸 들고 나온다면 타겟은 중국이 되겠죠.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했고 또 효력을 발휘할 관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2월 4일 중국 수입품에 관세 10% 부과.
3월 4일 멕시코, 캐나다 관세 25% 부과. 중국에 10% 추가관세로 총 20% 관세 부과.
3월 12일 철강, 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
4월 2일 베네수엘라 산 원유로 수입품에 25% 관세 부과(할 수도 있음).
4월 3일 모든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25% 관세 부과. 다만 캐나다와 멕시코로부터 오는 USMCA 조항에 부합하는 자동차와 부품은 예외.
4월 5일 모든 외국 수입품에 10% 관세 부과. 이중 악질적(?)이라 판단되는 국가들에 대해 각각 다른 세율의 관세를 4월 9일부터 부과. (일주일 시간 줄 테니 와서 협상하란 건가.) 이에 따라 유럽 연합 국가들은 20%, 한국은 25%, 일본은 24% 부과되었습니다. 중국 역시 34% 부과되었죠.
캐나다랑 멕시코는 관세 안 맞았네?
네, 이미 한 대 맞았으니까요. 캐나다나 멕시코는 25%의 관세 (불법 펜타닐 유통과 난민에 대한 책임을 물어)를 3월부터 부과해왔기 때문에 국가별 관세에서는 빠졌습니다. 이미 관세를 맞은 국가나 제품에 대해서는 대체로 유예해줬습니다. 또 자동차 같은 경우, 25% 관세가 4월 3일부터 부과되는데, 여기에 한국에서 수출한다고 추가 25%해서 총 50%를 물리지는 않는거죠.
그런데, 여기에 예외국가가 있습니다.
중국은 봐주질 않았네요. 캐나다, 멕시코와 함께 추가관세까지 이미 20%를 때려 맞고 있었던 중국에게는 얄짤 없이 34%를 더 부과해서 총 54% 관세를 매겨버렸습니다. 여기에 루비오 장관이 베네수엘라산 원유로 만든 제품이라고 중국 제품들에 25% 추가관세를 매기면 무려 79%까지 올라갈 수도 있는 거고요. 현재 베네수엘라의 원유를 가장 많이 사는 국가는 중국이거든요. (근데 두번째가 미국입니다.)
관세 항목에서 반도체, 의약품, 구리, 목재, 그리고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에너지와 핵심광물 등은 관세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당장 급한 건 뺀 느낌이 들죠. 다만 향후 무역확장법 232조에 해당되어 관세가 부과될 품목들은 국가별 관세에서 제외된다고 한 부분은, 앞으로도 관세를 매길 품목들이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그러고 보니, 한 대 때렸으면 웬만하면 또 때리지는 않았는데, 맞은 데 또 맞은 거의 유일한 나라는 중국이네요. 많이 아프겠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파이브 아이즈는 나름 챙겨줬네요. 호주, 영국, 뉴질랜드는 모두 10% 관세이고, 캐나다도 펜타닐과 난민 문제 해결하면 12%로 낮춰주고 USMCA 항목은 무관세로 유지한다고 했습니다. 캐나다의 새 총리가 어찌저찌 잘 하면 현재의 25%에서 12%로 낮출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2%는 이자인가.
어떤 세계가 기다리는 것일까?
미국인과 트럼프 행정부의 기저에 깔린 생각은 이겁니다. ‘전후에 평화롭게 싸우지 말고 잘 살아보자고 국제기구도 만들고 자유무역도 권장하고 했더니, 전부 미국을 호구로 보고 등쳐먹었다.’ 그리고 어찌 보면 ‘등쳐먹기’에 가장 앞장선 게 소위 우방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이라는 거죠. 원래 가까운 사람이 배신했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이 제일 밉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이 인사청문회 당시 했던 발언에 가장 잘 녹아 있습니다. 당시 루비오 장관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낡았을 뿐 아니라, 미국을 공격하는 무기가 되었다고 말했죠.
"The postwar global order is not just obsolete; it is now a weapon being used against us,"
지난 번 워싱턴 DC 출장을 가서 만났던 많은 분들이 동의하는 게 한 가지 있었습니다. 전후 미국이 주도해오던 국제질서는 와해되어 가고 있다. 스티븐 월트 교수와의 대담에서도 보셨겠지만, 앞으로의 세계는 나름 평화로웠던(월트 교수님은 그다지 동의하지 않으셨지만) 지난 80년과는 다를 거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월트 교수님은 이를 다극체제로 보고 계시고, 그래서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협력 이야기를 하신 거였죠. (그런데 최근에 보니, 현실주의 학파인 월트 교수님조차 ‘이정도로 세게 나올 줄은!’하고 놀라고 계신 듯합니다.)
