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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검사의 의리’]

검찰이 윤석열을 공수처로 넘긴다고 하니 옛날 생각이 하나 떠오른다.
2016년 연말 박근혜 탄핵 국면 때다.
검사 윤석열이 한겨레 기자인 나를 찾아왔다. 윤석열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박근혜 정권에 밉보여 지방으로 쫓겨나 있을 때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이인데도, 굳이 보자고 한 이유는 이런 거였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 뵙자고 했습니다. 저로서는 박근혜 정부 3년이 수모와 치욕의 세월이었습니다. 한겨레 덕에 제가 명예를 되찾을 기회가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박근혜 권력에 원한이 맺힌 한 사내가 고개를 꺾어 인사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검찰이란 조직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었다.
얘기를 나누는 중에 윤석열의 전화가 불이 나도록 울려댔다. 후배 검사들이었다. 전화를 받는 그의 태도는 조금 전 나에게 보였던 공손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분위기가 급전했다.
“뭐라고? 알았어 임마! 짜~아~식들”
어디 뒷골목 사내들이나 쓸 법한 말투로 통화를 했다. 심지어 욕설도 간간이 섞었다.
전화를 끊고는 자기도 좀 민망했던지 이렇게 둘러대는 것이었다.
“애들이 말이죠. 세상이 바뀌니 망년회 한번 하자고 성화입니다. 하, 이자식들.”

그날 전화를 걸어댄 이들은 나중에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었다.
윤석열의 말을 들어보면, 이 후배 검사들은 술도 자주 마시고 서로 챙겨주는 사이였다. 그런데 윤석열이 박근혜 정부에서 기피인물이 되자 연락이 뚝 끊긴 거다. 최순실 사건으로 상황이 바뀌자 다시 보자고 성화라는 것이다.
“세상 인심이 이렇습니다. 거~참”
윤석열은 쓴 웃음을 지었지만 그래도 싫지 않은 모습이었다. 실제로 그는 그런 후배들을 거느리고 검찰총장도 되고 대통령도 됐다. 후배 검사들은 윤석열의 그늘 아래서 출세가도를 달렸다. 그들은 한 몸이 되어 세상을 주물럭 거렸다.
이번에는 거꾸로다.

18일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이첩한다고 발표했다. 명분은 ‘중복수사 방지’지만 사실상 ‘윤석열 처단’을 공수처에 떠넘긴 것이다. 윤석열만 공수처 손에 넘기면 너무 티가 나니 이상민을 덤으로 끼워서 팔아넘긴 것으로 보인다.
검찰로서는 이제 윤석열이 짐이다. 아무리 수사를 잘해봐야 본전치기가 어렵다. 내란의 범죄 행각을 온 국민이 지켜봤으니 ‘기술’을 부려볼 여지도 없다. 그렇다고 살모사 마냥 제 어미를 물어뜯어봤자 별 실익도 없다. 과거 검찰이 해온 수법을 국민들이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공수처가 수사의지를 보이니 “옜다”하며 떠넘긴 것이다.

며칠 전만 해도 검찰은 수사의지를 보였다. 재빠르게 특수본도 꾸리고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도 낚아챘다. 윤석열 소환도 통보했다. 그때만 해도 아직 한동훈 대표에 대한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내란 수사를 통해 ‘한동훈 체제’를 뒷받침하면서 주도권을 계속 쥐리라는 꿈 말이다.
그러나 윤석열에 이어 한동훈마저 무너져 버리니 검찰로서는 전의 상실이다.

윤석열로서는 깊은 배신감이 들 것이다.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 비록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보스로서의 예우’를 받으리라는 기대마저 무너졌다. 검찰청사에서 조촐한 망년회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공수처라니! 자신의 임기 동안 그토록 냉대했던 곳 아니던가? 오동운 공수처장은 자기 사람도 아니다.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시키려다 실패해 마지못해 앉힌 사람이다. 사지로 자신을 보내버린 후배 검사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너무 서운해 하지 말기 바란다. 8년 전에 그러지 않았나. “세상 인심이 이렇습니다. 거~참”
아니 그 정도를 넘어, 권력을 좇는 검찰의 해바라기 성향을 익히 알면서도 자신의 권력쟁취와 유지를 위해 그들의 기회주의 속성을 이용하지 않았나.


