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의 생각TV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안녕하십니까?]

요즘 이 정권을 보면 티머시 스나이더가 쓴
<민주주의가 어떻게 무너지는가?>라는 대본을 현실의 무대에서 입증하기 위해 안달인 것 같습니다.
87년 체제가 40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 우리는 성숙한 민주주의로의 오르막길이 아니라 천박한 민주주주의로의 내리막길로 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성숙한 민주주의가 자유, 민주, 공화가 동태적 균형을 이루며 발전하는 민주주의라면, 천박한 민주주의는 권력을 잡은 자들이 다수의 이름으로 제멋대로 하는 민주주의입니다.

지금 이 천박한 민주주의는 완장 민주주의, 선동 민주주의, 위선 민주주의 등 가짜 민주주의를 등에 업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습니다.

완장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첫째 규범인 법의 지배(법치)가 아니라 법에 의한 지배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세종대왕이 법을 왕권 강화의 통치수단으로 삼지 않고 백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규범적 토대로 삼았다’는 발언은 바로 법의 지배를 법에 의한 지배로 바꾸려는 집권세력에 대한 우회적 경고입니다.
국회가 이미 무너졌습니다. 대한민국 국회법은 교섭 단체 간의 협의와 합의에 의해 국회를 운영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수라고 마음대로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미 민주당은 모든 쟁점 법안을 일방 처리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폭력이 일상화되었습니다.
국회 선진화법의 원래 취지가 일방 처리를 하지 말라는 것인데 오히려 이를 악용해 모든 법안을 일방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처리되는 법안들이 대부분 ‘권력 강화의 통치수단’으로 기능할 법안들입니다. 완장 권력이 국회와 특검, 언론에 횡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법부를 잡아먹기 위해 검은 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교섭단체의 고유한 권한인 간사 선임도 가로 막습니다.
서울축구팀이 부산축구팀 주장 선임을 제 맘대로 하겠다는 꼴입니다.
자유도 없고 공화도 없고 민주도 없습니다.

선동 민주주의는 왜곡과 침소 봉대, 가짜 뉴스든 관계없이 표적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이용합니다.
대법원장에 대해 있지도 않은 사실을 꾸며내어 퇴진을 압박하다가, 거짓말이 드러나자 본인이 직접 수사를 받고 혐의를 벗으라는, 참으로 아이들 보기도 부끄러운 행태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관세 협상이 타결 안 되었으면 안 되었다고 해야 대처를 할 텐데,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성공적’이라 발표했다가, 이제 와서 서명했으면 탄핵 당했을 거라니요?
한 발도 못 나간 협상 때문에 수많은 수출기업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책임 정치는 거짓말에 대해 가장 엄격합니다.
하지만 이 정권만은 어제 얘기와 오늘 얘기가 달라도 낯빛 하나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를 마치 주권을 지킨 것처럼 선동해 궁핍한 상황을 모면하려 합니다.

위선 민주주의는 일종의 특권의식에서 비롯됩니다. 이들은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는 것을 일종의 특권으로 여깁니다.

자신들만이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위선까지는 한 걸음도 되지 않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빌리자면, 정의의 타락한 형태가 위선입니다.
입시 비리를 저지르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 재판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오히려 재판부와 법을 바꾸려 하려는 뻔뻔한 모습에서 자유민주주의의 도덕적 기반은 내려앉고 있습니다.
수오지심은 예나 지금이나 정치의 근원적 도덕이 되어야 하는데, 위선은 이를 무너뜨리는 제일 큰 독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탈을 쓴 독재, 민주를 가장한 독재일 수는 없습니다.
선거에서 다수를 얻었으면 제멋대로 해도 된다는 다수의 폭력이 올바른 민주주의일 수는 없습니다.
절제와 관용,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잃는다면 이미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법의 지배가 아닌 법에 의한 지배를 용인하는 순간
자유민주주의는 인민민주주의가 됩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지금 안녕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위기

2 months ago (edited) | [YT] |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