김지윤의 지식Play
저희... 좀 쉬었다 오겠습니다. 여름 휴가 다녀올게요~ ^^
3 months ago | [YT] | 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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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지식Play
생존신고
안녕하세요 김지윤입니다.
원래 커뮤니티를 통해 근황 전하는 건 잘 안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댓글의 3분의 1이 제 건강에 대한 거더라고요. 그래서 짧게 전하고자 합니다.
1. 안색이 안 좋은데 어디 아프냐
안 아픕니다.
살이 좀 많이 빠지긴 했습니다. 작년 수술 이후 자연스럽게 살이 빠져 버렸어요. (알고 보니 병원식은 다이어트 식단이었다는.) 그 당시 몸에 염증이 많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이 있었고, 돌이켜보니 대충 빵이나 커피 등으로 때운 적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후부터 건강하게 먹으려고 하는 중입니다.
또 제 SNS 팔로우 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미 몇 년 전부터 러닝을 꾸준히 해왔더랬어요. 그러다보니 식단까지 하게 된 셈인지라, 10개월 사이에 6킬로그램 정도가 빠졌어요.
그런데 지금 몸 상태가 저는 제일 편합니다. 달리기에도 가뿐하고, 또 건강식을 하다보니 염증도 많이 없어졌고요. 힘이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편합니다.
병도 없습니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데요, 별 이상 없습니다. 무슨 일 생기면 가장 먼저 커뮤니티에 공지해 드리겠습니다.
2. 그새 많이 늙었다
제가 여러분을 유튜브를 통해 처음 만난 것이 5년 전입니다. 당연히 늙었죠 ㅋㅋㅋ 5년 전 영상들 보면 저도 느끼는데요. 그 때만 해도 어리더만요.
그런데요, 저는 지금 이렇게 주름도 늘고 눈도 처지고 하는 모습을 그대로 담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공중파에서도 유튜브에서도, 5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그동안 생겨났다 사라진 프로그램과 채널이 수백, 수천개가 될 텐데요. 나이먹음이 느껴지는 얼굴이 될 때까지 잘 버텨냈다는 뿌듯함,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해 주신 여러분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함께 자연스레 나이 먹어가서 참 좋다는 생각도요.
뭐, 굳이 제 건강상태를 구구절절 말씀드릴 것까지는 없는데, 댓글이 온통 걱정으로 가득 차는 것도 민망해서 이렇게 쓸데없이 적었습니다 (참고로 제가 피곤해 보이는 건 주로 일과를 다 마친 밤에 촬영을 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네요).
글 쓴 김에 말씀드리면, 지식플레이는 제게 정말 큰 의미입니다. 지난 5년동안 정말 놀랍고 경이로운 일도 많았고, 벅차는 경험도 했었고, 또 가슴 아파하며 소식을 전한 적도 있었습니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제가 많은 분들과 공감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보았고요.
그렇게 앞으로도 5년은 갈 생각입니다. 그 땐 더 늙어 있고 머리도 하얘지고 발음이 샐 수도 있지만, 그 모습까지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조금은 바람이 느껴지는 금요일 아침입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시고, 편안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3 months ago (edited) | [YT] | 1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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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지식Play
댄 콜드웰, 엘브리지 콜비 그리고 트럼프
이번 보고서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Defense Priorities라는 싱크탱크의 댄 콜드웰과 제니퍼 캐버너, 두 사람이 공동으로 저술했습니다. 콜드웰이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수석 고문이었다는 점이 언론에서 많이 조명되었죠. 그래서인지 현재 국방부 정책 차관인 엘브리지 콜비가 준비하고 있는 National Defense Strategy에 이 내용이 담기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NDS가 중요한 이유는 향후 4년 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정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잠깐,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전’ 수석 고문?
기억들 하실런지 모르겠지만, Signal이라는 채팅 앱의 채팅방에서 후티 반군 공습 계획과 같은 민감한 군사기밀을 논의하다 문제가 된 적이 있었죠. 실수로 언론인을 그 채팅방에 초대했었고, 그로 인해 채팅방에서 나왔던 기밀들이 퍼져 나간 사건입니다. 그로 인해 국방부 인사들이 여럿 해임되었는데, 그 중 한 명이 댄 콜드웰입니다. (사실은 이 사건이 국방부 내 권력투쟁의 결과라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보고서가 나온 Defense Priorities는 공화당 큰 손으로 잘 알려진 Koch 형제의 후원으로 2016년에 설립된 신생 싱크탱크입니다. Koch 형제는 막대한 정치자금 기부를 통해 미국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는데요, 그 전까지는 주로 국내정치에 집중되어 있었죠. 그런데 외교정책까지 확장을 하면서 Defense Priorities를 설립합니다.
