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미디어 About Media

배움의 즐거움이 있는 교실을 사랑하는 미디어 교사
*연구 및 교육 분야 : 유튜브 교육, 시네리터러시, 스토리, AI 교육, 디지털리터러시
(*저의 수업은 산업진출을 위한 직업교육이 아닌, 일반 시민과 학생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임을 참고 바랍니다^^)

교육문의) trueman372@naver.com
블로그) blog.naver.com/littleforestmedia

*박쌤의 대표저서 '영화인문학 콘서트' '콘텐츠 제작 불변의 법칙'




어바웃 미디어 About Media

[AI교육] 디지털 거북이 시민을 위한 'AI 활용수업' 진행했습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지혜로운 활용과 비판적 성찰의 균형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할 것입니다~!

m.blog.naver.com/littleforestmedia/223607979639

2 months ago (edited) | [YT] | 11

어바웃 미디어 About Media

미키17, 사회 풍자와 동화적 상상력이 공존하는 봉준호식 SF 무비

봉준호감독님은 '기생충' 이후 '미키17'이 찾아오기까지 꽤 오랜시간이 걸렸는데, 영화를 보면서 이해가 되었다. 봉감독님은 영화를 콘티대로 찍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러다보니 장면들의 프로덕션 디자인과 숏shot의 설계가 꼼꼼하고 뛰어나더라. 원작을 읽었을 때(비록 앞부분만 읽었지만) 시각디자인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너무 궁금했는데, 워낙 미감이 훌륭하셔서 씬scene이 넘어갈 때마다 감탄하게 되고, 그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향연은 영화에 생기를 더한다.
오래 기다린만큼 충분히 보답해주는 영화였다.


1. 휴먼 프린팅 컨셉과 미키의 '존재론적 딜레마'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원작의 설정도 마찬가지인데, '휴먼 프린팅'을 통해서 죽음과 탄생을 반복해야하는 미키의 처절한 운명일 것이다. 장비 디자인도 팬시fancy한 느낌을 풍기는 것이 마음에 든다. '휴먼 프린팅human printing'은 그 자체로 하나의 '개념 예술'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영화의 핵심 아이디어라고 볼 수 있다. '개념'과 '비주얼 컨셉'이 조화를 이루고, 관객들에게도 큰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설정이다.
미키는 휴먼프린팅을 통해 언제든 다시 복제되기에 죽을 수도 있는 위험도가 큰 노동의 현장에 보내지게 되고,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당연하게 여기는 지경까지 오게 된다. 다양한 실험에 투입이 되며 죽음을 반복하는 몽타주 시퀀스는 원작보다 현실을 반영하며 더 사실감 있게 잘 표현되었다. 이런 미키의 존재론적 딜레마는 우리 사회에서 '대체 가능한 포지션'에서 힘들게 삶을 버텨나아가는 많은 청년의 모습을 은유하기도 한다.

'죽음'은 일반인들은 경험할 수 없는 일이기에 주변 동료들은 늘 그에게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라고 질문한다. 그렇게 그는 17번째 미키를 맞이하게 되고, 임무 수행 중에 구덩이에 빠지게 되어서 당연히 크리퍼(이주 행성의 생명체)들에 의해 죽을 줄 알고 본부에서는 미키 18을 생산하게 되고, 윤리적 문제로 금지된 '멀티플'(미키 두 명이 동시에 존재하는)현상이 되어버린다. 멀티플이 왜 금지되어있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범죄자의 스토리를 들려주는데, 그것도 그 자체만으로 흥미로운 이야기였다(이야기 속 이야기)
원작을 읽을 때에도 이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이었다. 미키17이 겨우 생존해서 침대에 가는데,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누워있는 상황이 그 자체로 재미있으면서도, 기억은 공유하는데 두 명이 된 상황이 '누가 미키인가'라고 하는 사고실험같은 철학적 질문도 던지는 데다가, 서사적으로도 긴장감이 상승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미키 17과 18은 독재자 마샬에게 들키지 않고 버텨야하고, 그런 와중에 나샤라는 여자와 사랑까지 하게 되며 스토리가 확장된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에는 크리퍼들의 습격으로 가장 스펙터클한 사건이 펼쳐지고, 인간과 크리퍼 간에 중요한 거래도 이루어지며 영화가 마무리 짓는다.



