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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KBS교향악단

엄밀히 말하면 올해 쇼팽 콩쿠르는 살짝 반칙이다. 이미 프로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에릭 루를 우승자로 선정했으니 말이다. 재수생이나 삼수생 출전 금지 조항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신인 발굴이라는 대의와는 어긋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조화가 언제나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우승 이후 첫 내한 무대에서는 소득도 있었다. 압도적으로 선택 즐겨 연주하는 협주곡 1번이 아니라 2번을 KBS교향악단(지휘 레너드 슬래트킨)과 협연한 것. 그는 협주곡 2번으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두 번째 연주자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첫 경우도 스승 당타이손이었다고 한다.

187cm의 엄청난 장신이었다. 마른 체형이어서 실제보다 더 커 보였다. 피아노 독주가 들어오기 직전 첫 악장 도입부의 관현악은 그리 가지런하지 않았다. 에릭 루의 쇼팽은 예상보다 이지적이고 분석적이었다. '츤데레'에 가깝게 보였는데 앙코르로 들려준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아리아에는 의외로 온기가 감돌았다. 단원이나 관객들 중엔 엷은 미소를 짓는 경우도 있었다.

후반은 쇼스타코비치 대곡인 교향곡 11번. 악단과 얄궂은 인연도 많은 곡이다. 2년 전에는 연주 도중 팀파니가 찢어지는 사고가 일어났지만 이원석 수석의 영민한 대처로 전화위복이 됐다.

이날도 온통 관심은 팀파니에 쏠렸다. 이원석 수석이 팀파니에 귀를 갖다대거나 채를 높이 들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거렸다. 50여 분의 대곡을 쉼없이 이어서 연주했지만 악단은 주제곡을 만난 듯 편안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서둘러 터진 안다 박수는 다소 아쉬웠지만 노장 슬래트킨은 수석들과 일일이 악수한 뒤 박수 갈채에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KBS의 주제곡다웠다. #레너드슬래트킨 #에릭루 #KBS교향익단

2 weeks ago (edited) | [YT] | 36



@김대원-q4q

1분을 못 참고 나오는 박수를, 노장 지휘자 슬래트킨이 막아주시면서 감동의 여운을 느낄 수 있었네요 ㅎㅎㅎ

2 weeks ago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