이 싱크탱크의 방향은 뚜렷합니다. 현실주의적 시각을 가지고 미국의 해외 개입을 최대한 제한한다.
일전에 제가 한 영상에서 미국 보수 진영에 외교 안보 분파가 크게 셋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어요. 레이건 시대의 패권 강국의 영광을 되살리려는 Primacists, 모든 지역에 죄다 개입하는 것을 피하고 미국의 핵심 이익이 달린 곳에 집중해야 한다는 Prioritisers, 그리고 불필요한 해외 개입은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MAGA와 뜻을 같이 하는 Restrainers.
콜드웰은 대표적인 Restrainer입니다. 이 보고서에는 사실 주한미군뿐 아니라 주일미군 일부도 빼서 괌이나 미국 본토로 재배치하는 내용도 담겨 있고, 대만에 주둔하는 미군 교관 500명의 철수도 권고하고 있습니다. 유럽 및 중동도 마찬가지이고요.
엘브리지 콜비는 Prioritiser로 분류가 되어 왔습니다. 미국의 핵심 이익은 인도 태평양 지역을 지키는 것에 달려 있으니, 우크라이나나 중동에서 힘 빼지 말고 이 곳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죠. 물론 정부에 들어간 후 입장 선회가 있었을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도련선 관련한 부분인 것 같은데요, 도련선은 미국의 전략가들이 동아시아와 서태평양 지역의 전략을 설명하기 위한 설정한 가상선입니다. 1도련선은 오키나와-대만-필리핀-보르네오 북부를 잇는 선입니다. 2도련선은 일본 오가사와라 제도-괌-사이판-팔라우-파푸아뉴기니 등을 연결하는 선으로 1도련선보다 동쪽에 위치하고 있죠. 3도련선은 하와이-알류샨 열도-사모아를 연결하는 선입니다.
콜드웰은 이 보고서에서 미군의 무게 중심을 2도련선으로 옮기고 미군을 재배치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1도련선 안은 지리적으로 중국에 너무 가까워서 집중 타격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평택 역시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그럴 바엔 2도련선에서 장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재편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1도련선 내 분쟁 발생 가능 지역은 동맹국이 알아서 방어하라는 건데, 사실상 1도련선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되곤 하죠. 어차피 너네 우리한테 기지 무제한 사용권도 안 줄 거 아니냐는 불만 섞인 성토도 느껴집니다.
반면, 콜비는 1도련선을 중국의 진출을 막는 최우선 방어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혹여 중국이 1도련선을 뚫는다면 미군은 2도련선에서 저지해야 하므로, 미군의 분산 배치와 기동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요. 다만, 1도련선 내 많은 미군을 영구 주둔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콜비 역시 콜드웰처럼 회의적입니다. 미국은 강력한 억지력을 제공하되, 실질적인 방어 책임은 동맹국이 지라는 것이죠. 물론, 앞서 말씀드린 바와 마찬가지로, 정부에 들어간 이후 입장이 바뀌었는지는 여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일치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역내 동맹국가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북한은 어차피 미국에게 위협적인 플레이어가 아닙니다. 그리고 북한쯤은 한국 혼자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지 않냐는 공통된 입장을 가지고 있죠. 결국, 더 많은 burden sharing 요구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한미군 재배치 주장 역시 일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콜비는 직접적으로 감축 이야기를 한 적은 없습니다.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얼핏 언급한 것 같긴 한데, 이후 좀 톤다운한 듯하더군요. 하지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해 왔고, 특히 중국 대응 병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해 왔습니다. 이는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죠. 콜드웰이야 말할 것도 없고요.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
그런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죠.
결국 마지막 결정권자는 트럼프 대통령이고, 지금까지 트럼피즘 외교정책의 방향을 뒤집을 수도 혹은 더 강경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단 한명의 인물입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를 전달하기로 한 거나 벙커버스터로 이란 핵시설을 타격한 결정들은, 사실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했던 MAGA의 restrainers의 뜻과는 반대되는 것들입니다. 콜비처럼 중국과 인도 태평양에 올인하자는 prioritisers와도 대치되는 결정이고요. 물론,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딜을 얻어내기 위해 압박하는 것이기도 하고, 또 이란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강한 충격을 준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요.
그럼에도 살짝 달라진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이 글을 적는 사이, 미국 상원의 군사위원회에서 FY2026 국방수권법에 주한미군 감축 방지 및 의회 견제 조항이 들어갔다는 뉴스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전작권 전환 견제 조항도 들어갔다네요. 미국 의회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제한하는 조항은 여러 차례 들어갔지만, 전작권 전환 관련한 조항을 넣은 적은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2014년인가 국방장관이 잘 판단했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언급은 있었지만요. 이 이슈가 미국 정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의 향후 국방전략의 방향을 알려주는 National Defense Strategy는 8월에 나온다고 합니다. 여기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솔직히 좀 긴장이 되네요.
