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떠나는 일출산악회

등산로 안내와 산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 떠나는 재밌는 등산 채널, 일출산악회. 영상도 보고 산과 지역,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 들을 수 있습니다.


함께 떠나는 일출산악회

북한산
우리가 산행을 하는 이유

2024년 11월 마지막 주 화요일에는 비가 왔다, 비는 수요일에는 눈이 되었고 눈발이 굵어지더니, 목요일까지 내려서, 수도권에는 117년만에 폭설로 기록되었다. 일하다가 창 밖을 보니 온 세상이 하얗다. 하늘에서 내린 무언가가 세상을 이렇게 하얗게 만들다니, 눈은 볼 때마다 신비롭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는 설경이 펼쳐지면 눈장난을 칠 생각으로 가슴이 쿵쾅 뛰었는데 반백이 된 지금은 산을 오르고 싶어서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눈이 만들어 놓은 풍광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처럼, 신비롭다. 자연의 신비로움 속으로 들어가며 세속에서 때묻은 나도 깨끗하게 씻음을 받은 것처럼 구원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북한산국립공원 서울시의 은평구, 강북구, 도봉구와 경기도 고양시, 의정부시, 양주시를 관통하며 북동쪽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길게 걸쳐있는 산이다. 내 생각에 북한산의 특징은 산등성이를 지나서 계곡이 끝나는 산기슭까지 마을이 빼곡하게 들어와있다는 것이다. 전국 어디에도 이런 형세는 좀처럼 드물다. 수도권이라서? 또는 풍수가 좋아서? 그 까닭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쨋든 삶과 산이 날실과 씨실처럼 서로 엮여있는 산임은 확실하다. 이 동네 저 동네 마을이 들어와있으니 산을 오르는 경로도 무수하고 비봉능선, 의상능선, 칼바위능선, 도봉산의 포대능선, 다락능선 등등 굽이굽이 능선도 많다. 자신의 체력에 맞게 조합해서, 주말마다 다녀도 지루함 없이 1년을 다닐 수 있겠다.

북한산국립공원의 많은 능선 중에서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빼어나게 아름다운 ‘숨은벽 능선’ 을 찾았다. 산을 찾기 며칠 전, 작은 삼촌 보다는 가까운 연배이시고 큰 형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먼 연배이신, ‘아는 형님’ 과 함께 숨은벽을 오르기로 일정을 잡았다. 나와 형님은 유투버라는 매개체로 만나게 되었는데, 형님은 숨은벽처럼 정적인 인품과 아랫사람의 얘기에도 귀를 기울여주는 아량이 높은 분이셨다. 혼자 다니다가 함께 다니니 ‘아 이래서 함산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을 좋아하고 멋진 경치를 함께 보는 연대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었다. 밤골공원지킴터에서 왼쪽으로 익숙한 능선길에 들어서자 숨은벽의 설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숨은벽의 설경은 처음이었다. 아는 능선길에서 만난 낯선 경치에 삽시간에 매료되었다. 익숙한 장소의 낯선 풍경과 인자하신 형님과 함께 등산하는 낯선 공기가 새로운 등산의 맛을 느끼게 했다

총성 없는 전쟁 같은 일상의 삼엄함 속에서 우리가 놓지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숨은벽을 알현하고 가파른 된비알을 올라서 백운대 정상에서면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거센 바람이 환영인사를 건냈다. 힘들고 흔들려도 꿋꿋하게 산마루에 올라서 발 아래에 펼쳐지는 전망을 바라보면, 손바닥만한 서울시가 눈에 들어온다. 손바닥을 이념의 좌우로 나눠서 싸우는 작태에 웃음이 그저 났다. 중력을 거슬러서 힘겹게 오른 자들이, 백운대 정상석을 주위로 빙둘러 서서, 서로의 표정을 마주봤다. 모처럼 밝은 얼굴로 웃음지으며 서로에게 고생했다고 격려의 인사를 건냈다. 거센 바람에 손바닥 안에서 살면서 쌓인 응어리는 잊게 되었다. 산행은 이렇듯 일상을 잊게 하면서 일상에서 놓지고 있는 것들을 깨우치게 하는 것이다. 올 겨울에는 내가 아는 산의 다른 모습인 설경을 만나러 가보자. 익숙한 곳의 낯선 풍경이 팍팍한 삶에 시원한 바람을 풀어넣어줄 것이다.