2. 영화 속 대비를 통해 보여주는 주제들

(1) 인간 그룹 VS 크리퍼그룹

이 영화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깊은 설정은 '인간의 그룹'과 '크리퍼 그룹'의 대비를 통해서 보여주는 아이러니이다. 봉감독님은 두 그룹의 대비를 통해서 주제를 드러내는데, 한쪽은 미키라고 하는 인물을 반복적으로 죽이면서 무자비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그룹이라면, 다른 한쪽은 '베이비 크리퍼' 하나가 죽을 위기에 처하자 얘를 살리기 위해 모두가 통곡하며 뛰쳐나오는 모습을 보여준다. 크리퍼들이 오히려 인간보다 인간다운 휴머니즘을 보여주는 아이러니다. 이런 포인트는 영화인문학 수업에서 토론하기에 좋은 주제이다.
현실에서도 사람을 '살리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그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사람과, 타인을 '죽이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사람, 두 부류의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우리는 어디에 속하는지를 질문하게 된다.

(2) 미키와 나샤의 만남

또 하나의 인상깊은 대비는 초반에 미키와 나샤가 만날 때이다. 밖에서는 마샬이 멤버들에게 무언가를 통제하고 규제하려는 연설을 할동안, 다른 공간에서 미키와 나샤는 그 통제에서 벗어나 순수한 욕망을 따라 자유롭게 사랑을 나누는데, 이 부분의 교차편집이 인상깊었다. 또 렌즈를 서로 다르게 사용함으로써 극명한 대비를 느끼게 된다. 봉감독님은 주제를 드러냄에 있어서 '대비의 미학'을 전세계에서 가장 잘 사용하는 분인 듯 하다.
미키는 나샤를 순정남처럼 사랑하는데, 백인의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또 다른 여성이 유혹했을 때에도 넘어가지 않는 설정도 재밌었다. 나샤는 봉준호감독님의 영화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주체적이고 강인하면서도 자유로운 모습의 여성상을 보여준다. 베이비 크리퍼가 위험한 순간에 막아내는 것도 그녀이다.

(3) 처음과 마지막의 대비

영화의 첫씬과 마지막씬의 대비를 통해 영화는 미키의 성장을 보여준다. 처음에 주인공 미키가 구덩이에 빠져있는 상태로 시작해서, 영화가 끝날 때에는 지상에 나와있는 모습으로 끝나는 것은 미키의 성장을 보여주면서도, 드디어 '죄책감'에서 벗어나 희망을 향해 올라선 것을 상징힌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미키가 영화 내내 '자신의 인생이 형벌같다'며 어린 시절 실수에 대한 죄책감 속에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키는 나샤와의 만남, 그리고 미키18의 희생으로 인해서 변화하고, 어렵게 희망적인 삶으로 올라서게 된다. 그런 점에서 영화의 오프닝 씬이 구덩이 아래에 빠져있는 미키의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덕션 디자인과 미장센은 중요하다. 결국 이 영화는 미키의 성장영화인데, '미키가 구덩이에서 나오는 영화'인 것이다.

(4) 앵글의 변화를 통해주는 인물의 관계

카메라 앵글에 있어서도 인상깊은 부분이 있었는데, 마샬과 미키를 카메라가 담을 때에 대조적이다. 마샬은 첫등장에서 로우앵글로 올려다보는 앵글(현수막으로 첫등장)로 잡는다면, 미키는 첫 구덩이 장면에서 하이앵글로 내려다보는 숏으로 담는다. 그런데, 스포일러라 말할 수 없지만 마지막에 마샬과 미키다 또 한번 마주칠 때 그것이 뒤집히게 된다. 미키를 로우앵글로 잡고, 마샬을 하아앵글로 잡는다. 두 사람의 관계가 역전된 것이다. 로우앵글과 하이앵글이라는 기본적인 카메라 웍으로 미학적 의미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언제나 본이 되어 보여주신다. 이런 부분은 제작비가 없는 상황에서 촬영하는 우리들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 더욱 감흥이 크게 느껴진다.