4 months ago (edited) | [YT] |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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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지식Play
주한미군 감축, 왜 다시 떠올랐을까?
지난 주, 주한미군 감축이 이슈가 되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Defense Priorities에서 지난 9일 미군의 해외 운용에 대한 보고서가 나왔는데, 주한미군을 대폭 감축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죠.
구체적으로 현재 2만 8천 500명인 주한 미군을 1만 명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순환 배치 전투여단과 육군 전투항공부대 포함한 제2보병사단 대부분을 철수해야 하고, 종국에는 전투 비행대대까지 철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총 병력의 3분의 1가량만 남기라는 것이기 때문에 살짝 충격으로 다가왔는지,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했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지난 5월 Wall Street Journal에서 비슷한 보도가 나온 적 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4,500명 감축으로 이 정도 대규모는 아니었죠. 이쯤 되면 수치는 정확하지 않지만, 주한미군 감축이 이슈가 되고 있구나 싶은데요.
저는 군사 전문가는 아니라 완벽하게 커버할 수는 없지만(심지어 군대도 안 다녀옴), 궁금해하실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아는 한도 내에서 정리해 봤습니다. 더 깊은 내용을 아는 분들은 댓글로 달아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만과 남중국해, 그리고 인도 태평양 전략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대만을 비롯한 남중국해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 붙박이로 배치되어 있는 2만 명이 훌쩍 넘는 주한미군은 전략에 차질을 가져온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를 한국에 국한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이동 및 전개하고 싶어합니다. 이를 ‘전략적 유연성’이라고 하는데요, 전략적 판단에 따라 해외 주둔 미군을 세계 어느 곳으로도 신속히 이동 및 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얼마 전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 역시 글로벌 차원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결국 남중국해나 대만 위기 시, 주한미군 병력을 신속하게 그 쪽으로 투입하겠다는 겁니다.
그럼 일 터지고 옮기면 되지 왜 벌써부터?
일단 늦을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많은 이들이 대만 침공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속도’라고 합니다. 또한 주한미군은 한반도 방어 임무 중심으로 편제되어 있기 때문에,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작전 수행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고요. 무엇보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지역에서 미군의 존재감을 크게 향상시킴으로써, 중국 도발을 미연에 차단하는 억지력 강화의 목적이 있겠죠. 얼마전 샹그리라 안보대화 기조연설에서, 해그세스 장관이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남중국해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중국의 대만 침공과 같은), 미국은 한국 내 미군기지를 적극적으로 운용하기를 원합니다. 예를 들어 대만해협에서 무력충돌이 있을 경우, 미국은 장거리 폭격기의 급유라든지 미군 전투기나 수송기 등의 기착지로 평택, 군산, 오산 등의 기지를 활용하고 싶은거죠. 이 부분은 한국 정부와 협의를 해야 하는데, 한국 정부가 이를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 방어 외의 목적이기 때문에, 또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한국 내 기지도 맘대로 쓸 수 없는데 2만 명이 넘는 병력을 굳이 박아 놓는다고? 그리고 한국 정도 경제력과 군사력이면 북한 정도는 알아서 책임질 수 있지 않나? 그러면, 여긴 너희가 알아서 지키고, 우리는 진정한 라이벌 중국 견제에 힘을 쏟겠다는 거죠.
이런 시각은 이번 보고서에서 처음 나온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작년에 제가 진행했던 현 국방부 정책차관인 엘브리지 콜비 역시 비슷한 생각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보고서를 작성한 댄 콜드웰은 어떤 인물일까요?
4 months ago (edited) | [YT] |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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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지식Play
캡틴 아메리카
이건 뭐. 달리 할 말이 없네요. 그냥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승리.
이란은 결국 자살행위가 아닌 협상을 택한 듯합니다. (생각보다 좀 빠르네요.) 오늘 새벽, 카타르에 있는 미국의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를 향해 19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카타르 정부에 따르면 이중 18발은 요격했고 1발은 건물에 피해를 주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합니다. (이 수치는 카타르 정부의 발표이고요, 트럼프 대통령은 14발이라고 했습니다. 약간의 차이가 있네요.) 2020년 술레이마니 사령관 암살 직후 이란이 했던 것과 비슷한 제한적 보복이라고 할 수 있죠.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 기지는 중동 지역에 있는 미군 기지 중 가장 크고 막강한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는 곳입니다. PAC-3, PAC-3 MSE에 THAAD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항공기와 드론의 규모도 최대라고 하죠. 미국 중부사령부의 전방본부가 있기도 합니다.
