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eho Kim

꽃이 진 자리에
이해인 / 수녀, 시인

살구꽃이 진 자리에
푸른 잎이 돋더니
이어서 살구열매
앙증스럽게 달리기 시작하고

매화가 진 자리에
푸른 잎이 돋더니
이어서 매실이
어여쁘게 달리기 시작하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여러 번 눈으로 보았지만
오늘은 왜 이리 새로운지
왜 이리 놀라운지
나무 아래서
떠날 줄을 모르는
나무가 되었습니다, 나는

꽃이 진 자리마다
익어가는 열매를
사랑 담긴 시간들을
오래오래 기념하고 싶어서
나는 나무를 꼭 안아봅니다



따뜻한 봄바람에 어디론가 문득
떠나고 싶은 요즘입니다.

봄꽃들의 아름다운 자태와 향긋한
향기가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켜
주는 약동의 계절 4월도 어느덧 중순을
넘어 셨네요.

꽃이 진 자리마다 앙증스럽게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고 파란 잎들이 돋아나
성장을 시작합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여덟 번째
시집 `작은 기쁨'에 수록되어있는
`꽃이 진 자리에'라는 시를 읽어
봅니다.

1 month ago | [YT] | 4

Jaeho Kim

봄길


정호승 / 시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아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뭇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봄꽃 축제가 전국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따스한 봄날, 허리 숙여 야생화의 자태에
일일이 눈을 맞추고, 초목의 싱그러움을
마음 깊이 느낄 수 있는 지금이 봄의 정점이
아닌가 합니다.

화사한 봄빛이 가득한 4월, 마음에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봄날이 되길 바라며,
오늘은 정호승 시인의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수록되어 있는
`봄길,이라는 시를 읽어 봅니다.

정호승 시인은 한결같은 순수함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다는 시인
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맑고 부드러운 언어로 전통 서정시의
순수한 세계를 펼쳐온 우리 시대 최고의
감성 시인으로 독자들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시인이라고 합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아가는 사람이 있다

따스한 봄빛이 가득한 때 봄길을 따라
사랑으로 꽃을 피우는 나날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1 month ago | [Y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