5 months ago | [YT] | 51

함께 떠나는 일출산악회

계룡산

우두산에서 내려와 집으로 향하며 다음은 어디로 갈까? 생각해봤는데, 계룡산이 생각났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계룡산 서쪽 끝 산마루 ‘연천봉’ 이 떠올랐고 계룡 제3경 ‘연천봉 낙조’ 가 보고 싶었다. 산에 오르기 위해 인터넷으로 계룡산 지도를 열어보니, 연천봉은 갑사에서 최단거리로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멀리 계룡산까지 가는데 계룡산의 백미인 ‘자연성릉’ 을 걷지 않고 올 수는 없는 법. 자연성릉을 걸을 수 있는 코스로 잡고 계룡산 갑사로 향했다.

‘춘마곡사 추갑사’ 라는 얘기가 전해질 정도로 가을에 더욱 빛이 나는 갑사의 명성 답게 사찰로 향하는 길에 단풍이 매우 곱다. 잘 물든 단풍을 못 보나 했는데, 가을과 겨울 사이에서 체념했던 내 마음을 어루만지듯이 적단풍이 가득했다. 하늘과 땅, 사람과 사찰 중에 갑이라는 갑사는 사찰의 위용이 높을 줄알았는데, 맞배지붕 형식에 다포집으로 가볍게 아름다움을 담은 대웅전은 아늑하고 단아했다. 산행은 잠시 잊고 관음사와 석조약사여래입상 등등 사찰의 구석구석 돌아보다가, ‘일몰을 봐야지?!’ 하는 생각에, 금잔디고개로 가파른 된비알을 올랐다.

2024년은 전투적인 한 해였다. 원재료 값은 상한선이 없는 고공행진이고 임금은 최저시급 인상을 훨씬 웃도는 추이로 우상향했으며 긴 더위로 나와 직원들 모두 심신의 괴로움을 느꼈다. 내부의 고충을 딛고 일어섰다면 이제는 타사와의 경쟁, 외부의 전투가 시작된다. 시장에서의 제로섬게임은 그야말로 총성없는 전쟁이다. 찢기고 떨어져나가고 피가 낭자하는 경쟁. 재즈 선율에 맞춰 편안하게 커피를 한 잔 마시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린 한 해였는가. 연말을 맞아서 2025년을 준비한다. 작은 회사지만 ‘혁신에는 출구가 없다’. 새해 혁신의 방향을 직원과 거래처의 윤택한 삶으로 잡았다. 40여명의 직원, 100여 곳의 거래처가 모두 올해보다 더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들이 윤택하려면 내가 간과 쓸개, 모든 장기를 다 내놔야 한다. 나는 각오가 돼있다.

삼불봉을 오르자 서쪽에 남북으로 아로 그려지는 계룡산의 주능선 마루금이 역광으로 선명했다. 닭의 벼슬과 두 마리 용이 영의 주를 물고 있는 형세라는 표현에 수긍이 됐다. ‘조상님들은 관찰력도 좋고 작명도 탁월해’ 라고 허공에 대고 한 마디를 하고 그리웠던 ‘자연성릉’ 을 걸어본다. 능선에 드러난 바위가 성곽처럼 이어져 있어서, 자연성릉이다. 안전대 넘어로 낭떠러지인데 정말 성벽같다. 수려함에 놀라고 작명에 또 놀랬다. ‘조상님들은 관찰력도 좋고 작명도 탁월해’ 한 번 더 허공에 대고 얘기를 했다. 조상님에게 전달이 되려나? 관음봉에 올랐는데, 오후 4시 반,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그 많던 탐방객들은 온데간데 없고 동학사에서 올라오는 어르신 한 분이 도인처럼 담담하게 계단을 올라왔다. 관음봉에서 전망을 둘러보고 연천봉으로 향했다.