사실 누가 봐도 약속 대련인 걸 알 수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이걸 콕 집어 밝힙니다. 사전에 알려준 이란에게 감사한다며.
음… ‘꼭 그래야만 했냐!’
영화 해바라기의 비슷한 대사가 생각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이스라엘이 휴전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란의 국영방송에서 먼저 컨펌을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 있었어서 불안불안했는데, 방금 이스라엘도 휴전에 동의했다는 소식이 나오네요.
발걸음도 가볍게 헤이그로.
미국 시간으로 6월 24일 화요일, 트럼프 대통령은 NATO 정상회의 참석차 헤이그로 향할 예정입니다. 사실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네 마네 갑론을박 했던 걸로 아는데요, 결국 참석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군요. (뭐 또 모르죠… 갑자기 가다가 비행기 돌릴지.)
트럼프 대통령, 여러가지로 기분 좋게 참석할 것 같네요. 전 세계가 미국의 가공할 군사력을 목도했고, 이 정도면 일단은 성공적으로 목표 달성을 한 셈이니까요. 물론, 이후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언제 어떤 태도로 나오는 가를 더 지켜봐야 하고, 또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 말을 고분고분 들을 지 의문이지만요. 그래도 지금은 승리감을 만끽할 순간이라 봅니다. 사실 지난 6월 20일, 영국 프랑스 독일의 외무 장관들이 이란의 아락치 장관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났지만 별무소득없이 끝났던 걸 생각하면, 자신감 뿜뿜도 이해가 갑니다.
또 한가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나토 회원국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했던 대로 2035년까지 국방예산을 GDP의 5% 수준으로 높이기로 합의했습니다. 3.5%는 직접적인 국방 예산으로 들어가고, 1.5%는 국방 관련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방식으로요. (아, 스페인이 우리는 못 한다며 배째라는 요구가 있기는 합니다만.)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들 2% 안 맞추면 미국은 탈퇴한다고 윽박질렀던 것을 생각하면 참 세상 많이 변했습니다.
그만큼 유럽의 안보 위기 의식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이라 봐야겠죠. 유럽 국가들이 공유하는 러시아발 안보 위협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과 함께, 4년 후 대통령이 바뀐다 해도 이제 미국의 관심사는 인도 태평양 지역이라는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던 바를 들어주면서 미국을 붙들고 있으려는 의도도 보이지만, 결국 유럽의 안보를 언젠가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동한 결과라 봅니다.
얼마 전 읽은 한 논평에서, 유럽은 냉전 이후 '러시아의 값싼 에너지'와 '중국의 값싼 상품', 그리고 '미국의 값싼 안보'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루어 왔다고 지적하더군요. 이젠 셋 중 어떤 것도 가지기 힘든 시기입니다.
이전의 나토 정상회의와 달리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나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공격은 없을 거라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한 것이라 하죠.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에겐 꽤 실망스러운 나토 회의가 될 거라는 소문이 돕니다.
한 외신에서는 냉전 이후 가장 중요한 나토 정상회의가 될 거라고도 하더군요. 뭔가 새로운 국제질서가 쓰여지는 느낌이 드는 요즘, 산전수전 다 겪은 유럽 외교가는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네요.
흥미로운 뉴스가 들리면 정리해서 들려드리겠습니다.
P.S. 오탈자 없나 보고 게시하자마자 휴전 파기 소식이 뉴스로 전해진다는 댓글 보고 멘붕... ㅋㅋㅋㅋㅋ 이젠 저도 모르겠습니다요. 또 싸우고 하면 새 글 올릴게요. 트럼프가 싸우지 말라고 대문자로 그리 이야기했건만.
4 months ago (edited) | [YT] | 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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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지식Play
당신의 엔비디아는 안녕하십니까.
미국 정부가 중국에 수출하는 엔비디아 반도체 칩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중국에 수출하는 H20 반도체에 라이선스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엔비디아측에는 이미 4월 9일에 통보를 했고 이를 4월 15일에 엔비디아가 공표했습니다. 말이 라이센스제로 승인을 받으라는 것이지, 사실상 수출 못하게 통제를 건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바로 하루 뒤, 미국 연방의회 하원의 중국 위원회에서 딥시크에 대한 조사 보고서가 발표되었습니다. 올해 초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중국의 AI, 딥시크를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꽤 많은 국가들이 공공기관의 컴퓨터에서는 딥시크를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죠. 미국에서도 딥시크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그 결과가 보고서를 통해 발표된 겁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딥시크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미국 사용자의 채팅기록이나 기기 정보, 타이핑 패턴과 같은 데이트를 수집하여 중국으로 전송하고 있고, 중국과 민주주의 대만, 홍콩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검열되고 있다고도 하네요.