(5) 디테일의 향연에 관하여

봉준호감독님은 뛰어난 스토리텔러답게 영화 속에 다양한 디테일들을 심어놓는다. 휴먼 프린팅과 크리처 디자인은 물론이고, 작은 소품 하나 하나가 다 상상력이 뛰어나고, 또 거기에 의미까지 부여하는 디테일을 이번 영화에서도 볼 수 있다. 벽돌 모양의 파일 전송 장비도 재미있었고, 특히 인터뷰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인데, 마샬 아내가 소스에 집착하는 행동에서도 캐릭터성을 보여주는 디테일을 담아내신 것이 놀라웠고 '17'의 의미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인물들의 관계에 있어서도 모든 것을 다 설명하지 않고 표정이나 눈빛, 제스쳐와 같은 것으로 더 깊은 사연이 있을 것 같은 뉘앙스을 주는 디테일 역시 많이 배울 지점이다. 이번에도 샴푸냄새와 같은 후각적인 요소를 담아내고자 시도한 부분도 인상깊었다.



3. 재미가 덜하다는 관객들의 평가에 관하여

이 영화가 훌륭한 영화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그런데 재미없게 보았다고 하는 관객들의 평가도 나타나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봉감독님의 다른 흥행작들에 비해서 서사 구조가 독특하고, 주인공의 목표가 좀 약한 경향이 있어서 때문인 것 같다. '괴물'이나 '옥자'같은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가장 소중한 것을 초반에 잃게 되고(괴물에서는 딸을 잃게 되고, 옥자에서는 가족과 같은 동물을 잃게 된다), 그것을 되찾기 위한 강렬한 목표가 생겨 긴 여정이 2막에서 시작되는데, '미키17'은 그런 대중영화 스토리텔링의 3막 구조에서 조금 벗어나 있고, 유니크한 서사 구조를 담아내고 있다.

가령, 영화의 첫 씬인 '구덩이에 빠진 미키'의 장면은 40분 정도가 지나서 그 지점에 이르게 되는 타임라인이 흥미로웠고, 멀티플 미키의 스토리를 들려주다가, 갑자기 살인범의 사례를 길게 들려주는 구조 역시도 독특하다. 이야기 속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흥미로우면서도 서사가 분산되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봉감독님은 대중영화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다 파악하시면서도 그것에 벗어나 더 의식의 흐름에 따른 자유로운 스토리텔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예술가이자 창작자이자 뛰어난 스토리텔러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관객을 이야기에 몰입시키는 힘이 조금은 약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봉준호 감독의 세계관과 디테일, 날카로운 주제의식과 메타포, 유머를 즐기는 관객이라면 이번에도 선물과도 같은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 박쌤(trueman372@naver.com)
sites.google.com/view/forestmedia21/%ED%99%88

3 months ago (edited) | [YT] | 16

어바웃 미디어 About Media

[유튜브 리터러시] 나만의 유튜브&팟캐스트 콘텐츠 만들기, '기획부터 스피치, 스튜디오 실습과 편집까지'

팟캐스트 & 유튜브 제작교육 감사한 마무리:)

기획부터, 스튜디오 촬영, 캡컷을 활용해서 직접 편집까지 하는 수업이다 보니 학습자 만족도가 굉장히 커서 강사로써도 보람을 느끼는 프로그램입니다. 수 백 번을 진행하면서 학습자 중심의 교수법을 발전시킬 수 있었고, 이제 거의 완성형에 이른 듯 하네요...!

팟캐스트를 3년 정도 진행하고 유튜브 제작도 수십편 직접 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1인 방송 제작교육은 반응이 늘 뜨거워서 벌써 5년이 넘게 진행 해오고 있습니다.
디지털 장비가 간소화되고, 편집 프로그램도 가성비 있는 툴tool이 많이 등장하면서 수업의 만족도가 더 커진 듯 합니다. 수업에서는 본질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죠.

영화 제작 교육은 난이도가 높아서 전문강사가 시나리오나 촬영에서 많은 부분을 직접 해주어야하는 것과 달리, 1인 방송 수업은 '학습자 중심의 수업 설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강사로써도 가장 흥미를 느끼게 되는 수업인데요, 이번에도 역시 시민분들이 스튜디오 실습과 캡컷을 활용한 편집을 하면서 스스로 주도적 학습을 하며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는 시간이었다고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확실히 학습자가 주체적일 때 만족도가 높습니다.

저는 영화 수업과 1인 방송 수업을 둘 다 하는 입장에서 보면 사람마다 능숙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생각합니다.