관음봉에서 1.1키로, 약 30분 만에 연천봉에 닿았다. 일몰 전에 다행히 안착했다. 해가 서쪽 지평선에 닿자 삽시간에 땅속으로 숨었다. 연천봉이 금새 어둑해지고 계룡산 주능선도 오늘의 할 일을 다했다는 듯이 내게 ‘이만 내려가시게~’ 라고 하는 듯하다. 하산길에 깊은 어둠이 내렸다. 나는 어둠 속으로 ‘2025년의 방향’ 이라는 등대를 쏘아올렸다. 어둠 속을 걸으며 다시 찢기고 떨어져나가며 피가 낭자하겠지만 등대 빛을 따라서 2025년에도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
혁신에는 출구가 없다. 그러나 출구가 있다고 해도 탈출할 생각이 없다. 모든 장기를 꺼내야 해도 괜찮다. 나는 각오가 돼있다.

#계룡산국립공원 #갑사 #자연성릉 #삼불봉 #관음봉 #연천봉

5 months ago | [YT]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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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산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은 맞는 길일까?

11월의 출발선에서 함껏 자세를 잡으며 출발 신호만 기다렸다. 신호를 듣고 달리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하고 같은 자리만 맴도는 기분. 11월도 월말이 더 가까워졌는데 눈먼 비둘기처럼 제자리를 뱅뱅 돌고 있다. 작년 가을에 오르겠다고 메모해놓은 명산 리스트는 오르지 못하고 집에서 가까운 산들을 오르며 산행의 아쉬움만 달랬다. 그마저도 오르지 못한 주말도 있었다.

오랜만에 산행을 할 수 있어서 백패킹까지 욕심을 냈다. 산방기간에 오를 수 있으면서 백패킹이 가능한 산! 어디가 좋을까? 문득 우두산이 생각났다. 경남 거창군 가조면 항노화힐링랜드는 산림청에서 운영한다. 나는 산림청으로 전화를 했다.
‘우두산에서 백핑킹이 가능한가요?’ 전화기 넘어로 별사람을 다보겠다는 반응이다.
‘안된다는 규정은 없어요. 가조면 행정자치센터로 전화해보시겠어요?‘
’아 네 알겠습니다‘ 문의 전화가 많이 올줄알았는데 그렇지 않은가보다. 가조면행정자치센터도 답변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화기 사용은 엄금이구요. 산정상이 많이 추워요. 어쩌려구 거길 올라가서 잔다구 그래요‘
’네 화기는 안 가져가겠습니다‘
주중에는 항노화힐링랜드의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지만 주말에는 이용할 수 없다. 주말에는 아랫쪽에 주말 전용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고 셔틀버스로 힐링랜드까지 올라와야 한다.

힐링랜드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Y자 출렁다리를 관광하러 온 사람들이다. 그들사이에서 내 앉은 키보다 큰 배낭을 매고 매표를 하니,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답답했는지 끝내 한 아저씨는 한마디를 건낸다.
’자러 가요?‘
’네 정상 가서 야영하려구요‘
’와 멋지네요! 젊음이 좋아요!‘
그렇게 젊지 않다고 말씀 드리고 싶었지만, 등산 시간이 빠듯해서, 젊은 이처럼 멋쩍게 웃었다.
장군봉까지는 오르지 못하고 인기가 많은 의상봉을 한번에 돌파하기로 해본다. 고견사를 지나자 가파른 된비알이 지리산 코재를 방불케했다. 바람은 거세게 부는데 호흡은 거칠어졌다. 땀을 비오듯이 흘리고 나서야 능선에 올랐다. 능선에 오르면 오른쪽으로 우뚝 솟은 봉우리가 있는데 바로 의상봉이다. 의상봉을 빙 둘러가면 정상으로 향하는 매우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11월은 링반데룽을 경험한 달이었다. 링은 고리를 뜻하고 반데룽은 걷기 또는 방황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같은 자리를 계속 맴도는 ‘환상방황’ 이다. 가끔 개미군단이 이런 현상을 겪기으며 몰살하기도 하고 세찬 눈보라를 만났을 때 등산객은 목표지점을 향해 가지만 실은 자신도 모르는 착각에 빠져 일정한 반경으로 계속 맴돈다. 결국은 탈진하게 되고 조난을 당하게 마련이다. 위기에 처하면 생각이 흐려지고 감각이 둔감해진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지고 내 인생의 위도와 경도가 방향을 맞게 하고 있는지, 경쟁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내 삶의 등대처럼 빛을 밝혀주는 지향점은 어디인지, 인지해야 한다. 그 길이 맞는 길인지 종횡으로 확인해야 한다.