흥미로운 것은 여기에 엔비디아의 칩이 관련되어 있다고 명시되었다는 겁니다. 미국의 수출통제를 우회해서 엔비디아의 고성능 AI칩을 수 만개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엔비디아 칩은 이전에도 수출 통제가 되지 않았던가?
사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칩이 중국으로 들어가는 걸 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미국은 2022년부터 엔비디아, AMD같은 회사의 고성능 칩이 중국으로 들어가는 것을 제한해 왔습니다. 처음엔 A100, H100에 대한 수출 통제로 시작을 했죠. 그랬더니 엔비디아는 성능을 조정한 대체 제품을 개발합니다. 그렇게 나온 것이 A800과 H800이고, 미국 정부의 규제에서 비껴갈 수 있는 수출 규제 우회용 저성능 버전 칩이죠. 이른바 중국 맞춤형 칩.
그러다 2023년, A800과 H800에까지 수출 통제가 확대됩니다. 가만 보니까 살짝 성능을 낮춘 이 칩들만 가지고도 중국 기업들이 충분히 고성능 AI와 슈퍼 컴퓨터에 사용할 수 있어 보였던 거죠. 그래서 A800과 H800에도 규제를 가한 거에요.
그랬더니 엔비디아가 이번에도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살짝 성능을 낮춘 칩을 또 개발하는데요, 그게 H20이었습니다. 미국 행정부가 이번에 이 H20에 대해서도 수출 통제를 건 것이죠. 뭐랄까요, 여기 막으면 저기로 가고, 저기 막으면 뒤로 가니까 뒷길도 막아 버렸다고나 할까요.
흥미로운 점은 딥시크로 들어갔다고 판단되는 고성능 엔비디아의 칩들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우회해서 들어갔다는 겁니다. 이 사건은 이미 올해 2월부터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돼 진행되고 있는데요, 우회 경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싱가포르에 허위 법인을 세워서 미국에서 Dell과 Supermicro의 AI서버를 구입합니다. 이 안에 엔비디아 칩이 있거든요. 싱가포르의 법인은 서버의 최종 목적지를 말레이시아라고 신고하고 보냈는데, 진짜 목적지는 중국이었다는 것이죠. 그렇게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이 허위 법인을 통해 말레이시아로 수출된 후 중국으로 빠져나갔고, 이게 딥시크로 전달되었다는 겁니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저로서는 놀.라.운. 우회로이네요.)
싱가포르에서 22개 기업이 연루된 대규모 조사로 이어졌고, 이미 여러 명이 체포되고 기소되었습니다. 말레이시아도 조사에 착수했고요.
반도체는 미국이 사활을 걸고 공급망을 지키고 중국으로 핵심 기술이 탈취되는 것을 막으려는 전략 아이템입니다. 특히 AI칩에 미국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군사적 용도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반도체 관련해서는 계속적으로 압박 수위가 높아질 거고, 관세가 전부는 아닐 것 같네요.
그나저나 엔비디아 주가는… 음.
7 months ago (edited) | [YT] | 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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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지식Play
그래서 우리는 동남아로 간다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미국의 관세 정책에 지쳐서, 이젠 그냥 그려러니 합니다. 업데이트도 한계가 있잖아요.
그 와중에 이번 주 눈길을 끈 뉴스가 하나 있네요. 시진핑 주석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까지 세 동남아시아 국가 순방을 시작합니다. 이번 순방은 아무래도 미국으로부터 관세 전쟁이 발발한 뒤라 더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이 세 국가중 캄보디아는 무려 49%, 베트남은 46%라는 높은 관세를 맞았죠. 90일 유예기간을 두고 있지만요.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에게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나라들입니다. 작년 기준 중국에게 아세안 국가들과의 교역 규모가 가장 컸고, 그 다음이 유럽 연합 그리고 미국입니다. 함께 관세를 두들겨 맞았으니 미국 성토도 좀 하고 서로 간에 무역 협력도 다지고, 할 말이 많아 보이죠.
중국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힘들어질 수출 경로를 아세안 국가들로 돌리고 싶어할 겁니다. 그런데 이 세 국가 중 말레이시아만 중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보고 있고,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적자를 보고 있죠. 의존도도 높고요. 그래서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대신 중국 시장도 더 열라고 요구할 것 같고요.
반면 미국과의 무역에서는 세 국가 모두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짜증은 나겠네요 ㅎ) 그럼에도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한쪽 편만 일방적으로 들기보다는 균형점을 찾아서 줄타기를 할 것 같습니다.