글을 쓰는 방식이 장점이 잘 드러나는 경우가 있고,
말로 표현할 때 더 능숙한 사람이 있고,
그림이나 음악이나 영화와 같은 예술로 표현할 때 더 빛나는 사람이 있죠.

그래서 강사는 그들이 가장 잘 하는 방식으로 가이드를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강사와 학습자가 모두 행복한 수업이 됩니다.

어쩌면 크리에이터보다 미디어 교사가 더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이 너무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만나고, 특성에 맞게 교수법을 바꾸고 멘토링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때문이죠.

미디어 강사는 기술 활용 능력뿐 아니라 수업 안에서 정확한 미디어교육 철학과 수업 목표를 가지는 것이 중요한데, 저의 수업은 조회수를 높이는 '비지니스적 접근'이 아닌, 영상제작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것과 '자기 표현으로써의 1인 방송'을 목표로 합니다.
그러다보니 내성적이지만 잠재력을 가진 분들이 제 수업에서 큰 빛을 발하게 되고, 저도 그때 가장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

유튜브에는 유익한 콘텐츠과 해로운 콘텐츠가 공존하기에 유튜브 리터러시 교육도 제작 수업만큼 더 중요한 시대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자기표현'을 넘어서서 서로를 '비난'하고 '혐오'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는 점이 미디어 교육 강사로써 가장 우려하는 지점입니다.

아무쪼록 올해도 모든 세대, 모든 지역의 분들과 함께 즐거운 미디어 수업을 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교육문의) trueman372@naver.com
홈페이지) sites.google.com/view/forestmedia21?usp=sharing

4 months ago (edited) | [YT] | 11

어바웃 미디어 About Media

[시네 리터러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오해에 관하여

작가주의 감독으로써 한국팬이 많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브로커' 이후에 신작으로 돌아왔다.
많은 전문가들이 고레에다 감독이 이미 <어느 가족>에서 정점에 이르렀고 그 이상의 작품을 나오기 어려우리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괴물>에서 고레에다 감독의 또 다른 실험정신과 섬세함이 느껴지는 연출로 작품을 선보이게 되어 반갑다.

1) 영화의 흥미로운 구조에 관하여

영화는 크게 3부로 나뉘어서 진행이 되는데, 이야기가 진전할 때마다 우리가 영화 속 인물에 대해서 가졌던 오해가 벗겨지고, 더 입체적으로 인물을 이해하게 되고,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서사 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런 구조가 아주 흥미로웠고, 게다가 영화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러한 구조는 단순히 자신의 예술성을 과시하는 느낌이 아닌,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더 성숙하게 돕는 측면에서 감독이 인간을 이해하는 사려깊은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구조를 통해서 오히려 삶의 진실에 가까이 도달하게 된다. 마치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을 보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 영화 역시도 시퀀스가 바뀔 때마다 과거로 향하는데 그 구조가 영화 속 인물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플롯의 마술사라 불리는 크리스토퍼 놀란감독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사실주의 미학적인 특성과 형식주의적인 구조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낸 걸작이라 생각된다.

<괴물>은 챕터가 바뀔 때마다 시점이 바뀌면서 인물에 대해서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데, 영화를 보게 되면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마법과 같은 체험을 하게 된다.
종종 우리는 자신은 복잡한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타인은 단순한 존재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저 표면적인 단서 하나로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라고 편견을 갖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 사람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노력도 하지 않은 채 편견을 갖고 미워한다.
영화를 보면 우리의 태도와 닮아있는 불완전한 인물들을 보게 되고, 우리로 하여금 타인에 대하여 더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성숙한 태도를 갖도록 깨달음을 준다. 그리고 그 방식이 영화 구조를 통해 말한다는 점이 고급스럽다.

좋은 영화의 기준은 다양하게 말할 수 있고, 영화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영화라 하면 영화의 구조와 서사와 주제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자연스럽게 섞여있을 때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칸에서 각본상을 받았는데, 황금종려상을 받기에도 충분하다고 느껴질만큼 좋은 영화였다.