의상봉에 오르면 가야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멀지만 분명한 덕유산의 능선은 고래등처럼 거대하다. 우두산을 오른다면 의상봉의 전망은 꼭 보기를 바란다. 의상봉에서와 최고봉인 상봉을 오르고 거기서 일박을 한 후 마등재로 향한다. 우두산이 산행의 재미로 가득한 산이라는 것은 상봉 ~ 마등재 구간에서 알 수 있다. 북쪽으로는 가야산이 드높고 남쪽으로는 황매산이 수려하다. 날씨가 좋으면 지리산 천왕봉도 볼 수 있다. 전망으로 혼을 빼놓고 근육질의 우람한 바위덤으로 마음을 흔든다. 마등재에는 철쭉군락지가 있는데 면적이 넓지는 않아도 봄에 제법 볼만한 군락지가 될 것같다.
마등재에서 내려오면 관광객들로 발디딜틈없는 Y자 출렁다리를 건너게 된다. 어느 방향에서 바라봐도 왼쪽과 오른쪽, 갈림길을 마주하게 되는 출렁다리. 우리의 인생을 닮았다.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을 때,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 때는. 걸음을 멈추고 목표점이 아니라 지향점을 점검해야 한다. 지향점은 해와 달이 없는 어둠 속에서도 등불처럼 나를 이끌어줄 것이다. Y자 출렁다리를 건너며 나 자신 뿐만아니라 2025년을 앞두고 회사도 지향점을 점검해본다. 지향점은 요즘처럼 환경이 극변하는 시대에는 꼭 필요한 항목이라고 생각한다.

#우두산 #Y자출렁다리 #의상봉

6 months ago | [YT] |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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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
마니산에는 총 4개의 코스가 있는데, 정상을 기준으로 북서쪽에 ‘단군로’ 와 ‘계단로’ 코스가 사시사철 많은 탐방객으로 붐비고 남동쪽으로 ‘정수사’ 와 ‘함허동천’ 북서쪽 코스보다 한산하다. ‘마니산공원’ 을 끼고 있는 ‘단군로 코스’ 는 오르기도 좋고 서너번의 가파른 계단과 된비알만 오르면 마을 앞까지 깊숙하게 들어온 서해바다가 펼쳐진 전망을 볼 수 있다. 벼가 노랗게 물드는 반듯한 논과 파란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이 교차되는 전망을 바라보며, 등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코스다. 능선에 보이는 강화도 화도면 내리 마을은 산촌일까? 어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멋진 마니산을 끼고 있는 마을이 평화롭게 보였다. 감칠맛 좋은 전망을 친구와 함께 봐서 그런지, 마니산에 오를 때마다 나는 친구가 생각난다.

젊을 땐 술마시고 노래하며 호기로웠는데 세월은 훌쩍 건너뛰어 친구도 나도 백발이 성글게 맺히는 나이가 되었다. 연락하는 친구는 줄어들고 안위를 알 수 없는 친구들도 제법 생겼다. 연락이 뜸해진 것은 내향적인 내 성격 탓이기도 하고 피와 살을 갈아넣으며 사업을 일으킨 세월 탓이기도 하다. 결국은 내탓으로, 우정의 온도가 슴슴해졌다. 이렇게 사람은 오래 만나지 못하면 마음의 온도도 내려간다.

그러나 진정한 친구는 이름만 떠올려도 어둠 가운데 촛불처럼 은은하면서도 따스하다. 만약 둘도 없는 내 친구가 죄를 짓는다면? 그 죄의 판결은 법에 의해 심판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가 판사로 살아가는 시대를 살고 있다. 내가 판사가 되어, 날카로운 말들은 창이 되고 서슬퍼런 마음은 검이 되어, 창검을 휘두르며 판결하고 단두대에 올려 처형까지 일사천리로 끝내버리는 시대다.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던 시간들은 삽시간에 사라지는 시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음 미워하지 말라’ 는 고대 그리스어 만큼이나 멀게 느껴진다.
사랑은 불꽃처럼 뜨겁고 우정은 호수처럼 잔잔하다. 사랑의 불꽃은 돌처럼 굳었고 잔잔한 호수는 큰 파동으로 거침없이 일렁이는 세상이다. 호수와 같이 잔잔한 마음으로 죄 지은 자를 안아줄 수는 없는 것일까? 신이 아니라면, 세상에 나와 죄를 짓지 아니한 자가 어디있단 말인가.