아세안 국가들은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이라 하면 좀 짜증이 날 것도 같은게요,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밀어붙였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라고 있었습니다. 태평양 지역 12개 국가들의 메가 자유무역 협정이었고,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기도 했죠. 그런데 오바마 시절 어찌저찌 체결은 했지만 미국 연방 의회의 비준도 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행정명령으로 탈퇴해버리죠. 당시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들이 상당히 실망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 일본과 캐나다가 주도해서 결실을 본 것이 CPTPP죠.)
과연 시진핑 주석의 동남아 순방이 효과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근데, 원래 단체행동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죠.
그러면 우리는 아르헨티나로 간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아르헨티나를 방문했습니다. 살짝 뜬금없는 방문이기는 했는데요, 미국의 재무장관이 그냥 놀러가진 않았겠죠.
아르헨티나는 중국과 18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왑 협정을 맺고 있는데요, 얼마 전 상환시점을 1년 연장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지나서, IMF에서는 아르헨티나에 200억 달러의 지원금을 주기로 승인합니다. 이 중 120억 달러를 바로 쏴 주기로 했다네요. IMF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워낙 크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이 결정한 거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베센트 장관은 대놓고 IMF가 주는 돈 가지고 현재 중국과의 스왑 협정을 통해 활성화되어 있는 50억 달러 정도는 갚을 수 있지 않겠냐고 했는데요. 중국으로부터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싶다는 강한 뜻이 담겨 있죠. ‘상습적으로 빚내는 국가’인 너네 아르헨티나한테 200억 달러 줬으니까, 일부는 중국한테 갚고 손 털어… 뭐 이런 의미인데요, 미국은 이 돈의 상환 여부를 주시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뭐, 우리도 친구가 힘들다 힘들다 해서 돈 빌려줬는데, 그 돈 가지고 소고기 사먹으러 가버리면 열받잖아요.
참고로 이번에 블룸버그와 베센트 장관의 인터뷰는 유튜브에서 찾아보실 수 있는데요, 꽤 흥미롭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이번에 논의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르헨티나에는 대단히 중요한 자원이 있습니다. 바로 리튬이죠.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정말 중요한 자원. 미국은 자국 내 소비하는 리튬의 상당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수입량의 절반가량이 아르헨티나에서 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공급망에서 중요한 전략 아이템 중 하나가 핵심 광물인데, 핵심 광물은 글로벌 사우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죠.
관세 폭탄을 던져서 당황스럽긴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본격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큰 흐름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네요.
새로운 뉴스 나오면 또 적어볼게요.
7 months ago (edited) | [YT] | 4,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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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지식Play
Buckle Up.
아침에 일어나니 핸드폰이 관세 뉴스로 도배가 되어 있더군요. 예상은 했지만 더 세게 나왔다는 반응들이 많습니다. 막판까지 백악관에서 어떤 안으로 발표할 지 조율하느라 긴박한 시간을 보냈다는 뉴스들이 있었는데요, 10% 보편 관세에 특정 국가들에 대한 추가 관세로 나온 걸 보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강하게 반영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의거한 것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입니다. 불공정 무역으로 인한 무역적자가 미국 안보와 경제에 비상사태에 준하는 위기를 가져온다는 것이었죠. 하도 이리저리 뉴스가 난무하고 있어서 한 번 정리를 해봤습니다.
지금까지 ‘부과된’ 관세들과 ‘부과될’ 관세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매기겠다고 선언하거나 위협하는 것과 실제 효력에 들어가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3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사는 국가의 수입품에는 4월 2일을 기점으로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행정명령에 서명도 했고요. 그런데 백악관에서는 ‘하겠다’가 아니라 ‘할 수도 있다’라고 했거든요. 어쨌든 현재는 이 관세로 영향을 받는 국가는 아직 없습니다만, 만일에 이걸 들고 나온다면 타겟은 중국이 되겠죠.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했고 또 효력을 발휘할 관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2월 4일 중국 수입품에 관세 10% 부과.
3월 4일 멕시코, 캐나다 관세 25% 부과. 중국에 10% 추가관세로 총 20% 관세 부과.
3월 12일 철강, 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
4월 2일 베네수엘라 산 원유로 수입품에 25% 관세 부과(할 수도 있음).
4월 3일 모든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25% 관세 부과. 다만 캐나다와 멕시코로부터 오는 USMCA 조항에 부합하는 자동차와 부품은 예외.
4월 5일 모든 외국 수입품에 10% 관세 부과. 이중 악질적(?)이라 판단되는 국가들에 대해 각각 다른 세율의 관세를 4월 9일부터 부과. (일주일 시간 줄 테니 와서 협상하란 건가.) 이에 따라 유럽 연합 국가들은 20%, 한국은 25%, 일본은 24% 부과되었습니다. 중국 역시 34% 부과되었죠.