2) 영화 '괴물' 챕터별 스토리에 관하여


영화는 3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는데, 걸스바가 있는 건물이 화재로 불타오르는 장면을 매개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물의 재난으로 챕터는 마무리 된다.
불타는 건물을 바라보는 각각의 인물들의 스토리를 하나씩 들려준다. 불타는 건물의 장면을 통해서 3개의 챕터는 동시간에 이루어지는 사건이라는 것을 관객들은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불의 재난과 물의 재난이 스토리를 감싸고 있다는 것은 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는 데 그것은 마지막에 이야기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1부🎬
싱글맘 사오리(안도사쿠라)는 아들 미나토에게서 이상한 행동을 감지하고, 학교 선생님이 아들에게 "돼지 뇌로 이식을 했다"는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학교를 찾아가게 된다.
학교 교장과 선생들의 위선적인 모습에 답답해하는 사오리. 그녀의 시선에는 학교 교사와 교장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아닌, 오직 메뉴얼에 의존해서 로봇처럼 대답하는 모습에 울분을 토한다. 게다가 담임교사가 걸스바에 다니고, 상담중에 느닷없이 사탕을 먹는 장면을 보며 관객들은 사오리의 마음에 공감하고 교사가 나쁜 사람일 것이라 추측하게 된다. 카메라는 사오리의 시점으로 그리기 때문에 관객들도 그녀에게 감정이입하여 학교 선생님들이 나쁘게 느껴지게 만든다.



2부🎬
미나토의 학교 선생님의 스토리를 들려준다. 그 교사가 소문대로 걸스바에 다니기도 하지만, 그렇게 여러 면모로 보았을 때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담임교사가 제자 미나토를 때렸다고 모두들 알고 있지만, 진실을 보면 우연히 부딪힌 것이다. 그리고 교사가 아이들에게 돼지 뇌로 이식했다는 말도 한 적이 없다. 친구들이 놀린 것인데, 미나토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1부에서 보여주었던 장면에서 좀 더 전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관객들은 새로운 진실을 마주하게 되고 깨달음을 얻게 된다.

관객들이 진실을 알게 되지만, 진실과 상관없이 교사는 책임을 지고 자리를 물러서게 된다. 한 아이의 거짓말이 한 명의 교사의 인생을 망쳤다는 점에서 영화 '어톤먼트'가 떠오르기도 한다.
담임 교사는 좋은 면과 안좋은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 어떤 사람인지 단정하기 쉽지 않은 인물이다. 선과 악이 그라데이션 되어있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그렇게 선과 악이 뒤섞여 있는 인물을 바라보면서 관객들은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관객들은 진실을 마주하고, 엄마의 시선으로 편견을 가지고 교사를 바라본 것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교사는 억울한 마음에 학교 고층에 올라가 뛰어내리려 하는데, 어디선가 트럼펫 소리가 들려 멈칫한다.


3부🎬
미나토와 요리 두 아이의 세계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미나토가 요리를 괴롭힌 것이라고 관객들은 오해를 하기도 하지만, 3부에 이르러서 두 아이가 유일하게 서로 마음을 나눈 유일한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친구들의 놀림이 무서워서 미나토는 교실에서는 요리를 미워하는 척하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사랑한다. 두 아이가 자신만의 아지트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시간을 감독은 가장 아름답게 카메라에 담아낸다. 두 아이는 학교가 아닌, 이 아지트에서 성장한다.
어쩌면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단 한명의 친구일지 모른다. 학교라는 공간은 운이 좋아서 좋은 교사와 좋은 친구들을 만나면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가장 끔찍하고 폭력적인 공간이 된다. 안타깝게도 그런 폭력적인 교실을 경험하는 아이들의 숫자가 더 많다.
다행히도 미나토와 요리는 서로를 구원하는 비밀스런 친구가 되어서 성장할 수 있는 축복을 얻는다.




3) 선과 악이 그라데이션 되어있는 인간의 본성에 관하여


늘 고레에다 감독이 말하듯이 모든 인간은 선과 악이 뒤섞인 존재로 그려지고, 우리의 내면을 다시 한번 성찰하게 만든다.
영화 속에 어떤 인물도 완전한 선도 없고, 완전한 악도 없다. 좋은 면과 안좋은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래서 영화가 모호하긴하지만,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미나토의 엄마도 좋은 엄마이지만 동시에 편견에 사로잡혀 괴물같은 행동을 한다.
담임선생님 역시도 순수하면서도 윤리적으로 그릇된 행동을 한다.
아이들 역시도 때론 아름답지만, 때론 비겁하게 행동하고 무책임한 말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이 영화에서 교장선생님도 인상깊다.교장선생님도 초반에는 위선적인 교사로 보이지만 중반이 넘어가면 그렇게 단순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녀에게도 자녀를 잃은 상처가 있고, 어쩔 수 없이 거짓말로 남편이 감옥에 갇히게 되는 말못할 비밀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자신에게 찾아온 미나토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을 때 이것을 불어보라며 악기를 건네 준다.
그리고 그 악기의 소리를 통해서 바깥에서 위험에 처해있는 교사를 구원한다.

