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의 지식Play

댄 콜드웰, 엘브리지 콜비 그리고 트럼프


이번 보고서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Defense Priorities라는 싱크탱크의 댄 콜드웰과 제니퍼 캐버너, 두 사람이 공동으로 저술했습니다. 콜드웰이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수석 고문이었다는 점이 언론에서 많이 조명되었죠. 그래서인지 현재 국방부 정책 차관인 엘브리지 콜비가 준비하고 있는 National Defense Strategy에 이 내용이 담기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NDS가 중요한 이유는 향후 4년 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정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잠깐,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전’ 수석 고문?

기억들 하실런지 모르겠지만, Signal이라는 채팅 앱의 채팅방에서 후티 반군 공습 계획과 같은 민감한 군사기밀을 논의하다 문제가 된 적이 있었죠. 실수로 언론인을 그 채팅방에 초대했었고, 그로 인해 채팅방에서 나왔던 기밀들이 퍼져 나간 사건입니다. 그로 인해 국방부 인사들이 여럿 해임되었는데, 그 중 한 명이 댄 콜드웰입니다. (사실은 이 사건이 국방부 내 권력투쟁의 결과라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보고서가 나온 Defense Priorities는 공화당 큰 손으로 잘 알려진 Koch 형제의 후원으로 2016년에 설립된 신생 싱크탱크입니다. Koch 형제는 막대한 정치자금 기부를 통해 미국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는데요, 그 전까지는 주로 국내정치에 집중되어 있었죠. 그런데 외교정책까지 확장을 하면서 Defense Priorities를 설립합니다.

이 싱크탱크의 방향은 뚜렷합니다. 현실주의적 시각을 가지고 미국의 해외 개입을 최대한 제한한다.

일전에 제가 한 영상에서 미국 보수 진영에 외교 안보 분파가 크게 셋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어요. 레이건 시대의 패권 강국의 영광을 되살리려는 Primacists, 모든 지역에 죄다 개입하는 것을 피하고 미국의 핵심 이익이 달린 곳에 집중해야 한다는 Prioritisers, 그리고 불필요한 해외 개입은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MAGA와 뜻을 같이 하는 Restrainers.

콜드웰은 대표적인 Restrainer입니다. 이 보고서에는 사실 주한미군뿐 아니라 주일미군 일부도 빼서 괌이나 미국 본토로 재배치하는 내용도 담겨 있고, 대만에 주둔하는 미군 교관 500명의 철수도 권고하고 있습니다. 유럽 및 중동도 마찬가지이고요.

엘브리지 콜비는 Prioritiser로 분류가 되어 왔습니다. 미국의 핵심 이익은 인도 태평양 지역을 지키는 것에 달려 있으니, 우크라이나나 중동에서 힘 빼지 말고 이 곳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죠. 물론 정부에 들어간 후 입장 선회가 있었을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도련선 관련한 부분인 것 같은데요, 도련선은 미국의 전략가들이 동아시아와 서태평양 지역의 전략을 설명하기 위한 설정한 가상선입니다. 1도련선은 오키나와-대만-필리핀-보르네오 북부를 잇는 선입니다. 2도련선은 일본 오가사와라 제도-괌-사이판-팔라우-파푸아뉴기니 등을 연결하는 선으로 1도련선보다 동쪽에 위치하고 있죠. 3도련선은 하와이-알류샨 열도-사모아를 연결하는 선입니다.

콜드웰은 이 보고서에서 미군의 무게 중심을 2도련선으로 옮기고 미군을 재배치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1도련선 안은 지리적으로 중국에 너무 가까워서 집중 타격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평택 역시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그럴 바엔 2도련선에서 장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재편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1도련선 내 분쟁 발생 가능 지역은 동맹국이 알아서 방어하라는 건데, 사실상 1도련선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되곤 하죠. 어차피 너네 우리한테 기지 무제한 사용권도 안 줄 거 아니냐는 불만 섞인 성토도 느껴집니다.

반면, 콜비는 1도련선을 중국의 진출을 막는 최우선 방어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혹여 중국이 1도련선을 뚫는다면 미군은 2도련선에서 저지해야 하므로, 미군의 분산 배치와 기동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요. 다만, 1도련선 내 많은 미군을 영구 주둔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콜비 역시 콜드웰처럼 회의적입니다. 미국은 강력한 억지력을 제공하되, 실질적인 방어 책임은 동맹국이 지라는 것이죠. 물론, 앞서 말씀드린 바와 마찬가지로, 정부에 들어간 이후 입장이 바뀌었는지는 여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일치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역내 동맹국가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북한은 어차피 미국에게 위협적인 플레이어가 아닙니다. 그리고 북한쯤은 한국 혼자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지 않냐는 공통된 입장을 가지고 있죠. 결국, 더 많은 burden sharing 요구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한미군 재배치 주장 역시 일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콜비는 직접적으로 감축 이야기를 한 적은 없습니다.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얼핏 언급한 것 같긴 한데, 이후 좀 톤다운한 듯하더군요. 하지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해 왔고, 특히 중국 대응 병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해 왔습니다. 이는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죠. 콜드웰이야 말할 것도 없고요.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

그런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죠.

결국 마지막 결정권자는 트럼프 대통령이고, 지금까지 트럼피즘 외교정책의 방향을 뒤집을 수도 혹은 더 강경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단 한명의 인물입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를 전달하기로 한 거나 벙커버스터로 이란 핵시설을 타격한 결정들은, 사실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했던 MAGA의 restrainers의 뜻과는 반대되는 것들입니다. 콜비처럼 중국과 인도 태평양에 올인하자는 prioritisers와도 대치되는 결정이고요. 물론,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딜을 얻어내기 위해 압박하는 것이기도 하고, 또 이란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강한 충격을 준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요.

그럼에도 살짝 달라진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이 글을 적는 사이, 미국 상원의 군사위원회에서 FY2026 국방수권법에 주한미군 감축 방지 및 의회 견제 조항이 들어갔다는 뉴스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전작권 전환 견제 조항도 들어갔다네요. 미국 의회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제한하는 조항은 여러 차례 들어갔지만, 전작권 전환 관련한 조항을 넣은 적은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2014년인가 국방장관이 잘 판단했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언급은 있었지만요. 이 이슈가 미국 정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의 향후 국방전략의 방향을 알려주는 National Defense Strategy는 8월에 나온다고 합니다. 여기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솔직히 좀 긴장이 되네요.

4 months ago (edited) | [YT] | 1,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