많은 탐방객이 찾는 단군로 코스도 참 좋지만 마니산 등산의 정수는 ‘정수사’ 와 ‘함허동천’ 코스다. 두 코스는 친구처럼 비슷하게 닮았다. 친구는 제 갈망을 채우려고 하거나 걸핏하면 속이려고 하는 사람이 아닌다. 힘들다고 하면 얘기를 들어주고 곤경에 처했다고 하면 짐을 나누어 들어줄 수 있는 고민을 하는 사람이다. 타고난 기질이나 취향이 닮은 데가 있어야 하는데 그래야 오래 만나고 관계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수사와 함허동천, 두 코스는 비슷한 모습이 친구 같다.

험허동천 코스로 하산하면 계곡길 끝에, 너른 바위 사면이 나오는데 ‘함허동천’ 이라고 멋스럽게 한자가 새겨져있다. ‘함허’는 정수사를 중창한 ‘기화’ 스님의 법명이다. 잠길 함, 빌 허. 깨달음에 이른 스님에게 잘 어울리는 법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풍이 깃든 숲을 보며 내가 비울 수 있는 감정들을 또 비워본다. 그리고 잔잔한 호수를 떠올린다.
우정은 두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 이라고 한다. 잔잔한 호수와 같고 어둠을 잔잔히 밝히는 촛불처럼 따스한 마음. 속세에서 다시 번뇌를 쌓으며 친구가, 따스한 마음이 그러워진다.

6 months ago | [YT] |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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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일등이 있다면 응당 이등, 삼등이 있다. 속세에서는 순위로 줄을 세우는 것을 좋아하고 이로인해 번뇌가 시작된다. 그렇다면 산은? 산에 무슨 순위가 있겠냐마는, 인간들에게는 산이라고 예외를 둘리 없다.
봄에는 꽃이 예쁜 산, 여름에는 계곡이 좋은 산, 요즘처럼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단풍이 좋은 산에 대한 순위가 SNS에서 파도를 타고 핸드폰 화면으로 전송된다.
한국의 산에서 기념비를 세운 산은 단연코 북한산국립공원이다.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은 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기 때문이다.
주말에 북한산 백운대를 찾으면 그 인기를 체감하게 된다. 어느샌가 외국인들도 많이 보이는 ‘북한산 백운대’ 다.

몇 년 전 등산을 시작하면서, 어릴 적에 부모님과 즐겨 올랐던, 북한산을 올랐다. 백운대에 올라 인증을 하기 위해 바위에 있는 난간을 붙들고 한 시간 넘게 서있어야 했다. 그 후로는 왠만하면 새벽 산행을 한다. 주말이 되면 비단 북한산 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산이 북적이기 때문이다.
새벽 산행에서 조금만 시간은 당기면 일출 산행이 된다. 주차하기도 좋고 조용히 등산로를 오를 수 있으며, 어떤 날은 장엄한 산줄기를 전세 내고 즐길 때도 있다. 이른 시간에 하산을 하면 이제 막 된비알을 오르는 탐방객들의 부러운 시선과 감탄으로 어깨가 우쭐할 때도 있다.

북한산국립공원의 영원한 2인자, 도봉산. 나는 이상하게 1등보다 2등에게 끌린다. 내가 1등을 못 해봐서 그런건지, 나의 부족함이 도봉산 산마루에 투영이 된 건지… 2인자 도봉산이 좋다. 어쩌면 2인자로 헝그리한 정신을 잃지 않고 고군분투해야 하는 내 모습인지도.