캐나다랑 멕시코는 관세 안 맞았네?
네, 이미 한 대 맞았으니까요. 캐나다나 멕시코는 25%의 관세 (불법 펜타닐 유통과 난민에 대한 책임을 물어)를 3월부터 부과해왔기 때문에 국가별 관세에서는 빠졌습니다. 이미 관세를 맞은 국가나 제품에 대해서는 대체로 유예해줬습니다. 또 자동차 같은 경우, 25% 관세가 4월 3일부터 부과되는데, 여기에 한국에서 수출한다고 추가 25%해서 총 50%를 물리지는 않는거죠.
그런데, 여기에 예외국가가 있습니다.
중국은 봐주질 않았네요. 캐나다, 멕시코와 함께 추가관세까지 이미 20%를 때려 맞고 있었던 중국에게는 얄짤 없이 34%를 더 부과해서 총 54% 관세를 매겨버렸습니다. 여기에 루비오 장관이 베네수엘라산 원유로 만든 제품이라고 중국 제품들에 25% 추가관세를 매기면 무려 79%까지 올라갈 수도 있는 거고요. 현재 베네수엘라의 원유를 가장 많이 사는 국가는 중국이거든요. (근데 두번째가 미국입니다.)
관세 항목에서 반도체, 의약품, 구리, 목재, 그리고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에너지와 핵심광물 등은 관세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당장 급한 건 뺀 느낌이 들죠. 다만 향후 무역확장법 232조에 해당되어 관세가 부과될 품목들은 국가별 관세에서 제외된다고 한 부분은, 앞으로도 관세를 매길 품목들이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그러고 보니, 한 대 때렸으면 웬만하면 또 때리지는 않았는데, 맞은 데 또 맞은 거의 유일한 나라는 중국이네요. 많이 아프겠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파이브 아이즈는 나름 챙겨줬네요. 호주, 영국, 뉴질랜드는 모두 10% 관세이고, 캐나다도 펜타닐과 난민 문제 해결하면 12%로 낮춰주고 USMCA 항목은 무관세로 유지한다고 했습니다. 캐나다의 새 총리가 어찌저찌 잘 하면 현재의 25%에서 12%로 낮출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2%는 이자인가.
어떤 세계가 기다리는 것일까?
미국인과 트럼프 행정부의 기저에 깔린 생각은 이겁니다. ‘전후에 평화롭게 싸우지 말고 잘 살아보자고 국제기구도 만들고 자유무역도 권장하고 했더니, 전부 미국을 호구로 보고 등쳐먹었다.’ 그리고 어찌 보면 ‘등쳐먹기’에 가장 앞장선 게 소위 우방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이라는 거죠. 원래 가까운 사람이 배신했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이 제일 밉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이 인사청문회 당시 했던 발언에 가장 잘 녹아 있습니다. 당시 루비오 장관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낡았을 뿐 아니라, 미국을 공격하는 무기가 되었다고 말했죠.
"The postwar global order is not just obsolete; it is now a weapon being used against us,"
지난 번 워싱턴 DC 출장을 가서 만났던 많은 분들이 동의하는 게 한 가지 있었습니다. 전후 미국이 주도해오던 국제질서는 와해되어 가고 있다. 스티븐 월트 교수와의 대담에서도 보셨겠지만, 앞으로의 세계는 나름 평화로웠던(월트 교수님은 그다지 동의하지 않으셨지만) 지난 80년과는 다를 거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월트 교수님은 이를 다극체제로 보고 계시고, 그래서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협력 이야기를 하신 거였죠. (그런데 최근에 보니, 현실주의 학파인 월트 교수님조차 ‘이정도로 세게 나올 줄은!’하고 놀라고 계신 듯합니다.)
4년 후 다른 대통령이 들어서면 달라지지 않을까.
글쎄요, 그전에 바뀌는 것이 훨씬 많지 않을까요?
모두 안전벨트를 꽉 매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7 months ago (edited) | [YT] | 7,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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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지식Play
안녕하세요 여러분.
영상 업로드가 조금 늦어지고 있는데요, 저희가 Washington DC 출장을 왔습니다.
미국 정치, 아니 세계 정치의 심장에서 일도 하고 영상도 찍었는데요, 덕분에 기존 영상 편집과 업로드 일정이 좀 밀렸습니다.
빠르게 업로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8 months ago | [YT] | 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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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지식Play
12월 29일. 무안 국제 공항에서 일어난 제주 항공 여객기 참사로 희생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께도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10 months ago | [YT] | 6,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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