영화 속의 모든 인물은 때로는 현명하지만, 때로는 어리석다.
때로는 괴물같지만, 때로는 다른 사람을 구원한다.



​4) 타인을 바라보는 성숙한 태도에 관하여


영화를 다 보고나면 우리가 타인을 어떻게 바라보아야하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어떤 작은 단서 하나로 다른 사람은 나쁜 놈이라고 단정짓지는 않은가?
도대체 왜 그런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정재승 교수님이 그것이 '뇌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하더라. 뇌의 사용을 최소화 하려고 그렇게 빠르게 판단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편견을 고치기도 싫어한다.
그런 태도가 결국 관계를 파괴하고, 모든 사람을 파멸로 끌고 간다.
점점 더 삭막한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 챕터가 바뀔 때마다 타인의 표면적인 모습 외에 이면을 바라보게 되고,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된다. 타인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되는 것이다.
영화의 구조와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이 묘하게 맞물리며 깊은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준다.



5) 고전영화 '라쇼몽'과의 연관성에 관하여

이렇게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관점으로 보는 구조는 일본 거장 감독인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을 떠오르게 하고, 제작사 쪽에서도 이런 연관성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분명 연관성이 느껴진다. 라쇼몽을 보면 산속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재판관 앞에서 모두가 다른 증언을 하게 되면서 '무엇이 진실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사건을 바라보는 화자가 바뀔 때마다 관객들은 새로운 관점으로 사건을 보게 되면서 더욱 진실에 도달하기가 어려워진다. 물론 4번째 증언이 진실로 느껴지는데, 결말에서 한번더 모호하게 만든다.
<괴물>은 그런 형식적인 면을 가져오면서도 영화의 결은 많이 다르다. 단순히 사건의 실체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향해가도록 서사가 진전된다. 사건의 결이 구로자와 아키라보다는 오즈야스지로에 가깝다.

결국 <괴물>은 일본 영화미학의 뿌리인 구로자와 아키라와 오스야스지로의 두 결을 한 영화 안에 조화롭게 다 담아낸 걸작이라 생각한다. 한 영화 안에 형식주의적인 면과 사실주의적인 면이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


6) '괴물'은 무엇에 대한 영화인가

괴물은 '타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인간탐구의 영화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두 아이의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미나토와 요리는 함께 있을 때에 가장 빛나고, 서로의 구원자가 된다.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는 감독답게 이 영화에서도 아이들의 아지트 공간을 통해서 아이들만의 세계를 보여준다.
마지막 씬에서 두 아이가 가장 행복한 미소로 뛰어가는 장면은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으나, 다음 세대 아이들에 대한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종종 어른들은 아이들을 지나치게 단순한 존재로 폄훼하는 경우가 많다. 잘 웃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아이로 생각을 하고 진정한 소통을 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나이가 어릴 뿐이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나 역시도 미디어 교사로써 수많은 어린이들을 만나는데, 1~2학년 초등학생들도 생각이 깊고, 사려깊은 태도를 가진 모습을 볼 때마다 놀라고 감탄을 하게 된다. 아이들의 말과 표정을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면 그 몸집은 작은 아이들이지만 얼마나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볼 수 있다. 심지어 창조의 본능까지 가지고 있다. 그런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에 있어서 고레에다 감독과 내가 잘 맞는 지점인 듯 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보면 '나는 다른 사람은 오해하고 있지는 않는가?'를 돌아보게 된다. 뭐 하나 소문을 듣고, 상대방을 절대악으로 낙인을 찍거나, 편견을 대하고 대하지는 않는지...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하는지.
갈수록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폭력적이고, 서로에게 괴물이 된다. 영화는 훨씬 더 일찍 기획되었지만, 최근에 서이초에서 일어난 사건도 떠오르며 더 마음이 아프다.

이런 시대에 지극히 소수이지만, 여전히 인간다움을 지키려 노력하고, 다정함을 지키려 애쓰는 사람을 만나면 너무 반갑다.