도봉산은 24제곱미터의 거대한 돌산이다. 도봉분소에서 또는 망월사역에서, 그렇지 않으면 송추계곡에서, 어디에서 시작해도 바위 구간을 올라야 한다. 등산화가 없다면 운동화로도 커버할 수 있지만 장갑은 꼭 챙겨가자. 탐방객들이 많이 올라서 맨들맨들한 바위는 등산화로도 도리가 없으므로 팔에 힘을 빡주고 단전에서 올라오는 기압소리와 함께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Y계곡)

등산은 이렇게 힘들면서도 아름다운 ‘극한 취미’ 다. 땀을 흘리고 호흡을 뱉으며 마음을 비우고 털어낸다. 산정에 올라서는 장대하게 뻗은 능선으로, 비운 마음을 채우는 호연지기를 키우는 과정이 등산이다.

오랜만에 도봉산에 올라 일출을 보며, 성공과 자만에 취하지 않고 절치부심하는 도봉산을 마음에 채우고 하산했다.
오늘 힘들다고 낙담할 필요 없다. 판도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6 months ago | [YT] | 38

함께 떠나는 일출산악회

수락산

2022년 3월에 수락산 정상석과 기차바위 로프를 훼손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그 해 1월에 불암산 애기봉 정상석도 훼손한 동일범이다. 정상석은 지자체에서 설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작은 산들은 등산 애호가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돌을 들고 올라가서 설치를 한다. 지리산 천왕봉의 정상석은 경남 등산 산악회에서 설치한 것이다. 우리가 정상석 옆에 서서 사진 한 장을 남기는 정상석의 이면에는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것.
그런 정상석을 깊은 밤에 올라가서 홧김에 훼손을 하다니, 기사를 접하면서 어처구나가 없었다.

수락산은 서울시 노원구와 의정부를 나누는 분수령이다. 노원구 방향에서 오르면 코끼리바위, 철모바위와 하강바위 등등 멋진 바위를 보면서 오를 수 있어서 사시사철 많은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의정부 방향에서는 장암역에서 출발해서 석림사를 지나고 기차바위를 오르는 구간이 유명한데, 로프가 끊기니 탐방객도 많이 줄었다.

그렇게 2년 6개월이 흘렀는데, 의정부에서 작정을 한 듯이 정비를 했다. 석림사에서 제1쉼터까지 데크를 놓고 기차바위에도 든든한 로프를 설치했다. 로프를 설치하니 기차바위를 오를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정체를 이뤘다. 나의 뇌피셜이지만 가을철 단풍시기를 맞춰서 정비를 마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차바위의 길이는 약 60미터, 경사도는 약 70도 장대한 규모에 놀랐다. 눈 오는 날 오르다가 미끄러진 적이있다. 그후로 미끄러운 바위는 늘 후덜덜하다. 기차바위 앞에 섰는데그 때 기억으로 후덜덜 해져서, 우회로(우회로도 정비를 해서 오르기 좋아졌단다) 를 이용해야하나 고민했다. 바위 앞에서 우물거리는 모습을 보니 선배 탐방객분들이 답답했는지 기차바위를 오르는 요령을 알려주셨다. 나는 그대로 했다. 발끝만 보며 한발 한발 오르다보니 크랙을 지나게 되는데 그쯤에서 호흡과 근력이 살짝 힘들어지는 것을 느꼈다.

산행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산행은 왜 하는 것일까? 기차바위를 오르며 나는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바위를 오르는 순간에만 집중을 했다. 어쩌면 산행이란 현실을 잊게 하면서도 일상에서 놓지고 있던 진리를 깨우치는 행위가 아닐까? 인생에서는 필연적으로 고난을 마주한다. 나는 고난에 넘어졌다. 그리고 다시 일어선다. 이제는 그것을 넘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이것을 반복하며 삶의 진리를 깨우친다. 그것이 내가 깨우친 진실한 앎이고 산행의 힘이다. 삶에서 고단함을 느낀다면 천천히 산마루를 올라보자. 그곳에는 인생의 깨우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7 months ago | [YT] | 57

함께 떠나는 일출산악회

커피 볶는 것에 신경을 쏟으면
내 몸과 마음이 시간의 흐름에 둥실 떠다니고 있는 것을 느낀다.
로스팅 머신 앞에서 분주하게,
볶은 커피를 맛보며 정신없이,
땅에 발이 닿을 새도 없이 떠다니다가,

식당 사장님께서 반마리씩 가지런하게 담아주신
점심 식사를 마주하며 비로소 발끝이 땅에 닿는다.