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7373…

11 months ago (edited) | [YT] | 3,412



@꽃멍라이프

민주당 수박들이 개판쳐서 이재명낙선을 도모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꼴을 볼 일이 없었다.

11 months ago | 125

@은주-y5g

역시 글솜씨가 남다르십니다. 술술 읽어내려갔네요. 김의원님 자주 뵙고 싶네요.

11 months ago | 67

@안토니-m4c

꼭 국회로 돌아오세요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11 months ago | 98

@최애경-u9b

김의겸의원님 ᆢ자주 뵙고 싶어요 ᆢ응원합니다 ᆢ감사합니다 ᆢ존경합니다 ᆢ

11 months ago | 113

@정윤경-u2t

언론인으로 존경하고 국회에서 곧 만나도록해요 ^^

11 months ago | 163

@룰루-l4u

반드시 인과응보가 되길!

11 months ago | 11

@user-eq7is4vh7j

책 읽는 것 처럼 심취되어 글을 읽었어요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11 months ago | 18

@angryzzireung

김의겸 당신이 필요합니다 첼리스트도 이제 진실을 말해서 의원님 명예를 되찾을겁니다 군산의원 신영배는 보이지도 않죠 우린 일할수 있는 김의겸이 필요합니다

11 months ago | 51

@Russell-o2k

참 지독한인간들입니다 정치검찰해체가답이다

11 months ago | 1

@mklee7563

내부의적으로부터 이나라 지켜내기 참 어렵습니다. 힘 내세요~~

11 months ago | 3

@양평-z4f

국회의원 시절이 떠오릅니다 담엔 꼭 돌아오십시요

11 months ago | 160

@김미성-i8u

8년전의 상황이 그려지네요 개혁을 못하도록 지랄지랄하고 국민여론도 딱히 많은 지지를 못받았다면 지금은 온국민이 콜검을 지켜보며 야당죽이기에만 힘쓴 저들이 뭔짓을해도 국민이 심판할겁니다 김의겸의원님 꼭 국회에서 언론개혁에 힘써주세요 항상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11 months ago | 55

@여신자-d5p

옳으신말씀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11 months ago | 35

@김남희-v5e

이제 지가 한 짓이 얼마나 잔혹했는지 온몸으로 느낄 시간입니다. 김의겸의원님도 고통스런 시간 조금이나마 보상받길 바랍니다

11 months ago | 290

@itdakku

인과응보!! 50평생 살면서 배운 이치라면 바로 이것이다 이래서 적을 만들지 말고 잘 나갈 때 겸손히 주위를 살피고 어려울 때 돕고 살아야 화를 면하더라 윤이 무한질주할 때 그 끝이 어떨지 내눈엔 보이던데 도사들은 안보였나보다

11 months ago | 76

@happyfreak2022

윤석열은 우리에게 교훈을 줬습니다. 적의 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우리의 동지는 아니라는 것을 개와 늑대의 모호한 시간 속에 있을땐 아군인줄 알고 모두가 홀딱 속아서 반기고 끌어줬더니 태양이 비추자 바로 늑대로 돌변하여 민주진영을 물어뜯어 피바다로 만들었죠 다시는 어설프게 속지 맙시다

11 months ago | 25

@김재이-h2r

역쉬 김의겸의원님께서 정확히설명해주셨어요 늘 감사하고 응원합니다!

11 months ago | 5

@포도시산다

김의원님 어디 보궐이라도 도전해서 국회로 돌아와야 합니다.꼭 필요한 분

11 months ago | 201

@빵상-j6r

이말씀 들으니. 안심 입니다

11 months ago | 30

@슈가-j9e

드라마보다 더 재밌는 요즘 입니다.

11 months ago | 11