미나토와 요리는 주변 인물들에게는 괴상한 아이들이라고 오해를 받고 놀림을 받는 아이들이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해맑은 아이라는 것을 아지트 장면에서 깨닫게 된다. 초반에 화장실에서 갑자기 머리를 잘라 집안을 어지럽히고,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다닐 때에는 관객들은 이 두 아이에 대해 오해를 하게 된다. 그러나 주변의 그 누구의 편견 가득한 시선이 없을 때 두 아이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이런 아이들을 어른들이 자신만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폭력이다.
이러한 편견과 오해와 악함이 가득한 시대에 고레에다 감독님의 <괴물>이란 영화가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7) '거짓말'의 모티프

영화에서 '거짓말'의 모티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특히 교장선생님과 미나토의 거짓말이 그렇다. 두 사람은 교실 안에서 악기를 부는 것으로 교감을 하기도 하는데, 두 사람은 그런 과정에서 깊은 교감을 나눈다.
교장과 미나토는 '거짓말'이라는 키워드로 공통점이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 거짓말이 단순한 악행의 동기이기보다는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거짓말이다.


8) 타인도 나 못지 않게 복잡한 존재이다.

초반에 언급한 것처럼 우리는 자신은 복잡한 존재로 여기면서 다른 사람은 단순한 존재로 여기고 쉽게 평가한다.
이런 태도가 얼마나 게으른 태도이고, '뇌의 게으름'에서 벗어나지 못한 태도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태도를 갖는 것을 많이 본다^^

많은 뇌과학 책들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멍청하다. 우리의 많은 사고와 선택들이 그리 현명하지 못할 때가 많다. 더 위험한 것은 그런 태도가 나의 어리석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파멸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괴물'이다.


9) 총평과 결말의 의미에 관하여

마지막으로 거시적으로 감독이 일본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담긴 부분을 말해야 할 것 같다. 영화를 처음 볼 때에는 구조가 보이지만, 2번 째보면 감독의 시선이 느껴진다. 영화가 새롭게 보이는 것을 보며 이 영화가 얼마나 레이어가 다층적이고, 뛰어난 영화인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영화가 아카데미에 출품되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깝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각 챕터는 '불의 재난''으로 시작해서, '물의 재난'으로 끝난다. 여기에는 감독의 의도가 담겨있다. 위태로운 일본 사회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시퀀스에서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쿠아'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태풍이 지역을 초토화 시키고 쓸쓸하고 위태롭게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 이미지가 어쩌면 감독이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일 것이다. 그래도 엄마와 담임교사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찾아나선다. 엔딩에서야 누가 좋은 어른이었는지가 밝혀진다. 그들도 물론 아이들을 '오해'했지만, 그래도 마지막에는 '이해'에 이른다.

태풍이 오고 있는데도, 미나토는 요리와 함께 또 아지트를 향한다. 여전히 아지트가 멀쩡하다고 좋아하는 두 아이는 천진난만하다. 세상은 위기이지만, 둘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해보인다. 태풍이 지역을 다 휩쓸고나서 다음 날 맑은 날이 찾아오고, 미나토와 유리는 밖으로 나와 햇살을 받고 소리를 치며 뛰어다닌다.

이 마지막 씬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둘은 "우리는 다시 태어난거야?"라는 질문을 하기에 더 모호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두 아이가 태풍으로 죽었고, 맑은 날 웃으며 뛰는 장면은 꿈의 이미지라고 볼 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다르다. 감독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보았을 때 고레에다 감독은 언제나 다음 세대 아이들을 축복해준다. 비록 어른들의 세대는 태풍 속에서 위태롭게 버티고 있지만, 아이들의 세대를 통해서 다시 빛을 향해서 환호하며 달려가길 원하는 염원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에서 두 아이를 통해 새 인류가 시작되는 것과 같은 상징이다.) 그런데 촬영 방식에 있어서 워낙 노출이 오버되어있다보니 판타지로 해석하는 관객이 많은 것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열린 결말이면서도 결국 희망적인 뉘앙스로 귀결되는 것은 엔딩의 매력이기도 하다.


글 수정본은 블로그에서 볼 수 있습니다.
blog.naver.com/littleforestmedia/223278277965


(글 : 박쌤)

1 year ago (edited) | [YT] |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