아 오늘이 중복이구나.
다릿살부터 결대로 찢어서 소금에 콕 찍어,
냠 입에 넣는다.
짭조롬 맛과 고소한 풍미, 쫄깃한 식감이 삼위일체가 되어,
기분 좋은 식사시간으로 식당이 꽉찬다.
깍두기 한 개와 마늘쫑으로 느끼함을 가라앉히고
고구마순 볶음과 병어 볶음은 밥과 함께 냠.
아삭한 샐러드로 마무리까지 알차고 완벽한 중복날의 점심 식사.

식당 문을 열고 나온 것이 아니라
찜통으로 들어온 듯한 더위다.
삼계탕, 아는 맛이 참 좋듯이,
기후 변화에도 익숙한 찜통 더위가 와서
이 게 참 고맙다.
삼계탕과 찜통 더위,
감사한 여름의 맛이다.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오후 일과를 시작하며 나는 다시 부유한다.


회원 여러분 더위에도 무탈하시고 점심 맛있게 드세요.

10 months ago | [YT] | 43

함께 떠나는 일출산악회

안녕하세요 일출산악회 회원여러분😊
이번 주도 참 더웠는데 금새 시간이 흘러 주말이 되어갑니다. 비소식이 있던데 모든 분들 무탈하시기를 바랍니다.

다름이 아니라
영상에 저작권이 걸려서 음악 삭제요청을 했더니
그구간 모든 소리가 삭제되었습니다😅
첫번째는 1:22 구간
두번째는 13:22 구간 입니다
가장 중요한 구간에서 삭제되어서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네요.
사운드가 제거된 구간은 차후에 쇼츠로 다시 업로드 하겠습니다. 석룡산 추천드리고요👍🏻

항상 건강한 산행이 되시고
행복한 주말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일출☺️

11 months ago | [YT] | 23

함께 떠나는 일출산악회

안녕하세요
함께 떠나는 일출산악회~ 일출 입니다.

오늘은 사월초팔일 부처님 오신날 입니다.
공휴일을 맞아서 즐거운 하루를 시작하고 계신가요?
회원분들께서는 어쩌면
등산을 하시기 위해 분주하시지 않을까요?
오후에 비소식이 있으니, 준비를 잘 하셔서 출발하시기를 바랍니다.

지난 12일, 조계종5대 총림 중 한곳인 ‘수덕사’ 가 있는 ‘덕숭산’ 에 다녀왔습니다. 사찰을 둘러보고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서 회원 여러분들을 위해 기도를 올렸습니다.

일출산악회를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
부처님의 가피로 평안하시고 건강과 성공을 기원합니다.

저는 평일과 다름 없이 출근해서,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산행 영상을 부처님 오신 날에 맞춰서 업로드 하고 싶었는데, 등산도 편집도 마음처럼 쉽지 않네요.
부지런히 일하고, 남은 편집을 잘 마무리 해서, 업로드 하겠습니다.
자비로운 마음으로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직은 화창해서 정말 비가 오려나? 하는 아침입니다.
그럼 저는 또 산을 오르며 인사드리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일출!

1 year ago | [YT] | 33

함께 떠나는 일출산악회

안녕하세요.
힘께 떠나는 일출산악회~입니다.
입춘은 벌써 지났고 경칩도 지났는데, 오늘은 추웠네요.
이렇게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 모든 회원님들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아래 보시는 사진은 2023년 10월 22일에 다녀온 ‘월악산’ 사진입니다. 산행을 다녀오고 영상까지 다 편집해서, 업데이트만 하면 되는데,
‘영상이 손상되었다’ 는 메세지가 계속 뜨면서,
결국은 업데이트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후로 여러방면으로 복구를 시도하다가. 무려 4개월여 만에 영상을 복구하는데 성공했네요.

가을 영상인데, 겨울 지나고 봄이 되서야 이렇게 업데이트를 하게 되니, 보시는데 계절의 격차가 있으시겠지만 그저 경로 보시면서 가볍게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보덕암에서 시작해서 덕주사까지 가는 종주코스입니다.
5~6시간을 걷는 코스인데 강추드려요.

영상은 일요일 오전 8시에 업데이트 됩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다음 영상에서 뵙겠습니다.

1 year ago | [YT] |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